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고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피부를 연출하려면 촘촘하게 재단된 피붓결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타고난 결이 좋지 않아도 제대로 된 메이크업 제품만 있으면 얼마든지 눈속임이 가능하다.
셀기꾼 화장품
‘찰칵, 찰칵.’ 카페, 버스, 지하철 등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여자가 둘 이상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셀피’ 찍는 소리다. SNS의 활성화로 그 어느 때보다 셀카를 애정하는 요즘, 앱과 필터의 도움 없이도 ‘셀기꾼’이 되려면 자체 ‘블러’ 효과를 내는 프라이머와 얼굴 윤곽을 재단해주는 하이라이터가 필수다. ‘얼짱 각도’로 턱은 깎을 수 있을지언정, 울퉁불퉁한 피붓결은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 피붓결을 매끄럽게 다져주며, 마치 피부를 위한 ‘보정 속옷’ 역할을 하는 프라이머는 양 조절이 관건이다. 과도한 욕심으로 많은 양을 발랐다가는 떼처럼 밀리기 십상이니까. 새끼손톱의 1/2 크기만큼 손등에 덜어낸 뒤 넷째 손가락으로 아주 소량씩만 둥글리며 바를 것. 모공 프라이머에 들어 있는 실리콘은 그 제품 의 태생상 물과 땀에는 잘 지워지지 않지만 세안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모공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니, 프라이머를 사용한 날에는 더 세심하게 클렌징한다. 하이라이터의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은 광대와 눈썹뼈 아래, 콧등, 눈 앞머리와 입술 큐피드 라인처럼 빛을 받고자 하는 부위에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다. 조금 더 대담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최근 인스타그램에 서 하이라이터 영상으로 화제를 일으킨 메이크업 아티스트 남보(@namvo)의 테크닉을 눈여겨보자. 그녀는 커다란 브러시에 리퀴드 타입 펄 하이라이터를 듬뿍 묻혀 윗눈썹과 이마가 닿는 부위에서부터 눈꼬리를 거쳐 광대 앞머리까지 큰 부등호를 그리며 터치한다. 일상적인 하이라이터 영역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터치해 빛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이라이터로 빛을 받는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면 다른 영역은 파우더로 매끈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조명을 받았을 때 피붓결이 더욱 매끈해 보이지 요.”라고 말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영의 조언 또한 참고하자.
윤기가 흘러넘치는 꿀잠 피부
피부 속에서부터 광이 흘러넘치는 듯한 피부는 몇 년째 반복되는 트렌드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빛에 조금 더 집중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크 카라스퀼로는 “이번 시즌 키 룩은 햇빛을 머금은 듯한 모던 뷰티 룩이에요.”라고 털어놨다. 투명해 보이는 펄이 들어 있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얼굴 중앙에 얇게 펴 바르면 일차원적인 빛을 넘어 피붓결 자체가 팽팽해 보인다. 빛을 받은 펄이 은은하게 반사돼 자체 플럼핑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피부 속부터 조명을 켠 듯 환한 광채 피부를 완성하는 첫걸음은 미세한 입자의 펄이 가득 들어 있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장만하는 일이다. 하이라이터로 단번에 빛을 부여하기보다는, 베이스 단계에서 차곡차곡 빛을 부여해야만 인위적이지 않은 진짜 광채를 연출할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은 촉촉한 수분 크림에 펄 베이스를 믹스해 눈 앞머리와 눈꼬리, 콧등을 연결한 삼각 지대 에만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촉촉한 질감의 파운데이션을 덧바르라고 조언한다. 얼굴 중앙에 은은한 광채를 주면 모공이나 주름 등 굴곡진 부분이 팽창돼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여자의 피부 톤 특성상 핑크 베이스의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색과 컬러가 분리되며 얼룩져 보일 수 있다. 노란 얼굴을 밝히고 싶다면 밝은 아이보리나 라일락, 옐로 톤의 메이크업 베이스를 선택하길 권한다.
고농축 크림과 같은 질감으로 파운데이션이 아니라 크림을 듬뿍 바른 듯 피붓결이 쫀쫀해 보이는 제품도 눈에 띈다. 일명 ‘누드스킨크림’이라 불리는 끌레드뽀 보떼의 ‘르 퐁 드뗑’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크레마 누다’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끌레드뽀 보떼는 브랜드의 시그너처 크림인 ‘라 크렘므’ 속 스킨케어 성분과 일루미네이팅 베일 인퓨전을 결합해 윤기와 균일한 커버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투명 피그먼트를 함유해 바르는 즉시 피부톤을 밝혀주고, 피붓결을 매끈하게 다듬어준다. 이또한 크림과 같은 제형으로 별도의 도구 없이 손으로 슥슥 펴 발라도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기존의 메이크업 제품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피부 톤과 결을 연출하고 싶다면, 컨실러를 활용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활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가벼운 질감의 수분 크림과 컨실러를 0.5:1 정도의 비율로 섞어 피부 전체에 얇게 펴 바르는 것이다. 잡티가 슬쩍 보일지언정, 지금 막 에스테틱에서 관리를 받고 나온 듯 피부를 맑고 화사하게 만들어, 잡티는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텁텁해 보이는 피부보다 100배는 더 예뻐 보인다.
가볍고 투명한 아기 피부
아기 얼굴을 옆에서 지그시 바라보면 아지랑이 같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누워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보송함이 피붓결을 더욱 예뻐 보이게 만드는 비밀이다. 이러한 피부 표현은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계절에 더더욱 적합하다. 보송한 피부에는 먼지가 들러붙을 틈이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니즈에 부응해 다양한 브랜드에서 보송하고 가볍게 마무리되는 파운데이션을 선보인다. 가벼운 질감의 제품은 커버력이 약하다는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시즌 출시되는 세미-매트 질감의 파운데이션은 하나같이 밀착력에 주목했다. 기존의 리퀴드 파운데이션에 비해 2배 정도 농도가 진한 식물성 베이스의 미네랄 울트라-하이 피그먼트 입자를 넣어 텁텁함 없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도록 만든 디올이 대표적이다. 파우더가 아닌 피부를 유연하게 만드는 에몰리언트 젤 베이스에 아주 미세한 색 입자를 고속냉융합 테크놀로지로 녹여, 과도한 유분을 조절하고 시간이 지나도 들뜨지 않게 만든 바비 브라운도 주목할 만하다. 가벼운 밀착력과 투명하게 정돈되는 마무리감이 프레시 스킨이라는 목표에 딱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글리세린과 시어버터 등 실제 스킨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을 추가하면서 촉촉함까지 살렸으니 마무리가 더 가볍고 투명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 뷰티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엄삼철, 이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