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3년째 우리의 가슴을 애증으로 들끓게 하고 있다. 이번엔 일본 최대 여성 아이돌 프랜차이즈 AKB48과의 콜라보다.
<프로듀스 48>이 한창 방송 중이다. 여기엔 한일 양국에서 AKB48 그룹으로 아이돌 활동을 해본 이들과 연습생 각 48명씩이 참가한다. 초기 노이즈 마케팅은 반일 감정이 담당했다. 일본이 K팝에 침투하려 한다는 여론이었다. 일본 대중문화를 좀 더 아는 이들은 AKB48 팬덤을 염려했다. AKB48 팬덤은 10년 동안 꾸준히 선거를 치르며 악명 높은 ‘AKB 총선’을 통해 투표 시스템에 단련됐고, 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것이었다.
뚜껑을 연 방송은 실력을 ‘문화 차이’로 수완 좋게 포장한다. 초반에는 노골적으로 일본 참가자들의 함량 미달인 듯한 기량을 전시하고, 금세 이를 ‘문화 차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양국의 대표 프로듀서인 한성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아키모토 야스시 AKB48 그룹 프로듀서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며 서로 상대국 참가자들을 칭찬한다. 한일 민간외교 사절의 아이돌 문화 탐방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 중국 출신 연습생이 당연하다는 듯 한국 참가자로 분류되는 것쯤이야 동북아 평화를 위해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문화 차이란 물론 실재한다. 안무 구성상 한국은 골반을 많이 쓰고, 일본은 팔다리를 뻗는 동작 중심이며, 한국처럼 안무를 칼같이 맞추지 않기도 한다. 발성의 경우 일본 아이돌은 콧소리를 많이 사용한다. 그 차이와 별개로, 일본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기량은 한눈에 봐도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온 몇몇 한국 참가자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일본 참가자들이 저력을 발휘할 때는 미션 곡을 사흘간 익힌 뒤 다시 등급 평가를 치를 때다. 가수 활동 경험이 있는 그들은 단기간에 새로 익힌 작품을 수행하는 능력과 노력을 충분히 입증한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로 승자를 뽑는다는 건 노골적으로 말해 ‘인기 투표’다. 서바이벌 방송에서는 누구보다 실력이 좋아도 결국 탈락하는 참가자가 즐비하다. 시청자는 결국 ‘더 오래 보고 싶은 사람’, 즉 매력적인 사람에게 투표한다. 우리는 어떤 참가자를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일본에서는 웃음과 애교 등 “팬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 아이돌이라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한국 트레이너들도 웃는 얼굴이나 ‘좋은 기운을 주는 것’에 굉장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카메라 앞에서 웃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는 현직 아이돌들의 예는 말할 것도 없다. 또 국적을 불문하고, 아이돌을 꿈꾼다면 카메라가 늘 돌아가는 서바이벌 방송상의 휴식 시간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어필해야 한다. 감정노동에 한일의 차이는 없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는 동아시아가 하나다.
진짜 ‘문화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기량도 완벽해야 한다는 것일 테다. 아이돌을 폄하하는 시선 앞에 인정투쟁을 하듯 모든 면에서 완벽을 기해온 것이 K팝의 힘이다. 반면 일본 아이돌은 좀 부족해도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셀링 포인트로 삼는 예가 많다. 기예를 수반한 감정노동과 부족함이 미덕인 감정노동 정도의 차이. 방송으로 두 나라가 만나 이를 굳이 맞교환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혹시 기량과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돌에게 불가능한 무엇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 글
-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 사진
-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