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마녀라고 불리던 하얀 소녀가 다시 태어났다

이예지, 권은경

‘시처럼 살기’

에드워드 리 셰프와의 미식 여행을 거쳐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과 영화 <파과>까지, 배우 신시아의 목록이 올 상반기를 채운다. 그동안 신시아는 기다림이라는 값진 선물을 만끽했다.

러플 톱, 스커트, 버건디색 뮬 샌들,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불규칙한 비스코스 필 쿠페 소재 미디드레스, 사펠레 컬러의 스몰 파라슈트 백, 펌프스 힐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W KOREA> 어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제작발표회가 있었죠? 시아 씨는 긴장감 없이 말을 정연하게 잘해서 놀랐네요. 극 중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표남경은 ‘뽐생뽐사’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신시아 부족함 없이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 친구예요. 사랑스럽고, 좀 허당이에요(웃음). 스스로는 똑 부러진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봤을 때는 허당이라 웃기고 귀여운.

고윤정 배우가 연기하는 오이영이라는 인물과 성격이 아주 다른 캐릭터 같더군요. 4월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하니까 이제 지켜보면 차차 알게 되겠죠.
오이영이 T라면 표남경은 F인 거죠. 이 작품 찍는 동안 현장에서 혼자 울 일이 많았어요. 감정적으로도 풍부한 캐릭터라 우는 신 같은 감정신이 거의 다 남경에게 몰려 있었거든요.

대본 리딩 영상을 보니, 앉은 자리에서도 몸짓을 많이 하고 에너지를 쏟는 모습이라 흥미로웠어요. 영화 <마녀 Part 2>에서는 무감정이던 소녀가 표남경으로 다시 태어났네요.
맞아요, <마녀 Part 2>의 ‘소녀’와 감정적으로 완전히 정반대죠. 발산하는 연기 경험을 이번에 원 없이 했어요. 촬영 전 리딩 때부터 웬만하면 숨기거나 아끼지 않고 제가 할 연기를 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최대한 보여드리면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요.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분이 미디어상으로만 보아서는 조금 뚱한 인상을 주기도 하거든요. 워낙 감정 그래프가 일정한 분이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감독님, 천사예요. 그리고 진짜 귀여우세요. 한마디로 ‘귀여운 천사’(웃음). 제작발표회 때도 그렇고 같이 콘텐츠 촬영을 하면서도 새삼 느꼈는데, 배우들이 가진 장점이나 특징을 파악해 적절히 언급하면서 작품을 크게 아우르며 챙겨주시죠. 대놓고 챙긴다기보다는 그렇게 저희를 지켜보면서 챙기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든든하면서 감동적이에요.

작년 초 촬영 중 의료계 이슈가 생기면서, 방영 일정도 늦춰졌습니다. 감독님이 제작발표회에서 ‘젊은이들의 예쁜 이야기가 그 자체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어떤 영향으로 좀 삐뚤어지게 읽힐까 싶어 걱정’이라고 하셨죠. ‘우리 애들 좀 예쁘게 봐달라’고 하실 때 그 마음이 느껴지더군요.
촬영을 마치고 지금까지, 1년 정도 기다렸네요. 그동안 종종 엠티도 갔어요. 배우들끼리만 친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 제작사 에그이즈커밍 식구들까지 다 끈끈해졌거든요. 그럴 때마다 신원호 감독님도 같이 가셨고요. 감독님은 촬영장에도 자주 나오셨어요.

실크 트윌 톱,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신원호 감독님은 연출자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로 함께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작품인 만큼 기존의 DNA도 분명 있겠죠. 감독님 작품들에는 슬로우 템포라는 특징이 있는 것 같거든요. 자극적이지 않고 호흡이 느린 드라마에서는 특히 캐릭터와 배우들의 앙상블이 중요해 보여요.
맞아요, 공감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도 전개가 빠르다거나 극적이고 큰 사건 위주로 흘러가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핵심은 결국 ‘캐릭터’ 같아요. 캐릭터들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매력적인지 여부가 중요할 거예요.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이 드라마는 일종의 ‘성장기’거든요. 초반 회차에서는 1년 차 전공의라는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세계관을 펼쳐놓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이후 좀 더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케미스트리가 발생하면서 훨씬 재밌어질 거예요. 곰탕을 끓일 때처럼 갈수록 진한 맛이 나고 흥미로워지는 거죠.

비유도 먹을 걸로 하네요(웃음). 아니, 어쩜 그렇게 잘 먹어요? 두 달 동안 방영된 tvN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 아주 맛있게 봤어요.
제가 워낙 잘 먹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저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던 분들도 잘 먹어서 보기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에드워드 리 셰프와 변요한, 고아성, 신시아 배우가 지방 도시들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 리얼리티 예능이었죠. 배우 세 분은 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나요?
아, 아성 언니는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언니랑 요한 오빠는 작년에 같이 영화를 한 사이고요. 저는 요한 오빠를 몇 년 전 <더블유> 행사 때 처음 만났죠. 그때 만나 가까워진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끼리 ‘전설의 행사’라고 얘기해요(웃음).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을 보고서 아성 씨나 시아 씨가 영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모습에 놀란 시청자가 많을 듯해요.
제 경우 그냥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게 다예요? 에드워드 리 셰프와 일상적인 대화도 아니고 식재료나 음식 문화에 관한 대화를 꽤 한 것 같은데.
저, 영어 그렇게 잘하지도 않아요. 많이 쓰고 익히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지금 정도가 된 거죠. 부모님 두 분 다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셨거든요. 그 영향으로 더 공부하게 된 점은 있어요.

유연한 트윌 실루엣의 셔츠, 스커트, 뮬 샌들,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가죽 폼폼 위그, 가죽 꽃으로 장식된 샤르무즈 드레스, 코트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예능 촬영 때 생각보다 카메라도 스태프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진 않았나요? 배우의 첫 예능 경험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네, 카메라가 많아서 처음엔 낯설었어요. 그런데 좀 적응되니까 누가 나를 찍고 있다는 사실 같은 건 다 까먹게 되더라고요. 방영 시작하고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거든요. 그래도 방송 출연인데 평상시랑 그렇게 똑같이 굴면 어떡하냐고(웃음). ‘어떤 면을 보여줘야겠다’ 같은 건 생각만 해도 어색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예능, 저는 어려워요. 연기보다 더 어려운 거 같던데요. 출연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어떤 점이 가장 고민이었어요?
<마녀 Part 2>가 2022년 여름에 개봉했어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다음 출연작까지 시간이 좀 흘렀죠.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방영도 늦어졌으니, 결국 제 차기작은 예능이 된 거잖아요. 제가 배우로서 보여드린 모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모습을 노출하는 게 과연 어떨까 싶어 걱정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셰프님 팬이기도 했고, 영어 소통이 가능한 출연자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여러 조건이 맞아서 하게 됐어요.

참 희한하죠. 공백이 있다가도 무언가 몰릴 때는 한꺼번에 몰려와요. 시아 씨가 출연하는 예능, 드라마, 영화 공개 시점이 모두 올 상반기입니다. 4월 30일 개봉하는 민규동 감독의 <파과>는 제가 손꼽아 기다리는 2025년 한국 영화 중 하나예요. 정보가 없는 상태로 시나리오만 봤을 때부터 너무나 참여하고 싶었어요. ‘60대 여성 킬러’라는 소재부터 흥미롭잖아요.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성도 묘했고, 그동안 보지 못한 색깔의 작품이었어요. 저는 구병모 작가님의 원작 소설 <파과>와 그 프리퀄에 해당하는 <파쇄>도 재밌게 읽었어요. <파쇄>는 제가 연기한 이혜영 선배님의 아역, ‘설화’와 설화를 킬러로 키운 스승 ‘류’의 전사를 담고 있죠.

혹시 영화에 캐스팅되기 전부터 이혜영 배우의 존재를 알았나요? 한국에 그런 아우라를 가진 여배우가 또 없거든요.
그럼요. 아주 시네마틱한 선배님인데, 당연히 알았죠. 정말 매력적이세요.

리넨 드레스, 개구리 장식의 라나 뮬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파과> 예고편에서, 신시아의 하얀 얼굴에 번진 핏자국이 강렬하더군요. 시아 씨는 <마녀 Part 2>에서 처음 등장할 때도 몸에 피칠갑을 한 상태였어요.
<마녀 Part 2>의 소녀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였다면, <파과>의 설화는 너무나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절제하는인간이에요. 환경과 상황과 사정 때문에 삼키고 살아야 하는 게 기본값이죠. 배고프고 죽기 직전인 저를 김무열 선배가 구해줘요. ‘손톱’이라는 킬러명도 얻고.

<파과>를 위해서 혹시 액션 훈련을 꽤 받아야 했나요? <마녀 Part 2>로 액션스쿨 경험은 있으시죠.
합을 맞춰야 하는 일이 <마녀 Part 2> 때보다 훨씬 많았어요. 저는 특별 출연이라 촬영 회차는 6회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초능력 액션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싸움을 해야 했으니까요. <파과> 촬영 시기가 <언젠가는 슬기로 울 전공의생활>과 겹쳤어요.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때는 거의 액션스쿨에서 살았네요.

평소엔 어떤 운동을 하나요?
원래는 필라테스나 요가 위주로 하다가 <파과> 이후로 복싱, 러닝을 하고 있어요. 정적인 운동에서 액티브한 운동으로 바뀐 거죠. 드라마를 해보니,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체력이 중요하더라고요. 외형적인 문제보다는 체력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운동하고 있어요. <파과>를 하면서 액션이 얼마나 재밌는 건지도 알았고요.

오, 복싱이요! 액션이 잘 맞던가요?
고통도 기쁨으로 승화되던데요? 쾌감 있어요. 합이 중요한데, 서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리얼하게 완성됐을 때의 뿌듯함과 팀워크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김무열 선배님이 액션을 정말 잘하세요! 마침 <범죄도시 4> 개봉 즈음이었는
데, 우리 현장에서도 연습 몇 번 만에 완벽하게 액션 합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 액션 롤모델로 삼게 됐어요. ‘몇 살 때부터 액션을 하셨나요?’ ‘어떻게 하면 선배님처럼 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자꾸 질문하면서(웃음). 복싱장도 선배님한테 소개받았어요.

복싱의 매력은 뭔가요?
제가 하나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복싱도 딱 상대방에게 몰두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복싱과 액션은 완전히 달라요. 촬영하면서 액션을 할 때는 뭐든지 동작을 크게 하면서 몸을 써야 해요. 카메라에 잘 보여야 하니까.

코쿤 실루엣 셔츠, 주름 스커트, 개구리 장식 뮬 샌들, 이어링, 말차 컬러 스몰 파라슈트 백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예전에 한 무술 감독님이 싸움을 잘하는 것과 액션 연기는 다른 거라고 하신 게 기억나네요. 배우들의 액션은 ‘연기’에도 방점이 찍히는 행위죠.
네. 연기할 때는 주먹을 뻗더라도 팔을 이렇게 뒤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움직여요. 복싱에서는 그렇게 움직임을 크게 했다가는 수가 읽히니까 훨씬 짧고 빠르게 타격해야 하고요. 그런 차이를 아는 것도 되게 흥미로웠어요.

여러모로 건강해 보이는 인상이네요.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 먼저 부름을 당해야 일이 시작되잖아요. 데뷔작 이후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어떻게 지내려 했어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을 사는 태도를 새롭게 정립한 건지 궁금해요.
기다리는 법을 배웠어요.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결국 스스로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이기도 했고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 공의생활> 들어가기 전에, 제 자존감이나 전반적인 무드가 거의 바닥을 친 시기가 있어요. 주목받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데뷔했음에도 연이어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건,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 아닌가… 그 생각으로 점점 저 자신이 싫어지더라고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정도까지 갔죠. 그때 읽던 책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봤어요. ‘우리는 매일매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무슨 책이었나요?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 리고 있어>라는 서평집이에요. 제가 유진목 시인을 아주 좋아하는데, 유진목 시인의 시집 <식물 원>에 대한 서평도 실려 있었어요. ‘와, 이거 대박이네! 그래, 그냥 매일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나름 ‘다시 태어나기 프로젝트’라는 것에 돌입했죠. 제가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평소 안 해봤고 안 해볼 것 같은 일을 쭉 리스트로 썼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기, 동네 주민센터에서 제빵 배우기, 익명 독서클럽 운영하기, 혼자 여행하기….

흥미진진한데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거죠?
그즈음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캐스팅 확정 전이었거든요. 감독님과 1차 미팅 후에 세운 프로젝트인데, 2차 미팅 때 저한테 ‘대체 뭘 하다 온 거냐’ 하시더라고요. 정말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제가 이전 미팅 때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였대요(웃음).

최근 들어본 모든 경험담 중에 가장 밝고 희망 차고 예쁘네요. 독서를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시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시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마냥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시를 배우러 다니면서 든 생각이 있어요. 유진목 시인이….

네? 시 수업을 들었다고요?
네. 시가 너무 좋아서, 혜화동으로 배우러 다녔어요. 유진목 시인에게 배우는 수업.

일명 다시 태어나기 프로젝트의 이행 리스트 중 하나였겠군요.
거기서 이런 말씀을 들었어요. 남한테 말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만 쌓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을 아주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분출하고 나면 거기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대요. 시를 쓴다는 건 자유로워지는 과정인 거죠. 제 경우 경험과 감정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보다 시적인 표현을 보면서 더 영감을 받고, 더 많은 감정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시를 좋아하나 봐요.

시퀸 엠브로이더리 니트 드레스, 가죽 뮬 샌들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서 로맨틱 코미디로 풀 수도 있고 스릴러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글에는 문체가 있고 그 사람의 스타일이 배어나는데, 시아 씨가 쓴 시는 어때 보여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시인들의 영향을 좀 받는 것 같기는 해요. 저도 모르게 제가 많이 봐왔던 스타일대로 쓰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무겁고 불편한 주제를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 낼 수 있는 것도 시의 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써냈을 때 좀 뿌듯함이 있었어요.

드라마와 영화와 복싱과 시. 오늘의 대화는 시로 치면 일단 ‘자유시’인 건 확실하네요.
저, 오늘 이 말을 가장 하고 싶어요. 제가 요즘도 집중적으로 하는 생각은 딱 하나거든요. 그냥 모든 걸 흐름에 맡기면서 살고 싶다는 거. 유영하듯이, 서핑하듯이요. 그동안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너무 계획을 세우면서 살았고, 걱정하면서 살았어요. 계획적으로 움직이면 걱정이 줄어들죠.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다시 또 무언가를 더 계획하게 되고요. 이제는 반대로 살고 있어요. 어떤 모양을 정해두고 싶지가 않아요. 구체적 구조도 없고,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시처럼. 나를 그냥 놔둔 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요. 그런 데서 오는 영감과 성장도 있어요.

신시아를 일으키는 데 시가 혁혁한 공을 세운 거군요?
달라지고 보니, 작품을 기다리느라 힘들었던 시간이 정말 감사한 선물처럼 느껴져요.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진중하게 고민해볼 기회도 없었을 것 같고, 지금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니까 연기하는 것도 이전과 다른 느낌이에요.

시인의 태도를 가지고 최후 발언을 남긴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제 일을 사랑합니다. 이제 진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면서 해볼게요.

포토그래퍼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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