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크림은 햄버거 세트에 딸려 나오는 탄산음료가 아니다. 다른 화장품과 한 묶음으로 구매해서도, 인기 많은 제품을 그저 따라 사서도 안 된다는 얘기. 가지각색의 눈가 증상을 해결해줄 정교한 맞춤 케어를 소개한다.
질문 하나. 현재 사용 중인 아이 케어 제품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1 에센스 등 다른 화장품을 선택한 뒤 동일한 라인의 제품을 함께 집어 들었다.
2 쭉 쓰던 제품을 습관처럼 주문했다.
3 어플 순위 상위권에 오른 제품이라 믿고 따라 샀다.
4 1+1, 혹은 할인 이벤트에 혹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봤다.
5 매장에서 권하는 제품을 손등에 발라보고 가장 괜찮은 걸로 결정했다.
이 중 모범 답안은? 애석하게도, 없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일단 같은 정수리 아래 있다 할지라도 눈가는 다른 얼굴 피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지성을 띠는 사람도 눈가는 버석버석 건조할 수 있고, 피부 톤이 밝고 맑아도 다크서클이 심해서 미백 라인의 아이 제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것이 ‘한 세트’로 사면 곤란한 이유. 하물며 얼굴 피부도 간극이 있는데 ‘손등 테스트’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렇다고 한 가지 제품만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다. 귀에 못에 박히도록 들은 ‘얇고 섬세한’ 눈가는 그렇기 때문에 주변 환경 변화, 특히 계절이나 몸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3개월 전에는 분명 ‘인생템’을 만난 기분이었는데, 재구매 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건 ‘내성이 생겨서’가 아니라 내 피부 상태가 달라진 탓. 무엇보다 계절이 바뀌었을 확률이 크다. 추천은 또 어떠한가. 잔주름은 기본, 다크서클, 부종, 부스럼, 처짐, 굵은 표정 주름과 칙칙함 등 정말 다양한 피부 고민이 존재하는 눈가. 나잇대나 취향이 비슷하다고 해서 만족도 또한 같을 수 없다. 그러니 현명한 아이 케어 쇼핑의 길은 현재 시점 나의 고민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맙게도 대부분의 아이 제품은 한 가지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멀티 기능을 탑재한 경우가 많다. 이는 다양한 눈가 증상이 하나로 발현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데, 이유야 어떻든 우리 입장에서야 말 그대로 ‘꿀이득’. 고민의 우선순위에 따라 그에 맞는 최적의 아이템을 고른다면, 다른 항목들은 자연스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Wrinkles
눈가 피부는 얼굴의 다른 부위에 비해 두께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얇은 만큼 힘이 없고 쉽게 처진다. 잔주름이 많은 피부일수록 무겁고 흡수가 느린 밤이나 크림 타입보다는 프레쉬 ‘크렘 앙씨엔느 수프림 아이 세럼’처럼 질감은 가볍되 영양은 풍부한 제품을 여러 번 덧바르는 편이 낫다. 아이 제품을 바르고 비립종 같은 트러블이 생겼다면 과도한 유분이 원인이다. 끈적임을 쏙 빼고 수분을 더한 오휘 ‘에이지 리커버리 아이크림 포 올’은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철에도 유용하다. 눈꼬리 부분의 까치발이나 표정으로 인해 생긴 굵은 주름은 아무래도 화장품만으로 다스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메이크온 ‘써모웨이브 아이리프트’ 같은 뷰티 디바이스를 곁에 두면 보장이 좋은 연금보험을 든 듯 마음이 든든해질 것이다.
Puffy Eyes
야밤 더위를 맥주 한 모금과 치킨으로 견뎌낸 대가는 꽤나 혹독하다. 유쌍이 무쌍 되는 건 한순간. 속눈썹은 눈두덩에 파묻혀 소멸 직전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냉장고에 숟가락을 넣어뒀다면 꽤나 부지런한 사람 인증. 그게 아니라면 에스티 로더 ‘리바이탈라이징 수프림+ 파워 아이 젤리’처럼 쿨링 기능의 마사지 애플리케이터가 장착된 제품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는 8월 말에는 냉각 치료법에서 영감을 받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아이 툴(tool)도 선보일 예정인데, 냉장고에 보관했다 꺼내 쓰는 것이 영락없는 제2의 콜드 스푼! 헤라 ‘플래쉬-온 아이 세럼’처럼 상온에서 늘 냉각 상태가 유지되는 금속 애플리케이터를 탑재한 최신 제품도 있다.
Dark Circles
부기와 아이백이 오전에 취약한 경우라면 다크서클은 오후다. 블루베리,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와 녹차 등 카페인 성분이 든 아이 제품이 미세 순환을 도와 혈류가 뭉쳐 퍼렇게 보이는 증상을 완화해주니 기억하자. 업그레이드된 랑콤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아이크림’이 선택한 건 유산균이다. 비피다 발효 용해물, 효모 추출물, 락토바실러스 발효물 등의 성분이 피부 장벽을 보호하고 노화로 인한 다크서클을 개선한다. 색소 침착에 의한 다크 서클이라면 브라이트닝 성분이 든 제품이 해답이다. 샤넬 ‘수블리마지 라 크렘 아이’에는 골든 쉬머링 하이라이팅 파우더와 함께 ‘아이 드레이닝 콤플렉스’라 불리는 천연 활성 성분 복합체를 더해 안과 밖에서 눈가를 밝힌다. 게다가 눈가에 두둑하게 올리면 아이 마스크로 깜짝 변신도 가능한데,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듯 퀭한 날 사용하면 그 진가를 톡톡히 경험할 수 있다.
Eyebags
힘없이 쉽게 붓고 처지는 게 눈꺼풀이라면, 아래쪽 사정은 약간 다르다. 혈류 순환이 더딘 탓에 지방이 뭉쳐 울퉁불퉁 굴곡이 생기고 심한 경우 계단식으로 주머니(아이백)까지 자리 잡는다. 막힌 혈류를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 시슬리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아쥬 아이 앤 립 콘투어 크림’은 발림성이 좋아 광대뼈 위, 코 안쪽, 미간까지 핸들링하기에 아주 좋다. 게다가 흡수도 빠르다. 핑거 마사지가 서툴다면 함께 구성된 전용 마사지 롤러를 이용할 것. 샹테카이 ‘나노골드 에너자이징 아이세럼’은 회전력이 좋은 롤러볼이 장착되어 있어 더욱 편리하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희진
- 포토그래퍼
- 엄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