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보테가 베네타 가방이 사고 싶어졌다

장진영

브랜드가 셀럽 마케팅을 치열하게 하는 이유.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하우스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시그너처이자 과거와 현재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단 한 번도 인트레치아토로 범벅된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을 사고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습니다.(보테가 베네타 관계자 여러분이 보고 있다면, 미안합니다. 제 취향이 그랬어요.) 벨벳 소재의 큼직한 레드 안디아모를 든 제이콥 엘로디를 눈 앞에서 보기 전까지는요.

때는 지난 가을, 불철주야 동분서주하며 밀라노에서 펼쳐지는 요지경을 취재하던 밀란패션위크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쇼가 있는 날이었죠. 셀럽들이 쇼장에 들어서는 모습을 취재하던 에디터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여유만만하게 나타난 제이콥 엘로디와 마주쳤습니다. 첫 반응은 (당연히) ‘아, 잘생겼다.’였고요,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저 가방 되게 힙하고 예쁘잖아?’였습니다. 화이트 티셔츠에 차콜색 카디건을 걸치고 무심하게 맨 남자의 품격있는 빨간 가방. 심드렁하게 느껴 온 아이템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있던 동료 에디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렇게 느낀 건 에디터 뿐만이 아니었더라고요. 안디아모 백이 좀 올드하다고 느꼈는데 제이콥 엘로디가 든 모습을 보니 정말 예쁘고 멋있는 가방이더라는 주제로 한참을 떠들었답니다. 아, 물론 그가 얼마나 멋있는지도요.

Jacob Elordi / SplashNews.com

이번에 새로 탄생한 차오차오 백도 마찬가지예요. 차오차오 백은 심플한 디자인에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끈으로 플랩을 고정시킨 형태의 가방인데요. 연보라색 재킷을 입고 라지 사이즈의 베이비 핑크색 차오차오백을 든 에이셉 라키는 쿨한 스트리트 감성을, 블랙 코트에 차오차오백을 크로스로 맨 줄리안 무어는 60대가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한 모습을, 영화 <미키17>에서 미키의 사랑스런 여자친구를 연기한 배우 나오미 애키는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셀럽들의 아우라도 한 몫 하겠지만, 이 가방이 쿨하고 스트리트적인 면모를 가질 수도, 우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죠. 이렇게 셀럽들은 소비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방을 어떻게 스타일링할지, 어떤 애티튜드로 대할지 말이죠. 사물일 뿐인 제품들에 생명력을 더해 준달까요. 브랜드들이 셀럽 마케팅을 그토록 치열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Courtesy of Bottega Veneta
Courtesy of Bottega Veneta
Courtesy of Bottega Veneta
사진
Courtesy of Bottega Veneta, splas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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