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전거 ‘따릉이’라는 트렌드세터를 따라, 라이더의 손길을 기다리는 자전거가 늘고 있다.
거리에 자전거가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하철역 출구 인근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 자전거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자주 목격되는 요즘이다. 그 자전거의 상당수는 이름도 귀여운 ‘따릉이’다. 서울시가 배치한 이 공공 자전거는 그간 여의도와 신촌 등 일부 동네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길거리 대여소로 치면 강남구엔 64곳, 종로구엔 52곳 등 2만 대 정도의 따릉이가 서울 시민과 함께 산다. 바이크서울닷컴 웹사이트나 ‘서울 자전거’ 앱을 통해 대여 신청을 하고, 자전거 몸체에 달려 있는 단말기에 비밀번호를 누른 후 사용하는 방식이니 번거롭다면 번거롭다. 하지만 굳이 구입하고 짐 스럽게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는 자전거라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동선이 있고, 그 동선상의 대여소가 파악된다면 1시간에 천원 정도인 이 자전거에 눈길이 갈 법하다.
따릉이와 같은 공유 자전거는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태어났다. 고양의 ‘피프틴’, 안산의 ‘페달로’, 세종의 ‘어울링’ 등도 시 차원에서 마련된 아이들. 우리보다 그 문제가 더 막중한 중국에서는 이미 공유 자전거를 타는 일이 생활화되어, 오히려 너무 많은 자전거 물량이 또 다른 고민으로 떠오를 지경이다. 중국 공유 자전거 브랜드의 양대산맥인 오포(ofo)는 1월부터 부산 지역에서, 모바 이크는 수원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국내 진출 했고, G바이크라는 이름의 자전거도 점점 보급이 늘고 있다. 이것들은 따릉이와 달리 지정된 대여소가 없는 게 장점이다. 자전거에 GPS가 달려 있어서 앱을 통해 나와 가까운 자전거를 찾아 타고,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장소라면 어디에든 반납해놓을 수 있는 방식. 자전거가 소속된 정거장 없이 세상을 유랑하는 셈이다. 아직까진 찬 바람에 다소곳이 대기 중인 경우가 많지만, 꽃피는 봄을 기대하며 론칭하는 공유 자전거 브랜드들.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최소한의 희망을 찾고자 줄줄이 태어난 이 자전거가 거리에서 흔해지기까지, 라이더는 미세먼지의 습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이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