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속지 마세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의식적으로 단 음식을 찾게 됩니다. 그중에서 초콜릿은 단연 손꼽히는 길티플레져(Guilty Pleasure)죠. 달콤한 맛으로 기분을 풀고 싶은 의도와 달리, 초콜릿은 장기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무의식적으로 찾은 초콜릿 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 감정적 식습관이 생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찰나의 위로, 그 뒤로 찾아오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초콜릿은 설탕과 지방을 결합한 식품입니다. 한 입만 먹어도 우리 몸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죠. 설탕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고, 초콜릿 속 카페인은 몸을 빠르게 각성시키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2)에 따르면 초콜릿은 마치 마약과 같아서, 뇌의 보상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해 먹는 순간 큰 만족을, 그리고 그 못지않은 반동을 일으킵니다. 여기서 반동이란, 섭취 후 30분~1시간 이내에 찾아오는 ‘피로감’과 ‘우울감’을 의미하죠. 이는 흔히 ‘혈당 스파이크’라고 알려진 증상입니다. 혈당이 고점을 찍고 빠르게 떨어지면서 감정 기복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2021년 식욕(Appetite)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초콜릿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단 음식을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 능력이 낮고, 정서 회피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단맛으로 감정을 덮고 회피해 버리는 것이죠. 이때 스트레스 상황은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달라질 게 없고, 감정적으로 단 음식을 섭취하는 패턴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다크 초콜릿은 다 괜찮다는 오해

이쯤되면 생각나는 게 ‘다크 초콜릿’입니다. 일반 초콜릿과 다르게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설탕 함량이 낮아 다이어터도 부담없이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죠. 게다가 하루 20g 이내의 다크초콜릿 섭취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다크 초콜릿이라도 ‘설탕’이 포함된 제품이라면 혈당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 둘째, 감정을 회피하는 용도로 초콜릿을 섭취하는 경우, 다른 간식과 같은 방식으로 뇌가 반응한다는 것. 셋째, 다크 초콜릿이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며 카카오 함량 70% 이상에 설탕과 지방 비율이 낮은 제품만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절제된 식단 안에서 다크 초콜릿을 소량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감정을 달래는 수단으로 많이, 반복적으로 섭취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접근 방법 바꾸기

그럼에도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면, 먹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미국 심리학회에서 감정적인 섭식을 조절하기 위해 추천하는 ‘인지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방법이죠. 이를테면, 초콜릿을 먹고 싶을 때 당장 입에 넣기보단 5분 정도 다른 일을 한 뒤, 여전히 먹고 싶을 때 천천히 섭취하는 것입니다. 아주 잠깐 섭취를 미루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인 감정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회의 설명입니다. 초콜릿을 감정의 도피처로 사용하지 않고 건강하게 즐기면서, 달콤한 위로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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