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Still Be Strong (김연경)

이채민

코트 안에서는 강인한 열정과 의지를 가진 승부사로, 밖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위트를 발산하는 웃기는 언니로 대중을 휘어잡는 김연경. 뜨거운 심장을 가진 ‘배구 여제’가 세상 가장 초연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함께한 김연경의 어느 멋진 날.

네오프렌 소재의 짧은 후디 집업과 버튼다운 스타일의 통 넓은 트랙 팬츠, 가벼운 무게의 러닝화, 헤드밴드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김연경이 앉아 있는 로잉 머신은 코모 엔터프라이즈 제품.

네오프렌 소재의 짧은 후디 집업과 버튼다운 스타일의 통 넓은 트랙 팬츠, 가벼운 무게의 러닝화, 헤드밴드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김연경이 앉아 있는 로잉 머신은 코모 엔터프라이즈 제품.

2018년은 배구계와 팬 모두에게 가장 뜨겁고 치열한 여름이 될 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오는 9월 29일부터 시작되고,그사이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8월 18일부터 열린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농구 골대앞에서 시원하게 장거리 슛을 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매끈하고 하얀 배구공이 아닌 오렌지색 농구공을 가지고 신나게 뛰어노는 세계적인 배구 여제의 플레이를 목격하다니! 촬영장에 흩어져있던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김연경 선수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후원 선수로 화보를 찍은 날이다. ‘Under Armour Makes You Better’ 라는 브랜드 미션 하에 세계적인 운동 선수를 후원하는 언더아머는 최근 김연경 선수를 공식 후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강한 의지를 가진 자만이 세상의 편견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결국 최고의 길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DNA를 공유한 것이다. 언더아머 코리아 측은 김연경 선수를 공식 후원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연경 선수는 코트 안팎에서 강한 의지와 굳건한 정신력으로 팀 전체를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 배구 역사를 새롭게 쓴 세계적인 선수다. 김연경 선수의 행보는 굴하지 않는 의지력과 노력의 가치를 우위에 둔 언더아머 브랜드 정신을 잘 대변한다.”

프렌치 테리 소재의 크롭트 후디와 빛을 반사하는 메시 소재 러닝 쇼츠는 Under Armour 제품.

프렌치 테리 소재의 크롭트 후디와 빛을 반사하는 메시 소재 러닝 쇼츠는 Under Armour 제품.

언더아머는 그동안 미국 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 프로레슬링 선수 드웨인 존슨,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 스키 여제 린지 본, 권투 선수 안소니 조슈아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후원해왔다. 김연경 선수와 언더아머의 만남은 필연적일지 모른다. ‘의지로 길을찾다(Will Finds A Way)’라는언더아머의 글로벌 캠페인 타이틀은 김연경이 작년에 출간한 자서전 <아직 끝이 아니다>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책에서 김연경은 이렇게 고백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남달랐다거나 특별한 사람이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에요. 저에게도 다른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도 몰라주던 시절이 있었고, 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또래 친구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간 운동장에서 배구공을 튕기며 미래의 나를 떠올렸을 때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당시 제가 친구들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배구를 포기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뿐이죠.” 고교시절까지 키가 자라지 않아 주변에서 걱정한 김연경의 신장은 현재 192cm. 그가 공격을 위해 점프했을 때 타점 높이는 3m가 넘는다. 하얀 기표소 부스 위로 얼굴을 빼꼼 내민 김연경 선수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SNS에 등장해 지금까지 리트윗 횟수 20k를 돌파했을 정도다.

통기성이 우수한 아머 레이서 탱크톱과 안에 입은 스포츠 브라톱, 프렌치 테리 소재의 트랙 팬츠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통기성이 우수한 마이크로스레드 스트레커 스트래피 탱크와 안에 입은 스포츠 브라톱, 프렌치 테리 소재의 트랙 팬츠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숫자로 바라보는 김연경이라는 사람은 배구 역사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자주 경신했다. 흥국생명, 일본 JT 마블러스,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해외 언론으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은 여섯 시즌 동안 리그 우승과 컵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6년 만에 4강 신화를 달성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한국을 8강에 진출시켰다. 그 후 2017-2018 시즌에는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를 17년 만에 정상에 서게 했고, 챔피언 결정전에도 올려놓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을 끝마치는 올해 10월, 김연경 선수는 터키로 떠난다. 이미 기사화됐듯 터키 여자 프로배구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맺었다. 그가 다시 터키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성기가 내려가기 전에 최고의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엑자시바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팀이죠. 페네르바체에서 뛰었을 때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던 출중한 기량의 선수들이 이 팀에 모두 모여 있어요. 멤버들 구성이 너무 좋기 때문에 여기서 또 한 번 우승하게 되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내구성이 좋은 스트레치 우븐 소재의 탱크톱과 안에 입은 스포츠 브라톱, 패턴 레깅스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사이클 머신은 코모 엔터프라이즈 제품.

내구성이 좋은 스트레치 우븐 소재의 탱크톱과 안에 입은 스포츠 브라톱, 패턴 레깅스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사이클 머신은 코모 엔터프라이즈 제품.

일상 속 김연경 선수는 어떤 사람일까? “배구를 제외하고서 관심이 많은 분야는 뷰티예요. 팩과 에센스처럼 기초 화장품을 이것저것 사용해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운동하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피부가 힘들어요. 경기가 끝나고 녹다운된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도 꼼꼼하게 세안하고 제품을 챙겨 바르면서 피부를 관리해요.” 평상시에는 편안한 옷차림과 운동화를 즐겨 신지만 갖춰 입고 싶은 날 그녀가 선택하는 아이템은 셔츠다. “옷장에 셔츠가 정말 많아요.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보려고 해도 셔츠만 계속 사게 되더라고요. 같은 블랙 셔츠라도 디테일이 조금 다르면 결국 손에 쥐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죠(웃음).” 평소 코트에서 즐겨 입는 스타일에 대해선 이렇게말했다. “선수들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그 안에 입는 옷만큼은 자유롭게 이것저것 시도해요.”

<나 혼자 산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예능 방송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해방감 그 자체였다. 진행자나 게스트가 무례하거나 편견이라 할 만한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 또렷하게 일침을 꽂는 스파이크 화법은 ‘어록’으로 엮어도 될 만큼 곳곳에서 자주 회자된다. 닭 날개를 앞에 두고 뜬금없이 남자친구 있는지 물어보는 사적인 질문에는 “옛날 분이시네요”라고 여유 있게 받아친다거나 유독 여성 배구 선수들 기사 타이틀에 붙는 ‘미녀’ 프레임에는 “남자 배구에선 ‘미남 대결’이란 말이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그동안 꾸준히 성별과 나이, 국적, 외모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실력으로 배구를 바라봐줄 것을 호소했다.

드웨인 존슨의 더락 컬렉션 탱크와 형광색 포인트의 브라렛, 코튼 소재의 쇼츠, 땀을 흡수하는 왼손의 리스트 밴드, 팔찌처럼 연출한 오른손의 리플렉티브 헤드밴드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드웨인 존슨의 더락 컬렉션 탱크와 형광색 포인트의 브라렛, 코튼 소재의 쇼츠, 땀을 흡수하는 왼손의 리스트 밴드, 팔찌처럼 연출한 오른손의 리플렉티브 헤드밴드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배구 여제로 칭송받는 그에겐 바벨처럼 묵직한 무언가가 두 어깨 가득 지워져있다. 2018년도 아시안게임 종료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일 사이 에 단 27일간의 간격이 있을 뿐이다. 배구대표팀은 7월 8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상태다. 요즘 김연경 선수의 마음은 어떨까? “우선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야 하고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요.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후배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죠. 제 역할이 점점 늘어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책임감과 비례해서 관심과 애정이 더 커지고 있어요. 여러 가지 역할을 잘 해내면 시너지 효과가 2〜3배로 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의 수도 생각해요. 솔직히 부담감이 없을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책임감도 결국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허스키한 보이스로 그가 말했다.

초경량 립스탑 직물 소재로 비바람을 차단하고 땀을 빠르게 흡수, 건조하는 재킷과 브리프가 내장된 트레이닝 쇼츠, 그립력이 뛰어난 트레이닝 글러브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초경량 립스탑 직물 소재로 비바람을 차단하고 땀을 빠르게 흡수, 건조하는 재킷과 브리프가 내장된 트레이닝 쇼츠, 그립력이 뛰어난 트레이닝 글러브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올해 굵직한 경기를 앞두고 아주 찰나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김연경에게 이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나른하게 있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중요한 시합이 끝나면 평소보다는 느슨해지긴 해요. 경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쏟아냈기 때문에 쉴 때는 확실히 편안하게 쉬려고 하죠. (갑자기 앉은키를 쭉 낮추며) 리모컨을 손에 쥐고 텔레비전 앞에서 딱 이런 자세로 누워서 가만히 드라마를 봐요(웃음). 멜로 드라마보다는 추리나 스릴러물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장근석 배우가 출연한 <스위치-세상을 바꿔라>를 열심히 챙겨 봤어요. 물론 그렇게 편안한 상태로 쉬다가도 어느 순간 올라오는 불안을 떨쳐내긴 어렵죠. 지금처럼 쉬는 시기에도 계속 웨이트 운동을 하는 이유예요.” 그를 만나기 전날 인스타그램(@kimyk10)에는 묵직한 바벨을 어깨에 지고 부동의 스쿼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훈련 강도와 양이 최대치로 올라가는 시즌에는 바벨 무게를 100kg 이상까지 든다고 했다. 매일 2시간씩, 집 근처 헬스장에서 묵묵하게 운동하는 김연경 선수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이번 화보는 그야말로 ‘리얼리즘’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훈련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평소에 운동할 때 지금보다 더 괜찮아지는 나 자신을 상상하면서 몸을 움직여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하루도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이걸 멈춰버리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김연경 선수는 패션 화보에서조차도 이글거리는 특유의 승부욕과 자신감을 발산했다.

방수 기능과 통기성을 제공하고 뒤트임으로 활동성이 뛰어난 재킷과 뒷면에 반지퍼가 있는 크롭트 톱, 패턴 프린트의 레깅스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방수 기능과 통기성을 제공하고 뒤트임으로 활동성이 뛰어난 재킷과 뒷면에 반지퍼가 있는 크롭트 톱, 패턴 프린트의 레깅스는 모두 Under Armour 제품.

김연경 선수의 인생 좌우명은 굉장히 심플하다. “항상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 잊고 싶지 않은 초심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 있어요. 초등학생 시절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 그냥 배구가 좋아서 시작한 깨끗하고 맑은 시절의 마음이 있는데, 그걸 잃어버리고 싶지가 않아요.” 김연경 선수는 배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그날 선수들의 투지나 순간의 경기 분위기로 모든 게 뒤바뀔 수 있는 반전의 스포츠죠.” 초심과 반전, 오는 8월 마주하게 될 한국 선수들의 배구 경기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LESS
헤어
이에녹
메이크업
이준성
세트 스타일리스트
최서윤(da:rak)
로케이션
퀀텀 트레이닝센터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