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탁한 카키나 모카가 더 멋있어 보일 때가 있죠.
봄이 오면 거리엔 밝은 컬러가 범람합니다. 화이트, 핑크, 라일락, 옐로 등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색들이긴 하죠. 그런데 오히려 이런 때, 일부러 탁한 색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키, 모카, 스톤그레이처럼 흐릿하고 한 톤 내려앉은 색. 왠지 더 멋져 보이지 않나요? 쨍하지 않아서 부담 없고, 정제된 느낌 덕에 ‘옷 잘 입는다’는 인상까지 줍니다. 눈에 확 띄지 않아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들. 봄날에 톤다운 컬러를 입은 패션피플들의 룩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세요.

톤다운 컬러를 입는다는 건 과장된 봄 색감 사이에서 오히려 조용하게 돋보이겠다는 뜻이에요. 체크 재킷과 청바지, 스니커즈의 조합도 톤다운된 컬러로 정리되면 이렇게 멋스러워집니다. 각 잡힌 블레이저가 아닌, 조금 루즈한 핏도 그 역할을 하죠. 꾸안꾸 분위기, 봄엔 이런 게 오히려 시선 강탈입니다.

이너를 화이트로만 매치해도 충분합니다. 약간 바랜 듯한 워싱감, 자칫 흐릿해 보일 수 있는 색감도 레이어드만 잘하면 오히려 더 고급스러워 보이죠.

두꺼운 옷이 사라지고 나면, 컬러가 더 중요해져요. 피부와 더 가까워지니까요. 이때 톤다운 컬러는 맨살에 닿아도 튀지 않고, 전체적인 룩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질수록, 원단보다 컬러가 스타일링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카키나 모카 같은 컬러는 봄에 더 빛이 날 수 있는 거죠.

카키를 한 벌로 입는 건 사실 더 어려운 선택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멋도 배가 됩니다. 비슷한 톤의 셋업을 입을 땐 소재감 차이를 두는 게 관건이에요. 스웨이드처럼 질감이 살아있는 재질을 고르면, 전체가 뭉개져 보이지 않고 입체감이 생기거든요. 여기에 화이트 백이나 애니멀 패턴처럼 결이 전혀 다른 소품을 더해봐도 좋겠네요.


쨍한 컬러가 떠오르는 날씨엔, 흐릿한 컬러가 더 눈에 띕니다. 톤다운 컬러는 기본적으로 ‘힘을 뺀’ 색감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시크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죠. 얇은 셔츠, 가벼운 트렌치 같은 아이템과 만나면 훨씬 더 간결한 인상을 주고요. 밝은 날씨와 대비되는 이 차분함이, 자꾸만 시선을 머물게 하네요.

톤다운 컬러는 옷 입는 감도까지 달라 보이게 만들어요. 카키와 모카가 주는 안정감은, 스타일에 무심한 듯한 여유를 더해줍니다. 그냥 입은 것 같은데 왠지 멋있어 보이는 스타일. 그러니까 톤다운 컬러를 잘 입는다는 건, 결국 연출하지 않은 멋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기도 해요. 느좋녀의 정석, 배우 정수정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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