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과 김민하의 오랜 과거, 여전한 현재

전여울

그때와 지금 누구에게나 마냥 서툰 시기였을 학창 시절.

배우 공명과 김민하는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위해 그 시절로 돌아가 한 철을 보냈다. 새 학기 만우절 하루에 일어난 짓궂은 장난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덧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우리를 이끌 때, 이 작품은 진짜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작품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두 사람이 오랜 과거와 여전한 현재에 대해 말했다.

김민하가 착용한 드레스는 맥퀸 제품. 공명이 착용한 셔츠와 팬츠는 로에베 제품.

<W Korea>최근 놀랄 만한 일이 있었죠. 지난 2월 민하 씨가 런던에서 열린 시몬 로샤의 2025 F/W 컬렉션에 런웨이 모델로 깜짝 등장했어요.
김민하 완전, 완전 비밀에 부쳐온 일이었어요. 쇼가 열리기 2개월 전 시몬 로샤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출연한 애플 TV+ <파친코>를 너무 좋게 봤다며 제안을 주셨는데, 사실 저 역시 시몬 로샤의 오랜 팬이었거든요. 런웨이에 서겠다는 결
정까지 정말 10초도 안 걸린 것 같아요.
공명 민하가 워낙에 월드 스타여야 말이죠. 크, 모델!

그나저나 두 분은 시도 때도 없이 서로에게 장난을 거는 것 같네요.
김민하 아주 안달이 났죠. 이게 많이 자제한 거예요.
공명 정말 많이 자제했어요(웃음).

하하, 4월 공개를 앞둔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실은 작년 부산 땅을 먼저 밟았죠?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1~3화를 관객들과 미리 관람했어요. 그 당시 어떤 추억이 있나요?
김민하 상영회뿐 아니라 GV, 오픈 토크까지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일정을 다 마치곤 모처럼 배우들끼리 모여 술도 한잔했고요. 그리고 부산에 가시거든 꼭, 생탁 막걸리를 드셔보세요(웃음). 영화 <폭로: 눈을 감은 아이>를 함께한 배우 최희서
언니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를 들었는데,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 마침내 매운 국밥에 생탁 막걸리를 한 잔 곁들였어요. 맛도 맛인데 유산균이 정말 많습니다. 화장실 잘 갈 수 있어요(웃음).

1~3화를 미리 본 입장에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인상이 들었어요. 특히 김민하란 배우에게서 몰랐던 얼굴을 발견한 듯해요. 어찌나 러블리하던지!
공명 그렇죠, 그렇죠? 저도 딱 그 마음이었어요. 제가 민하에게 맨날 얘기해요. ‘민하야, 너 이 작품 나오면 진짜 끝장난다. 너 계속 이런 역할만 들어올 거다.’ 민하가 진짜, 진짜 귀엽게 나와요.

드레스와 이너 톱, 슈즈는 모두 아모멘토 제품.

작품 소재가 독특해요. ‘저승사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전승 괴담에서 출발한 작품이죠. 어느 날 ‘희완’(김민하) 앞에 고등학생 시절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람우’(공명)가 저승사자로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이번 작품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김민하 ‘희완’은 무척이나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캐릭터예요. 밝음을 인간화한다면 그게 바로 ‘희완’일 거예요. 이렇게 밝은 캐릭터를 맡아보긴 처음인 듯해요. 사실 저라고 하면 <파친코>를 많이들 떠올리시잖아요. 이번에 극본을 맡은 장인정 작가님 역시 <파친코>를 인상적으로 보고 저에게 ‘희완’ 역할을 제안하셨다 들었어요.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데다 제가 맡은 ‘선자’ 역시 어두운 면을 지닌 캐릭터였는데, 작가님은 오히려 그 안에서 밝음을 보셨다 하더라고요. 이건 저도 미처 몰랐던 어떤 발견처럼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다 떠나 이 작품의 대사와 내용이 제가 평소 너무 표현해보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정말, 정말 소중한 이야기예요. 집에서 혼자 대본을 읽으며 펑펑 운 기억이 많아요.

공명 씨의 경우 이번 작품의 김혜영 감독과 오랜만에 재회했죠? 김혜영이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2019년 JTBC <멜로가 체질>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어요.
공명 그렇죠.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이 작품의 제안을 받았어요. 제대를 앞두고 감사하게도 제안이 들어온 작품이 몇몇 있는데, 이 작품은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힘들었던 와중에 저를 웃게도, 애절하고 슬퍼지게도 만든 이야기였거든요. 감독님과 직접 미팅을 나누기도 전에 제 안에서 혼자 확정을 내린 게 있었죠.

드레스는 발렌시아가 제품.

통통 튀는 천방지축의 ‘희완’과 어딘가 숙맥 같은 모범생 ‘람우’. 이번 작품은 배우에게도 참 반가운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캐릭터가 이야기를 견인한다 해도 좋을 정도로 캐릭터 플레이가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김민하 너무 반갑죠. 그리고 더 좋은 건, 두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어요.
공명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촘촘하게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이번 작품이 어찌 보면 제대 후 첫 작품이거든요. 군대에서 느낀 연기에 대한 갈증과 간절함이 타이밍 좋게 이 작품과 딱 만난 것도 있지만, 캐릭터에 깊이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현장에서 새로 배운 게 참 많았어요. 하루하루 현장에서 ‘이런 게 배우였고, 이런 게 작품 하나를 만드는 거였지’란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두 분의 경우 학창 시절 ‘희완’과 ‘람우’ 중 누구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나요?
김민하 저는 완전 람우. 제가 현장에서 매일같이 한 말이, 희완이를 연기하면서 거의 매일 희완이에게 기를 빨렸어요···(웃음). 한 신을 찍고 나죠? 그럼 계속 누워 있어야 해요. 일단 좀 쉬어야 해요. 왜 반에서 범접할 수 없는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가 한 명씩은 있잖아요. 소위 인싸 중의 인싸. 희완이가 딱 그런 애예요. 정작 저는 친한 친구들과만 오손도손 노는 스타일이었어요.
공명 저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운동하는 걸 좋아한 스타일이라 인싸에 가까운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따지면 저도 람우에 가까웠죠. 희완이는 도통···(웃음).

초반부에선 두 주인공의 풋풋한 학창 시절이 그려져요. 촬영하며 나의 학창 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렸을 듯한데, 그 시절 두 분은 어떤 취향의 사람이었어요?
김민하 저는 가수가 너무 되고 싶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자기 직전까지 귀에서 이어폰을 빼는 경우가 없었어요. 청각적인 것, 시각적인 것에 무척 예민한 편이었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취향도 그렇고 저는 속도가 좀 느린 사람 같아요. 클래식한 걸 사랑했거든요. 늘 재즈나 변진섭 노래를 들었고 1950~60년대 영화에 푹 빠져 살았어요. 비디오 방에 가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반복해서 봤고요. 중세 시대 복장부터 시작해서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도 했어요. 이건 지금도 그런데,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서 백과사전 한 귀퉁이에 적혀 있을 법한 잡지식을 늘 친구들에게 말해주는 스타일이었어요.
공명 아, 이거에 대해 할 말 많아요. 민하가 무슨 역사에 대해 자잘한 지식을 써놓은 메모장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하루에 하나씩 알려주겠다면서 ‘재밌지? 재밌지?’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민하야 조용히 좀 해’라고 차갑게 반응하는 식이었어요(웃음).

재킷은 구찌, 팬츠는 준야 와타나베, 목걸이는 샬롯킴 제품, 슬리브리스 톱과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하, 공명 씨의 학창 시절도 못지않게 화려했을 듯한데요. 우선 ‘구리의 F4’로 통했다는 이야기가 너무 유명하죠.
김민하 진짜? 오빠가 F4였다고요? 나머지 3명 소개시켜줘요!(웃음)
공명 아···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초등학생 때 인기가 좀 있긴 했어요. 새 학기에 반 배정이 끝나면 고학년 누나들이 저희 반으로 저를 구경 오긴 했는데···(웃음). 학창 시절의 저야 운동에 빠져 사는 애였죠. 부모님이 두 분 다 운동을 하신 영향도 있고요. 그리고 제 기억으론 아버지가 저희 형제를 데리고 극장에 자주 가셨어요. 성룡 영화나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본 기억이 있어요.

작품에서는 두 주인공의 학창 시절과 그로부터 4년이 흐른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해 흘러요. 4년의 시간적 낙차가 있고, 그 사이 두 인물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되죠. 두 분의 경우에도 배우로서 커리어를 막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 스스로 가장 많이 변화했다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김민하 데뷔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부분이 명확하게 있죠. 변화해야만 했던 부분도 있고요. 확실히 지금 책임감이 더 생기긴 했어요. 보다 느긋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전히 저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배우로서 5%도 안 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5%밖에 하지 못했다는 건 어떤 마음이에요?
김민하 배우로서 더 길게 걷고자 하는 마음이죠. 물론 과거 내가 이룬 것이 있고 그것을 실행했던 내가 자랑스럽고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할 게 더 많으니까요. 이 마음을 좀 잃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마음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공명 민하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왜 민하와 잘 맞다고 느꼈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요. 저와 이 직업을 대하는 온도가 비슷해요. 저 역시 지금 한두 발밖에 내딛지 않은 상태라 생각하거든요. 길게 보는 것, 늘 출발선에 서 있는 기분으로 사는 것. 저 역시 늘 이 마음을 품고 살아요.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로에베 제품.

가까이서 지켜본 서로는 어떤 배우이자 사람이라 느꼈나요?
공명 이번 작품에 들어가며 오래전 들은 한 문장을 실험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배우는 눈으로 말하는 직업’이라는 것. 매 신마다 이 생각을 품고 임했는데 민하야말로 바로 그런 배우란 생각이 들어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신을 찍을 때도 막상 민하의 눈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스스로 납득하게 된 기억이 많아요. 또 존재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 사람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민하에게 있어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민하를 좋아했어요. 저 또한 그랬고요. 한 배우가 뿜어내는 매력에 놀라면서 촬영한 것 같아요.
김민하 눈 얘기를 지금 처음 듣는데, 사실 감독님께 오빠는 눈이 정말 좋은 배우인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저 역시 오빠를 보면, 그냥 보기만 해도 해결되지 않던 부분이 스르르 해결된 적이 있어요. 그 인물로 있어주는 것, 사실 이것만큼 고마운 게 없거든요. 그리고 참 편안하고 무해한 사람이에요. 촬영 막바지 2주 정도는 감정 신밖에 없어서 굉장히 예민한 현장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오빠 덕에 무탈하게 끝낼 수 있었어요. 편안하다는 게 요즘 시대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잖아요. 모든 게 빠르고 모두가 날이 서 있으니까요. 이건 오빠만이 가진 희귀한 매력 같아요. 오빠, 우는 거 아니죠? 이쯤 울 때가 됐는데(웃음).

하하. 이번 작품의 첫 화에서는 만우절의 하루를 다뤄요. 두 주인공은 만우절 장난으로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되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삶에 묘한 균열이 생겨요. 만약 시대와 국적을 떠나 특정 인물의 이름으로 살아볼 수 있고,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처럼 살아갈 수 있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나요?
김민하 저 진짜 너무 많아요. 진짜 매일매일 하는 상상이에요.
공명 민하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자기는 중세 시대에 공주로 태어났어야 한다, 이 얘기를 항상 했어요.
김민하 최근 시몬 로샤 쇼 때문에 영국에 다녀왔잖아요. 버킹엄 궁전을 보는데 너무 그곳에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음, 중세 시대가 아니라 삼국 시대도 좋아요.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신라가 좋을 것 같아요. 클레오파트라 느낌이 나는, 똑똑하고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공주가 좋겠네요. 그런데 살짝 슬퍼야 해요. 약간의 고난과 역경은 있어야 해요. 그런 한 나라의 공주로 살아보고 싶어요.

그… 이런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김민하 그냥 매초 해요(웃음).
공명 그니까 제가 알고 있잖아요. 얼마나 들었으면···.
김민하 촬영 후반부엔 제가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 조감독님도 말씀하셨어요. ‘공주 등장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공명 제 대답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늘 이런 질문에는 소니, 손흥민 선수입니다. 20대 초반까진 만일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새롭게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반드시 축구선수를 하고야 말겠다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에요.

김민하가 착용한 드레스는 맥퀸 제품. 공명이 착용한 셔츠는 로에베 제품.

작품이 공개될 즈음이면 새 계절도 문을 열 테죠. 새로운 시간 앞에 선 지금, 두 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다면요?
공명 이번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요. 최근 소설을 읽었는데 이런 문장이 있어요. ‘기다림은 곧 설렘이 된다.’ 제대 후 쉬지 않고 작품을 찍었고, 이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시작으로 하나씩 대중과 만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딱 오랜 기다림을 지나 설렘을 안고 있는 시기를 지나는 중이에요. 어떻게 봐주실까 너무 기대되고요. 이 문장이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기다림의 시간이 나중에 힘을 가져다줄 거라고, 저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에요.
김민하 최근 제가 연기 외에 많은 걸 시도했잖아요. 시몬 로샤의 쇼도 그랬고요. 막상 하기 전까진 너무 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 했는데, 다 끝내고 나니 시야가 한층 넓어진 기분이 들어요. 본업으로 돌아갔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힘도 줬고요. 나 혼자 방에만 있었다면 결코 몰랐을 것, 호기심으로 새로 도전해본 것, 좋은 자극을 주는 것. 요즘엔 이런 재미로 사는 것 같아요.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만우절 하루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올해 만우절을 보내는 가장 기막힌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공명 뭐가 있을까요··· 사실 보시다시피 거의 저희 일상이 만우절이라(웃음). 계속 거짓말하고 속이고 장난치고.
김민하 하,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땐 진짜 기발했는데! 옛날에는 정말 만우절만 기다렸는데! 일단 만우절 4월 1일에 제작발표회
를 열어요. 그때 옷이라도 거꾸로 입든가, 가발을 써볼까요?(웃음)

포토그래퍼
윤송이
프리랜스 패션 에디터
현국선
스타일리스트
박태일(공명), 김진석(김민하)
헤어
구예영(공명), 장혜연(김민하)
메이크업
고원혜(공명), 황희정(김민하)
세트
박지수, 김원영(A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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