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달려볼까 하고 결심한 이들을 위한 러닝화.
러닝화의 아웃솔(밑창)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 독특한 무늬는 러닝화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특별한 기술의 암호와도 같다. 우선, 뉴발란스 993 시리즈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의 쿠셔닝 시스템 덕분에 스티브 잡스, 스테파노 필라티,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마니아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 그리고 나이키에서 선보인 슈퍼 플라이나 루나 글라이드는 신기술을 적용한 가벼운 소재의 밑창이 제품의 메인보드 역할을 하는데, 바닥 아래에 나이키 센서를 장착하면 아이폰이나 아이팟과 연동돼 달리는 속도와 거리, 소모 칼로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신발 밑창에 동그랗고 속이 빈 튜브를 사용한 새로운 쿠셔닝 시스템과 지그재그 형태의 밑창을 개발한 리복의 직텍 직소닉 러닝화는 이러한 밑창이 다리 근육의 피로와 충격을 20퍼센트까지 감소시켜 좀 더 오래, 그리고 더 빨릴 달릴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히기도. 한편 푸마는 아웃솔에 바이오라이드 기술을 적용해 신체의 리듬을 유지하며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경량의 파스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특유의 비비드한 색감 덕분에 스트리트 캐주얼화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굳이 조깅을 나서지 않더라도 러닝화가 지닌 그 독특한 스타일과 편안함에 빠진 이들이라면 스테파노 필라티나 라포 엘칸처럼 말끔한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한 창의적인 룩을 즐길 수 있다. 사실 해외 배송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뉴발란스 시리즈를 수집하는 이들 중에서 실제 조깅을 즐기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달리기는 무척 철학적인 운동이에요. 사색을 위해 알맞은 도구이고, 인생을 성실히 사는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죠. 지금 러닝화라는 아이템에 열광하는 어린 세대에게는 패션 스타일 중 하나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 유행의 시초는 달릴 때 신는 신발이라는 점에 있어요. 러닝화를 일상에서 신는다는 건, 자신이 ‘러너’라는 자랑스러운 표현의 한 방법이었죠.” 마라토너이자 러닝화 마니아인 신세계 백화점 바이어 최재혁 과장의 말이다. 그러니 스타일링 반전의 위트를 노린 무늬만 러닝화보다는, 러닝화의 밑창에 탑재된 기능성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며 ‘일상의 러너’가 되는 것이야말로 진짜 쿨한 자세가 아닐까.
- 에디터
- 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