청하의 강렬한 첫인상을 이야기하자면 아마 <프로듀스 101>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꼽아야 할 거다. 101명 소녀 중 걸그룹 최종 멤버 11명을 선택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말이다. 46개 연예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들은 관객 투표와 최종 명단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과 도전을 하는 과정을 통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에피소드에서 MNH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청하와 오서정은 원더걸스의 멤버였던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오프닝 비트에 맞춰 무대에 나섰다. 오서정이 더 주목받으며 경쟁자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이 강조되긴 했지만, 청하의 움직임이 안무가이자 쇼의 댄스 트레이너였던 배윤정의 관심을 끌었음이 틀림없었다. 무대를 마친 후 배윤정(팬들에게 BYJ로 알려진)은 “청하 양은 주특기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댄스요”라는 겸연쩍은 대답에 배윤정은 준비한 거 있으면 더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노래는 어떻게…” “아무 음악이나 틀어주세요.” 배윤정이 말했다. “Let me hear you say Hey, Ms. Carter…” 비욘세의 목소리가 인트로로 흐르고,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청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댄스에 믿을 수 없다는 감탄과 환호가 이어졌다. 청하는 자신이 왜 춤을 추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의 어느 날 오후, 청하는 서울패션위크의 2019 카이(Kye) 쇼에 참석했다. 패션쇼는 처음이었다. 학생들로 북적이는 번화한 홍대 거리에 있는 소속사에서 그녀는 박시한 레이스업 블레이저와 스커트로 갈아입었다. 청하는 자신의 스트리트 룩을 ‘편안하고 심플한 룩’이라 말하지만 무대에선 전혀 다르다. “스타일리스트가 절 반짝이게 꾸미는 걸 즐겨요. 저도 좋아하고요.”
2집 앨범 <Offset>의 히트곡 ‘Roller Coaster’ 뮤비에서 청하는 에어스트림 트레일러를 서성이면서 공상에 잠기는 소녀와 무지갯빛 환상 속에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또 다른 자아 둘 다를 연기했다. 판타지 속의 그녀는 대담한 메이크업만큼이나 도발적이다(“사실 자신감은 가장 먼저 ‘옷’에서 나와요”라고 말한다). 최근 3집 <Blooming Blue>의 전염성 강한 ‘Love U’ 역시 유사한 밸런스를 갖고 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 비록 웨스트코스트의 찬란한 태양 아래 펼쳐지는 여름 색채가 강렬하지만 말이다.
청하가 ‘프로듀스 101’에서 최종 4위에 오른 지도 2년이 넘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에서 활동하다가 해체된 후 3장의 솔로 앨범을 냈다. 2017년 데뷔 앨범 <Hands on Me>, 올해 2집 <Offset>과 3집 <Blooming Blue>다. 가장 최근엔 레드벨벳 슬기, 여자친구 신비, (여자)아이들 소연과 함께 작업한 싱글 ‘Wow Thing’을 발표했다.
쉴 틈이 있느냐고 묻자, 청하가 웃음을 터트린다. “사실은 잘 쉬지 못해요.”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 얘기로 넘어 가려는 찰라, 4집 앨범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청하는 “아직 진행 중이고, 이전 작업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진 않을 거에요.”이라 말했다. 올해나 내년이 될지 확실하진 않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프로듀스 101’에서 댄스로 부각됐지만, 스물두 살 청하는 댄스를 시작하기 전에 노래도 불렀다. 댈러스에 있을 때 성가대 멤버였고(그녀는 유창한 영어에 종종 한국어를 섞어 말했다), 무대에 등장한 첫 기억도 교회다. 항상 공연하고 싶어 했고,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어머니가 돌아오길 원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12년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봤고 연습생 자리를 얻었지만, ‘프로듀스 101’에 합류하기 직전에 MNH와 계약했다. 이후로 계속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게 새로웠어요”라고 리얼리티 쇼에 대해 청아가 말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건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에요.” 프로젝트 그룹은 불과 1년 후 해체되었지만, ‘프로듀스 101’으로 맺은 우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SM의 <Station x 0 > 네 번째 프로젝트 ‘Wow Thing’에 참여하게 됐을 때, 슬기와 신비(2017년 초반 청아와 특별한 콜라보 무대도 펼쳤다)뿐 아니라 ‘프로듀서 101’에서 경쟁자였던 소연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Wow Thing’의 햇살 같은 레트로 에너지는 이전 세대의 케이팝 슈퍼스타 원더걸스의 빈티지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청아는 슬기, 신비, 소연과 다음번에도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있어요. 정말 기대돼요.”
청아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콜라보에 여전히 목마르다. “더 많은 자신을 발견하고 앨범에서 더 다채로운 색깔을 얻을 수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나를 찾을 수 있고, 멤버들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고 앨범을 더 풍성하게 채워갈 수도 있고요.” 다만 이런 작업의 유일한 단점은 ‘앨범에 너무 많은 컬러가 입혀진다’라는 것.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만의 색은 무엇일까? 청아의 대답은 “항상 제 색깔을 찾는 중이라 말해요”다. 그건 아마도 유독 반짝이는 글리터 컬러가 아닐까.
- 디지털 에디터
- 금다미
- 글
- Katherine Cusumano
- 사진
- 이영모
- 영상
- 소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