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찍은 거 맞아?
분명 표정도 포즈도 완벽했는데, 남이 찍어준 내 사진은 왜 이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예상과 다른 내 모습에 자존감을 상실한 경험이 여러 번이라면 더 이상 상처받지 마세요. 과학이 말하길, 남이 찍은 사진은 ‘원래’ 이상한 법입니다.
거울에 익숙해진 내 모습이 뇌를 속이니까

우리는 매일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확인합니다. 이때 얼굴은 좌우가 반전된, 현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뇌는 반전된 이미지를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나’로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거울 속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 연구에서, 사람들이 거울 속 자신을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선(Bruno, 2011, Perception), 거울에 자주 노출된 쪽 얼굴에 더 강한 애착을 느끼고, 반대 방향의 얼굴은 낯설고 어색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죠. 즉, 남이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외모’의 문제라기보단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착각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익숙함을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판단하곤 하니까요. 결국 우리는 ‘못나 보인다’가 아닌, ‘낯설다’라고 스스로를 느끼는 것입니다.
사진은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포착하니까

거울 앞에 선 우리는 미세하게 고개를 돌리거나, 표정을 달리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모습을 구현합니다. 반면 사진은 조정이 불가능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요. 이 때,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표정이나 긴장감, 흐트러진 자세를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보통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상대가 움직이는 모습에서 표정의 흐름과 전반적인 에너지를 느낍니다.
하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은, 평소 인식하지 못했을 순간을 고정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어색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인상을 줍니다. 얼굴의 대칭성, 피부의 질감, 미세한 표정이 드러나면서 평가가 가혹해질 수밖에 없죠. 더욱이 카메라 렌즈의 왜곡 효과로 인해 얼굴 비율이 실제와 다르게 찍히기도 합니다. 얼굴이 퍼져 보이거나, 일부 부위가 부각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현상이죠. 사진은 내가 원하지 않은 찰나를 기록한 것인 만큼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자존감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특히 SNS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타인의 ‘완벽한 순간’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면서 외모의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고 있죠. 사진 속 나를 평가하고 누군가와 비교하는 대신, 이런 순간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아름답지만, 가끔은 미완성되고 어설프기 마련이니까요. 불완전한 순간 마저 유쾌하게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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