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연구소에서 밝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이유

최수

모두에게 찾아오는 그런 날이 있어

아무 이유 없이 멍하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의욕 없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날이죠.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는 건,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되었고, 이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의미로요.

뇌가 셧다운 모드에 돌입하는 이유

unsplash

우리 뇌는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생각하고 집중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죠. 평소 외부 자극에 많이 노출되면, 이를 소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고, 과정이 반복되면 일종의 과부하 상태에 이릅니다. 이럴 때 우리 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을 중단합니다. 일종의 ’셧다운’ 모드에 돌입하는 셈이죠. 뇌가 행동을 멈추고서야 비로소 피로를 회복하는 모드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unsplash

문제는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과잉 자극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UCLA 뇌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는 과잉 자극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죠. 스마트폰이 대표적인데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의 반응성이 높아지고, 만성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감정 노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정서적 피로가 쉽게 누적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더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을 더 자주 마주하는 것이죠.

무기력, 이기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unsplash

그렇다면 이런 무기력증을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기력한 날은 일종의 탈진 상태, 다시 말해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회복 반응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뇌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쉽고 단순한 선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거든요. 손이 가는 대로 유튜브를 켜고, 의미 없이 릴스를 넘기는 행동은 뇌가 일을 하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의미죠. 이는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라기 보단, 뇌가 진짜 회복을 원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면, 회복을 위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평일에 채우지 못한 수면시간을 충분히 누려보는 것이죠. 짧은 산책도 좋습니다. 잠시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에너지를 되찾거든요. 가끔은 생산적인 행동에 집착하기 보다, 좀 더 게으르고 나태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모습마저도 당신에게 꼭 필요한, 휴식의 순간일 테니까요.

사진
unsplash, Getty image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