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 분명한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의 휴가 계획서.
이토록 뜨거운 여름 인도네시아 발리
#비치클럽라이프 #현실도피 #눕기아니면수영하기 #라피아세상 #비치드레스 #비키니마니아 #서핑은못함
지난 5월의 끝자락에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나의 첫 동남아 여행인 발리가 목적지였다. 이번 바캉스의 목표는 오직 눕기, 수영하기, 그러다 또 누워 있기였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그대로 맞으며 피부 걱정일랑 잠시 접어뒀다. 멋지게 그을린 피부, 아직은 봐줄 만한 자잘한 주근깨들을 보고 있자니, ‘비로소 서울의 혼란에서 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행 가방 속은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모든 안락하고 예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화려한 꽃무늬 수영복, 발리의 작은 골목 상점에서 파는 것들과 닮은 꽃무늬 비치 드레스, 라피아 모자와 가방은 필수다. 여기에 실로 짠 다양한 색상의 팔찌를 레이어드하고, 화려한 느낌이 감도는 골드 주얼리와 레트로풍 선글라스도 더해봤다. 여행 중 사흘은 세미냑에서, 사흘은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짱구 지역에서 머물렀다. 짱구 지역은 호주 등지에서 넘어온 서퍼들이 많아, 리조트 휴양지와는 사뭇 다른 바이브가 느껴졌다. 비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비키니에 쇼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녀도 무리가 없는 분위기라고 할까? 물론, 짱구에서도 서핑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터라, 수영장과 바닷가에서 다시 한번 태닝을 하고 몸을 식히기를 반복한 게 전부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행복했다. – 에디터 백지연
세상 가장 완벽한 고립 스페인 말라가 코르티호 후안 살바도르
#스페인로케후 #리얼후기 #모던이그조틱레이디 #피카소고향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면한 해안으로 ‘태양의 해안’을 뜻하는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지브롤터부터 그라나다까지 이어지는 지중해 해안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거점으로 삼는 항구도시 말라가가 있다. 이곳의 구시가지와 야자수가 도열한 해변가의 친근한 인상도 매력적이지만, 약간의 도전 정신이 있다면 산악 지대로 향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차로 1시간 반가량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간 다음, 다시 비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을 더 가면 스페인 전통 가옥풍의 호텔 코르티호 후안 살바도르가 나타난다. 올리브나무가 낮게 자란 산지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하얀 농가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데, 아주 오래된 나무 현관문을 열면 실내는 낡은 가구와 모로코풍 전등으로 꾸며져 있고, 아늑한 침실과 잘 정돈된 부엌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고립 그 자체가 주는 자유와 해방감은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이곳에서라면 투박한 스페인의 자연을 닮은 모래와 흙, 검은색의 낙낙한 옷이 어울릴 것이다. 말라가의 맞은편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게 터번을 툭 눌러쓰고, 수영장에 누워 뜨거운 햇빛을 식혀줄 시원한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것. 오로지 새소리만으로 이루어진 고요와 하모니를 이루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는 휴가다. – 에디터 이예지
내셔널지오그래픽st 여름휴가 호주 케언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니모를찾아서 #바다거북의산란터를찾아서 #험프백고래를찾아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을찾아서 #제인구달스타일 #환경운동가스멜
힙한 곳을 찾아다니고, 영감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 시간에 쫓기는 여행 대신, 이번 여름휴가는 오직 안구 정화를 위한 청정 지역으로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로 케언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호주 북동쪽 해안에 있는 아름다운 산호초 지역으로 이곳에는 400종의 산호초와 1,500종의 어류, 4,000종의 연체동물이 살고 있고,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듀공’이라 불리는 바다소와 붉은바다거북, 현존하는 포유류 중 5번째로 크다는 험프백고래는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만나야 할 동물로 꼽았다. 한편 육지에서의 탐험도 계획하고 있는데,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자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쿠란다 국립공원에 가보려 한다. 이곳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 우림, 쥐라기 시대에 서식하던 식물과 각종 희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을 탐험할 때의 룩은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바로 애슬레저 룩과 페미닌한 룩이 믹스된 스타일. 바다에서는 깔끔한 원피스 수영복에 챙이 넓은 등산 모자를 매치하고 등산화를 신을 예정이고, 육지에서는 파타고니아의 무릎까지 오는 레깅스에 비키니 수영복 톱을 입을 것이다. 여기에도 역시 등산 신발과 등산 모자를 매치하려 한다. 이른바 서울에서 온 환경운동가 스타일! – 에디터 김신
맛 따라 와인 따라 이탈리아 토스카나
사실 여름휴가의 목적지에 불을 지핀 건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이다. 잊고 있던 유럽의 여름볕, 푸른 수채화 물감을 뿌린 청명한 하늘, 녹음이 빽빽한 도심, 풍요로운 와인까지! 맞다, 이탈리아가 있지. 와인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있는 내게 더없이 완벽한 조건이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는 미국보다 접근성이 좋은 데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아 자연스럽게 루트가 그려지는 토스카나로 정했다. 피렌체로 들어가 낭만적인 하루를 보낸 후, 다음 날 토스카나 와이너리의 성지 키안티에서 농가 민박을 잡고 포도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오전에는 적당히 드레시하고 경쾌한 로에베의 카키색 러플 드레스를, 저녁에는 자크뮈스의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입으면 우아하겠지. 색이 그리울 땐 시스 마잔의 토마토색 드레스로 갈아타면 되고. 키안티 근처에는 탑의 도시 산지미냐노, 중세 마을 몬테리조니, 붉게 물든 시에나 등등 관광 스폿도 많지만 여름휴가니 바다를 포기할 수는 없다. 기차로 2시간 내에 갈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 마을, 친퀘테레로 넘어가 못다 한 태닝과 물놀이를 즐길 예정. 세 번의 짐을 쌌다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이동 과정이 벌써부터 두렵지만, 토스카나의 자연이 선사해줄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빛날 것 같다. 에디터 – 이예진
담백하고 흰 여름 영국 브라이턴 비치
#브라이턴 #브리티시서머 #희고담백한 #와비사비 #불완전한멋
와비사비와 소확행. 그리고 한강의 소설 <흰>. 이 세 가지가 내게 올여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게 했다. 투박하고 소박한 가운데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정신적으로 충만한 상태인 ‘와비사비’, 그리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인 ‘소확행’의 추구가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에 깃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택한 행선지는 ‘브라이턴(Brighton) 해변’!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추억을 하나쯤 간직한 ‘국민 휴양지’인 이곳을 향해 단출하게 짐을 싸고 흰 옷을 넣는다. 무수한 음영을 지닌, 아무 무늬도 없는 심플한 화이트 룩에 편안한 플랫 슈즈와 여유로운 실루엣의 백, 그리고 악센트를 주는 액세서리를 최소한으로 지닌 채 팰리스 피어 석양을 바라보며 피시앤칩스를 먹고 싶다. 대관람차와 회전목마로 동심에 취하고, 이내 다시 손쉽게 짐을 꾸린 채 흰 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세븐 시스터즈’ 앞에서 잠시 머물면 어떨까. “부족하고 덜해도 그게 인생이다”라는 말이 곧, ‘불완전하지만 편안하게, 온전한 나를 보여주는 스타일’이란 걸 깨달으며. 에디터 – 박연경
베짱이의 꿈 벨리즈 키코커섬
#개미보단베짱이 #더격렬하게_아무것도안할래 #나도좀쉬자 #그래도혼자가긴좀그런데
‘Go Slow’,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곳. 벨리즈의 키코커(Caye Caulker)섬은 게으른 자들의 성지로 불린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입에 담아보고 싶은 것이 위시리스트인 내겐 완벽한 곳일 수밖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빨리 흘러가는 요즘, 지난해 여름 발리 휴가에서 느낀 여유로움을 좀 더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낸 꿈 같은 장소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벨리즈는 멕시코 아래, 과테말라 옆에 자리한 아주 작은 나라다. 벨리즈시티에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키코커는 생소하지만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둘레가 2km밖에 되지 않는 이 섬을 도는 데 걸어서도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다. 이곳엔 소음도 범죄도 그리고 딱히 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 낮엔 수영복만 입고도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수영복에 가벼운 목걸이나 팔찌만 걸치고 해변으로 향한다. 태닝 후 남은 팔찌 자국조차 멋이고 추억일 터다. 저녁엔 뭐라도 걸치는 게 좋을 테니 통 넓은 얇은 바지에 가벼운 하와이안 셔츠를 걸치고, ‘Lazy Lizard Bar(키코커 해변의 바)’에 앉는다. 저녁 노을이 지는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면 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자여, 키코커섬으로 오라. 에디터 – 정환욱
- 패션 에디터
- 정환욱
- 사진
- Indigital Media,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