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까지 잘 입는 감성 푸드 크리에이터 4인

민지예

요리와 예술 사이, 감각으로 소통하는 크리에이터들

인스타그램을 열면 시각적 황홀함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 같은 플레이팅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계정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 사람, 옷도 저렇게 센스 있게 입을까? 어떤 집에서 살까?’ 하는 호기심이 꼬리를 물기 마련이죠. 맛을 넘어 미적 감각을 자극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주목 받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요리와 패션, 공간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무궁무진한 미적 세계로 초대하는 네 명의 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라일라 고하르(Laila Gohar)

30만 팔로워를 거느린 라일라 고하르는 스스로를 ‘음식을 창작 매체로 사용하는 아티스트’라고 정의합니다. 이집트 카이로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한국에서도 2023년 10 corso como 팝업으로 이름을 알렸죠. 올해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마리메꼬와 함께한 ‘Pillow Talk’ 컬렉션으로 주목받았습니다.(@lailacooks)

@lailacooks
@lailacooks
@lailacooks

라일라의 매력은 초현실적이면서 복고적인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하는 데 있어요. 커다란 빵으로 만든 소파나 초콜릿으로 빚은 칠면조처럼, 동화 속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합니다. 이런 창의적 시선은 그녀의 패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데요. 빈티지한 실루엣에 위트 있는 디테일을 더하는 스타일링은 그녀의 음식 작품과 같은 미학 언어를 공유합니다.

빵으로 만든 소파 @lailacooks
초콜렛 칠면조 @lailacooks

플린 맥개리(Flynn McGarry)

@dinningwithflynn
젬하우스 @dinningwithflynn
플린의 집 @dinningwithflynn

“Former Teen Chef.” 플린 맥개리의 인스타그램 소개글은 간결합니다. 1998년생, 현재 26세인 그는 일찌감치 ‘셰프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렸죠. 12살에 프라이빗 디너를 시작하고, 16살에 세계적인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에서 경력을 쌓은 ‘천재 셰프’입니다.(@dinningwithflynn)

@dinningwithflynn
@dinningwithflynn
@dinningwithflynn

하지만 그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타이틀보다 사람 냄새 나는 그의 스타일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될 겁니다. 제철 재료로 채워진 요리, 빈티지 가구로 꾸며진 집, 그리고 낚시용품 가게 로이스(Roy’s) 티셔츠까지. 꽃과 앤티크, 빈티지를 사랑하는 플린은 요리에서도, 패션에서도 ‘의도된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요. 이탈리아어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 불리는 이 태도는 “어려운 일도 쉬워 보이게 하는 우아함”을 뜻하는데요. 그의 요리처럼, 세심한 계산과 노력 끝에 완성된 꾸안꾸 자연스러움이 그의 매력 포인트 아닐까요?

시시 폴레, 팻 셔처(Sissi Pohle, Pat Scherzer)

시시, 폴
시시 & 폴

베를린 외곽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이 커플, 시시 폴레와 팻 셔처는 앤티크 큐레이터이자 푸드 크리에이터 입니다. 이들에게 앤티크 쇼핑과 요리는 마치 신나는 놀이터처럼 느껴져요. 결이 살아있는 나무 테이블 위, 오래된 리넨 천 위에 놓인 빈티지 실버웨어, 시선을 확 사로잡는 커다란 리본, 그리고 마치 우연히 던져진 듯한 버터 한 덩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연출된 장면에서 이들의 남다른 감각을 확인할 수 있죠.(@sisi_pohle @pat_scherzer @outofusberlin)

이들의 매력은 테이블 세팅만큼이나 패션에서도 빛납니다. 대담한 컬러 선택, 오버사이즈 실루엣, 레트로 패턴의 조합은 마치 이들의 플레이팅처럼 조화롭고 독창적이에요. 의도된 커플룩도 인상적이지만, 각자의 옷차림에서도 ‘이 커플’만의 정체성이 지문처럼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시시와 팻은 지금 현재 베를린 외곽 시골 마을에서 여유로운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 중입니다.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쉼과 영감을 선사하죠. 톡톡튀는 감각과 전원 속 그림같은 집, 지금 당장 팔로우해야 할 이유죠.

민새빛 & 앤드류 테오(Sebit Min & Andrew Teoh)

sum studio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s.u.m studio는 그래픽 디자이너 민새빛과 앤드류 테오가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입니다.(@sebitmin @andrew_teoh @s.u.m.studio)

이들은 ‘베이킹’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오븐에서 방금 꺼낸 듯한 마들렌, 모나카, 머랭 쿠키 형상의 세라믹과 실제 쿠키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어요. 베이킹 작업은 민새빛 디자이너가, 세라믹 제작은 앤드류 테오 디자이너가 맡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합니다.

‘Baking(굽는다)’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와 ‘만질 수 있는 세라믹 오브제’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창작의 언어예요. 특별한 테이블 위, 이들의 작업은 하나의 감각적인 퍼포먼스로 완성됩니다. 이들이 선보일 다음 테이블이 더욱 더 기대되네요.

사진
각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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