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이 여성의 건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로티 윈터가 임신과 자궁 질환과 같은 여성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를 면밀하게 다루는 디지털 앱과 서비스에 대해 알아봤다.
오늘은 흐린 날이다. 날씨가 흐리다는 게 아니라 호르몬 수치가 급등해 기분이 변덕스러운 날이라는 의미다. 이 정보를 알려주는 건 휴대폰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클루(Clue)라는 앱으로,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오늘 하루 내가 겪을 기분을 날씨 예보처럼 미리 알려준다. 지난 2년간의 생리 주기를 깊이 있게 분석해 생리 기간과 생리통, 기분, 피부 상태, 수면, 체력, 식욕을 포함한 정보를 제공한다. 덕분에 늘 불규칙하고 예측 불허였던 삶에 통찰력이 생긴 기분이다. 청소년기엔 생리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 항상 교복 스커트 뒤쪽을 살펴보느라 전전긍긍했는데 말이다.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많은 과학 기술이 있어요. 업계도 그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지요.” 골반기저근을 강화하는 특수 기기인 엘비(Elvie)의 창립자 타니아 볼러가 말한다. 그녀가 얘기한 것처럼 여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펨테크(Fem Tech)’가 주목받고 있다. 불규칙한 생리부터 임신과 불임, 자궁 질환 체크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를 다루는 디지털 앱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껏 금기시되던 것들이라, 많은 이들이 이러한 요소를 다루는 엘비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엘비가 출시되고 어느덧 2년이 흘렀고, 이제는 1천여 명의 보건 전문가들이 이 제품을 추천하지요.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의 협업 덕분에 여성이 무료로 엘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여성은 자신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테크놀로지 업계도 이런 흐름에 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엘비는 케겔 근육을 강화해 방광 조절 기능을 향상시키고, 출산 후 빠른 회복을 도와준다. 움직임과 힘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바이오피드백을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해 사용자는 손쉽게 그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에서 여성의 삶의 단계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앱과 기계에 투자하는 이유다.
엘비가 출산 후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아직 출산하지 않은 여성을 돕는 앱도 있다. 범프(Bump), 왓 투 익스펙트(What To Expect), 스프라우트(Sprout), 프레그넌시+(Pregnancy+), 바운티(Bounty)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 생리와 임신을 다루는 앱으로, 생리 주기에 따른 상태나 임신 상황을 체크해주고, 그에 따른 팁을 알려준다. 임신 앱의 경우 휴대용 기기로 쉽고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출산을 처음 접하는 초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다.
생리 주기를 추적하는 앱은 플로(Flow), 이브(Eve), 킨다라 (Kindara) 외에 50여 가지가 넘는다. 그중 스웨덴의 에리나 벌그런드 박사가 개발한 내추럴 사이클 (Natural Cycles)는 여성의 체온과 생리 주기를 기록해 임신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피임 기구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벌그런드 박사는 “아주 정교한 알고리즘 덕분에 입력해야 하는 요소만 제대로 기입하면 임신과 피임에 있어서 99%의 정확도를 보여요”라고 설명한다. 펨테크 영역의 혁신과 마찬가지로 내추럴 사이클스 또한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을 통해 탄생했다. 그녀는 “피임약을 중단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더군요”라며 “물리학자로서 터득한 통계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체온을 통해 임신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저만을 위한 알고리즘이었지만, 더 폭넓게 사용돼야 할 필요성을 깨달
았지요”라고 얘기한다. 출시되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앱 사용자는 80만 명이 넘었고, 매달 1만여 명의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펨테크는 앱과 디지털 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이크 핑크 파슬(Take Pink Parcel: Pink-parcel.com)은 매달 위생용품을 배달해준다. “생리 기간 동안 아내의 기분을 조금 더 낫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지요.” 핑크 파슬과 개인 맞춤형 생리대를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인 ‘잇츠 먼슬리 씽(It’s Monthly Thing)’의 CEO인 도미닉 힐의 말이다. “가능한 한 최고로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문 앞까지 배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우리는 운이 좋은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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