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만 찾아 보던 미드를 한국에서 접할 통로가 더욱 넓어졌다. 당신이 미드를 좀 본다면, 최근작에 눈에 띄는 여성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도 알 것이다.
Millie Bobby Brown 밀리 바비 브라운 / 2004년생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기묘한 이야기>의 팬인 당신도 풍선껌을 불고 있는 이 소녀가 누군지 못 알아볼 수 있겠다.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인 ‘일레븐’은 머리를 삭발하거나 짧은 곱슬머리를 한 채, 그늘진 얼굴을 한 의문스러운 인물이니까. 일레븐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소녀다. 초능력을 가진 그녀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껏 신비롭게 만드는 존재다. 그리고 촬영장 밖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렇게 호기심 많은 똘망똘망한 눈을 가졌다. <기묘한 이야기>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요즘 미국 연예계에서 ‘제너레이션 Z’로 불리는 이들 중 하나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신이 나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다가도, 올해 3월에 열린 2018 키즈 초이스 어워즈에서 TV 부문 ‘최고의 배우상’을 수상할 때는 플로리다 파크랜드에서 일어난 고교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셔츠를 입고 등장할 줄 안다. 그전인 2월에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등의 배우들을 먼저 찾아다니며 씩씩하게 인사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만나 잠시 기절할 뻔했으며, 오랫동안 짝사랑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찾아 두리번거렸다고. 밀리 바비 브라운은 여덟 살 때부터 각종 광고와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녀가 울버린 마지막 시리즈인 <로건>의 여주인공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는 건 한국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BBC 드라마 <인트루더스>를 본 작가 스티븐 킹이 밀리의 연기를 칭찬했고, 스티븐 킹의 팬인 <기묘한 이야기>의 두 감독이 그녀를 주인공으로 낙점하면서 이 준비된 셀레브리티의 서막이 열렸다. 이제 그녀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역대 최연소 인물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사실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기묘한 이야기> 시즌 1이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드라마에 관심이 간 건 오랜만에 작품을 하는 위노나 라이더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밀리 바비 브라운은 팀 버튼의 1988년작 <비틀 쥬스>에 출연한 위노나 라이더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그녀는 최근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촬영에 들어갔다. 넷플릭스와의 계약금은? 3백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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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돈 주고 처음 구입한 앨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앨범. ‘발레리’의 가사를 다 외우고 다녔는데, 아버지가 ‘Rehab’은 못 듣게 했다.
태어나 처음 써본 이메일 <엘런 쇼> 측에 보낸 메일. 그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어서 인생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 보냈다. 5년 후, 드디어 <엘런 쇼>에 출연했는데… 엘런 드네저러스가 당시 이메일을 찾아내 방청객 앞에서 읊는 바람에 상당히 부끄러웠다고.
<기묘한 이야기> 오디션 때 감독과 나눈 이야기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며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이를테면 <E.T.>, <스탠 바이 미>, <폴터가이스트> 등에 관해 대화했다.
Dakota Fanning 다코타 패닝 / 1994년생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
영화배우로 주로 활동한 다코타 패닝을 드라마에서 볼 일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어렸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가 SF 채널용으로 제작한 드라마 <테이큰>에서 주연을 한 적이 있고, 그보다 더 아이일 때 <앨리 맥빌>이나 <CSI>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은 있다. 그러나 다코타 패닝의 실질적인 극 데뷔작은 영화 <아이 엠 샘>이 아닌, 드라마 <ER>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을 위해 그녀는 7개월 동안 부다페스트에 머물렀다. <에일리어니스트>는 10부작 드라마다. 1890년대 뉴욕, 사치스러운 계급과 돈벌이를 위해 사창가로 내몰린 약자가 뒤섞여 혼란하던 당시를 배경으로 소년 남창들이 연쇄 살인되는 사건을 다룬다. 다코타 패닝은 경찰청장의 비서 ‘세라 하워드’ 역을 맡았다. 그냥 비서가 아니라, 뉴욕 경찰청 최초의 여성 직원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희롱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여성. 다코타 패닝이 왜 이 역할을 선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대극이니만큼, 패닝은 고풍스러운 드레스에 매번 코르셋까지 갖춰 입어야 했다. <에일리어니스트>에서는 의상 고증이 꽤 중요했는데, 다코타 패닝은 낯선 코르셋을 매일 입고 다니는 바람에 숨쉬기, 걷기, 앉기, 서기 등등 모든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보디라인 자체가 바뀌었고, 좋든 싫든 코르셋이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줬다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루크 에번스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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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에 얽힌 에피소드 첫 코르셋 피팅을 할 때 다코타 패닝이 쓰러졌다. 비행기에서 막 내린 상태라 몸이 붓고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코르셋으로 몸을 조이는 바람에, “저 좀 앉을게요!” 하면서 주저앉았다.
다코타 패닝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베첼러>와 <베첼러렛>을 엄청 좋아한다. 가장 인상 깊게 본 편은 에리와 베카가 지난 시즌 <베첼러>에서 헤어지던 장면. 다코타 패닝은 리얼리티 방송이 정말 다 대본대로 짜고 찍는 내용인지 늘 궁금해하는데, 그게 대본이라면 거기 출연하는 비연기자들은 다 대상감이라고 생각한다.
Maggie Gyllenhaal 매기 질런홀 / 1977년생
<더 듀스(The Deuce)>
매기 질런홀은 마니아 층이 제법 있는 배우다. <더 듀스> 시즌 1은 지난해 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국내에도 방영됐다. 1970년대 미국에서 포르노 산업이 합법화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포르노는 물론 매춘, 약물, 범죄 등 어둡고 암울한 사회의 이면이 담겨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 선정적으로만 회자될 수 있는 드라마에 리얼한 표정을 부여한 이는 단연 매기 질런홀이다. 그녀는 포르노 감독으로 변신하는 매춘부 ‘캔디’의 삶을 참혹하고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연기에 있어서 매기 질런홀은 ‘나체로 연기하는 걸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의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랑을 나누거나 만지거나 할 때 가장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최대한 드러낸다는 게 연기 방식. 그러나 캔디는 상대와 사랑하는 게 아니라 거래하는 입장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자주 임해야 하는 나체 연기도 할 만하다고. 시즌 2는 미국 HBO 채널에서 9월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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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질런홀이 매춘부 역할을 위해 찾아 본 것들 이탈리아 출신의 유쾌한 포르노 감독인 라세 브라운의 영화를 몇 개 찾아봤다. 또 1970년대 초반, ‘자유롭게 섹스하며 인생을 즐기자’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절 유명한 포르노 스타였던 티나 러셀의 자서전도 읽었다.
영화 출연 소식 마이클 패스벤더가 커다란 탈을 쓴 인디 밴드 멤버로 나온 영화 <프랭크> 이후 영화 소식이 잠잠했는데, 오는 10월 <더 킨더가든 티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유치원 교사인 그녀가 천재성을 지닌 한 아이를 발견하고, 그 재능에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다. 선댄스 영화제 공개 후 <롤링스톤즈>는 매기 질런홀이 여태껏 보여준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칭찬했고, <가디언>은 이 영화의 결말이 어느 스릴러 장르 못지않다고 평했다. 넷플릭스용 영화라 한국에서도 조만간 볼 수 있다.
Katherine Langford 캐서린 랭퍼드 / 1996년생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넷플릭스 시청자가 본 드라마 중 하나다. 호주 퍼스에서 자라면서 SNS나 TV와 그리 가깝지 않게 살았던 캐서린 랭퍼드는 이 드라마가 제대로 출연한 인생 첫 작품이고, 드라마는 방영 후 하룻밤 사이에 ‘대박’이 났다. 작품의 원제는 캐서린 랭퍼드가 분한 ‘해나’가 자살한 13가지 이유를 뜻한다.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과 친구들의 ‘말’이 나비 효과를 일으킨 끝에 자살하고 마는 10대. 해나는 죽은 인물이지만, 극은 과거와 현재가 얽히며 그녀의 자살 이유를 추적하는 형식이다. 사소한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얽히고설키며 과거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한국에서도 많은 후기를 낳은 미드다. 올해 5월에는 시즌 1의 인물들이 그대로 출연한 시즌 2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지만, 캐서린 랭퍼드는 시즌 3부터는 출연하지 않는다. 자살을 결심하는 청소년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한 그녀는 데뷔작으로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인물이니, 이제 탄탄한 행보를 이어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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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랭포드의 노래방 애창곡 노래방에 가면 주로 소리만 질러대서 자주 안 간다고 하지만, 언젠가 생일에 친구들과 레이디 가가 노래를 부르면서 밤새 논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루머의 루머의 루머> 제작자 셀레나 고메즈가 캐서린 랭포드에게 한 말 셀레나 고메즈는 이 드라마 프로듀서 중 하나다. 두 사람이 대화하던 중 셀레나 고메즈가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는데, 당시 캐서린 랭포드는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들었다고 한다.
Rachel Brosnahan 레이철 브로스너핸 / 1990년생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The Marvelous Mrs. Maisel)>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은 조금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1950년대 미국, 상류층의 한 주부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된다는 내용이니 그럴 수밖에. 레이철 브로스너핸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간다고 믿는 주부였다가 남편이 비서와 바람나면서 좌절의 시간을 겪는다. 그러나 취기 어린 행동이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도 하니, 술에 취해 즉흥적으로 무대에 올라 ‘썰’을 풀다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이가 나타나면서 본격 코미디언의 길을 걷게 되는 것. 사실 이혼 전 남편의 꿈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재능이 없었고, 재능은 있지만 여자라면 좋은 아내 역할을 다 하는 게 시대상이었던 그 때, 메이슬은 남편의 공연을 뒤에서 서포트했다. 얘기할수록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상황이다. 남자의 그늘에 가려 뮤즈 내지 누구의 여인으로 취급받던 역사 속 여성들이 있지 않았나?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3, 영화 <언데드>와 <라우더 댄 밤즈> 등에 출연한 레이철 브로스너핸은 원톱 ‘미세스 메이슬’로서 재주를 마음껏 뽐낸다. 자연인 레이철 브로스너핸은 코미디는 정말 두려운 것이라며, 실제로는 절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지 못할 거라고 한다. ‘사람이 자기 자신한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일인 것 같다’라고까지 말하는데, 연기는 어쩌면 그렇게 할까? 그녀는 올해 골든 글로브 TV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시즌 1은 8부작으로 막을 내렸지만, 현재 시즌 3까지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1950년대 미국을 보여주는 각종 소품과 의상, TV 쇼 등도 즐거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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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 오디션 에피소드 의상이 중요한 작품이라서 자기 나름대로는 귀엽다고 생각한 노란 셔츠를 입고 갔는데, 2차 오디션 때는 좀 다른 옷을 입고 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메이슬은 자기 미모에 자부심을 느끼는 캐릭터. 매번 코르셋, 페티코트, 스타킹에 헤어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드레스업을 하고서 트레일러를 나설 때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기분이 든다고.
- 피쳐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ALASDAIR McLELLAN
- 스타일리스트
- MELANIE WARD(밀리 바비 브라운, 매기 질런홀), MARIE CHAIX
- 헤어
- JAMES PECIS FOR ORIBE HAIR CARE(밀리 바비 브라운, 매기 질런홀), ORLANDO PITA
- 메이크업
- AARON DE MEY(밀리 바비 브라운, 매기 질런홀), FRANCELLE LOVECRAFT BEAUTY
- 네일 아티스트
- MEGUMI YAMAMOTO FOR CHANEL(밀리 바비 브라운, 매기 질홀), YUKO TSUCHIHASHI FOR CHANEL
- 세트 스타일리스트
- STEFAN BECKMAN(밀리 바비 브라운, 매기 질런홀), NICHOLAS DES JARD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