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K, 한국 여성 작가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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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가 세계로 뻗어 나간다. 우연보다는 필연, 출판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흐름이다.

한류의 다른 말, 알파벳 ‘K’는 여러 단어 앞에 붙어 모습을 바꿨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까지 ‘K’의 영향력은 끝을 모르고 뻗었다. 이 파급력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문학에까지 이르렀다. 이 후끈한 바람의 끝은 어딜까 생각한 찰나, 이번엔 이른바 ‘K에세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새 챕터가 시작됐다.

올 초부터 한국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가 억대 선인세를 조건으로 영미권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야기장수)는 영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 산하의 더블데이, 미국 출판사 하퍼콜린스 산하의 에코와 각각 ‘프리엠트’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이는 타 출판사와 경쟁을 피하고자 높은 선인세를 제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국 에세이가 이런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금희 소설가의 에세이 <식물적 낙관>(문학동네) 역시 미국 사이먼&슈스터 산하의 서밋북스와 계약을 맺었고, 윤이나 작가의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세미콜론)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트랜스월드와 판권 계약을 마쳤다.

세미콜론의 김지향 편집팀장은 지금의 흐름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전에도 음식 에세이 ‘띵’ 시리즈는 아시아권으로 활발히 수출됐습니다. 다만 이번 책이 영미권으로 진출한 것은 놀라운 성과입니다. 한국 1인 여성 가구 세대주의 삶을 라면에 빗댄 이야기가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잘 맞물렸기 때문이죠”. 출판사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K에세이는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권에 주로 팔렸으며, 북미 및 유럽의 출판인들은 픽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한국 여성의 진보적인 사고와 생활 방식을 거침없고 개성 있는 문체로 그려낸 에세이에 주목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에세이는 모두 한국 여성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조명하는 이야기다. 일례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동거 형태의 ‘조립식 가구’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 에세이다. 이를 두고 <뉴욕 타임스>는 ‘새로운 삶의 형식을 개척한 한국 여성의 혁명적 목소리’라 평했으며, 이것이 이번 계약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이연실 대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서양이나 유럽의 여성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해외 출판인들 모두 이런 편견에 유쾌하게 맞서는 두 작가의 연대에 공감하고 드라마보다 극적인 서사에 매료됐죠.”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해외 에세이의 차이점 역시 지금의 유행을 뒷받침한다. 영미권에서는 한 사람의 서사를 풀어낼 때 전기나 회고록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K에세이는 인생의 변곡점과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이런 연유로 한국 여성 에세이스트의 글에 공명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해외 출판계는 단순한 소개를 넘어 판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거리 레이스가 될 K에세이 열풍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프리랜스 에디터
홍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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