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호르몬만 탓하지 마세요.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울컥한 경험이 있나요? 방금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듯 밀려오는 순간처럼요. 이럴 땐 대게 당황해하거나 눈물을 참으며 스스로를 추스르려 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눈물은 뇌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가장 본능적인 방법이며, 억누를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를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이기도 하거든요.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이 울음을 만든다

눈물은 어떤 감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습니다. 특히 묵혀둔 감정일수록 그렇죠.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평소에 화나거나 슬픈 감정을 스스로 무시하고, 밀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려드는 업무에 짜증 나고 피로감을 느끼지만 “괜찮아, 다들 이렇게 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눌러버리는 식이죠.
문제는 이런 방식이 반복될수록 뇌와 몸은 더 많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인데요. 감정 억제 습관이 있는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더 큰 부담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겉으로는 멀쩡한 상태이지만, 뇌가 작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해 눈물, 떨림, 울컥함과 같은 신체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울컥하는 감정은 한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눈물을 받아들이고 나를 회복하는 법

뇌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눈물을 통해 긴장을 낮춥니다. 미네소타대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눈물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고 교감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눈물이 정서적 긴장을 조절하는, 일종의 자가 방어 시스템인 셈이죠. 울고 나면 몸이 노곤해지거나 머리가 맑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울음은 자신에게 솔직한 감정을 허락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마음을 마주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감정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심리학자 라파엘 바렌은 “울음은 마음속 얽힌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내는 작업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튀어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그치게 할 필요도, 수치심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머릿속 복잡한 감정이 정리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괜찮다고 여겼지만 피로감과 무기력이 지속되거나, 작은 말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보세요. 두통, 소화불량, 불면 같은 실질적인 몸의 증상도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몸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모든 감정을 반드시 입 밖으로 꺼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하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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