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ME?
지금 가장 파릇한 기운으로 튀어오르고, 가장 선명하게 자기 길을 걷고 있는 다섯 이름이 있다. 쇼트트랙 선수 장성우, 배우 홍민기와 백선호, 밴드 AxMxP, 발레리노 강경호까지. 젊음 너머의 리듬, 확실한 좌표를 그려가는 이들이 여기 있다.
장성우
쇼트트랙 선수 / 2002년생 / @sung_woo_o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장성우는 지난 2월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총 4개를 목에 걸었다. 특히 금메달을 거머쥔 남자 1,000m 결승 경기 당시 1위를 달리던 쑨룽을 마지막 세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제친 장면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장성우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가까운 계획과 먼 계획을 세웠다. 가깝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발 도장을 굳게 찍는다는 마음을 먹었고, 먼 계획으로는 운동선수로서 맞이할 ‘해피 엔딩’을 준비한다. 빙상 위의 슈퍼 루키, 장성우의 레이스는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모든 것이 시작된 다섯 살_ 다섯 살에 취미로 쇼트트랙을 시작했어요. 무더운 여름날 가족과 아이스링크장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얼음 위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기서 어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쇼트트랙에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긴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특정 기록 이상을 내면서 대회 출전 자격을 노리는 A조 시합에 뛰어들며, 선수 장성우의 이야기가 시작된 셈이죠.
첫 승리의 기억_ ‘메달을 땄다’는 짜릿함을 가장 처음 느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예요. 그 당시 꿈나무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전 종목 메달과 준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어요. 그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에 뛰어들어 값진 결과를 얻어낸 순간이에요. 그리고 ‘이 금메달은 소중하다’라고 느낀 순간은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1,000m 금메달을 딴 때
죠. 첫 국제 대회였던 만큼 1등을 거머쥔 그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이번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은 단연 ‘그 이상’이었고요.
하얼빈에서의 결정적 순간_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1,000m 결승 경기, 이때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그동안은 늘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경기를 해왔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제가 계획한 대로 경기가 진행됐어요. 정신없이 경기를 펼치고 1등을 했다면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연출되면 좋겠다’라고 머릿속에서 생각한 게 그대로 펼쳐진 경기가 바로 1,000m 결승전이었어요.
금메달이 남긴 것_ 지금까지는 제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란 느낌이었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그 과정을 잘 거쳐 하나의 결실을 맛보았다는 기분이 들어요. 덕분에 다가올 올림픽 무대에 대한 갈증도 더 커졌어요. 지금 ‘어떻게든 더 해야 한다, 더 돌파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에요.

나의 무기는 노력_ 어릴 때부터 팀에서 막내로 생활했어요. 코치님께선 항상 형들과 같은 강도의 훈련을 소화하도록 하셨죠. 그러다 보니 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든 포기하면 안 된다.’ 코치님이 늘 강조하신 말씀이거든요. 경기를 치르다 넘어져서 5, 6등 혹은 꼴찌로 들어오는 것보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을 더 많이 혼내셨어요. 끝까지 레이스를
달릴 것, 이 마인드로 차근차근 훈련해온 게 다른 선수들 눈에 제가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로 비친 게 아닐까요?
쇼트트랙만의 매력_ 정말 1/1000 단위까지 수치를 조정하며 장비를 점검하거든요. 여기서 알 수 있듯 쇼트트랙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종목이에요. 그런데 얼음판 위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며 경기를 치르잖아요. 거기서 오는 긴장감, 그걸 이겨내고 추월해서 경기를 잘 이끌었을 때 선수나 관객이 느끼는 희열감이 크다고 생각해요.
작전의 연속_ 쇼트트랙이 펼쳐지는 아이스링크의 빙질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죠. 물론 빙질이 좋아 얼음 상태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도 있지만, 한 경기만 치러도 빙질이 깨지는 곳도 있어요. 대회마다 공식 훈련 기간을 한 4일 정도 거치는데, 그 사이에 빙질 상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경기 작전을 세우는 편이에요. 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 선수는 어떤
작전을 세우고 있을지, 내가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지를 매 순간 생각해요. 경기 중 정말 많이 부딪치고 몸싸움도 다반사에 변수도 많기 때문에, 그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옵션을 생각해요.
내가 추월하고 싶은 것_ 쇼트트랙은 한 단어로 ‘추월’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추월하고 싶은 것은 결국 나 자신인 것 같아요. 지금 시즌의 나는 늘 지난 시즌의 나를 추월해야 해요. 저는 아직 도전하는 중이에요.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언젠가 챔피언의 자리에 도달하고 꼭 그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요.
위기의 극복_ 고등학교 1학년 때 허벅지 부상을 입었어요. 매 순간 운동에만 매달려왔고 한 번도 그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는데 부상 때문에 운동을 못하게 되니 두려움이 덜컥 생기더라고요. 다시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내가 이전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을 느꼈어요. 그즈음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남들이 보기에 그렇게 실패한 경기를 펼치진 않았어요. 하지만 더 큰 꿈을 바라보고 국가대표를 원했던 저로서는 동료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나요. 그래도 잘 극복하며 국가대표가 됐고, 그 이후로는 한 단계씩 성장해가고 있어요.

영원한 멘토_ 2022년 국가대표팀에 처음 합류하고 만나게 된 주장이 박지원 선수였어요. 지금까지도 세계 최정상에 있는 선수다 보니 많은 걸 배웠어요. 레이스를 펼칠 때의 기술, 경기장 바깥에서의 자기 관리 등 늘 배우고 영감을 얻고 있어요. 멘토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에요.
완벽한 레이스란_ 제가 생각했을 때 운동에서 ‘완벽’은 없어요. 매해 과학과 장비가 발전하면서 쇼트트랙 경기의 트렌드나 전략도 바뀌거든요. 그래서 결국 1등을 한 선수가 정답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나를 표현하는 단어_ ‘성장’.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국내 7위였고, 후보 선수로 선수촌에 입성했어요. 이후 5등을 기록해 처음 월드컵 경기를 치렀죠. 올해는 2위를 하며 월드 투어 개인전에 다 출전하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 게임 개인전까지 출전해 금메달을 땄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 정말 감사하게도,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한 번도 아래로 간 적 없이 꾸준히 상승했어요. 그래서 ‘성장’이 지금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같아요. 그리고 저는 성장이 아니라 유지 그리고 더 큰 성장을 해야겠죠.
해피 엔딩_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어요. ‘I’ll be waiting for the happy ending.’ 사실 사람마다 정의하는 해피 엔딩은 제각각이잖아요. 평소 릴보이의 ‘Credit’이란 노래를 좋아하는데, 거기서 릴보이는 자신이 지나온 실수들에 무릎 꿇지 않고 언젠가 올 해피 엔딩을 기다리겠다 말해요. 바로 이게 제가 원하는 행운을 찾아가는 길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운동선수로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손에 넣고,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것. 그래서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그려가는 것. 제가 바라는 해피 엔딩이에요.
홍민기
배우 / 2002년생 / @minggi._.jeok

올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공개된 티빙 <스터디 그룹>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위 ‘타격감’ 넘치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 사이 신선한 물음표를 띄우며 입소문을 탔다. 다분히 만화적이고 숨 가쁜 속도로 전개되는 이 학원물은 지금 가장 파릇하게 튀어오르는 신예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유명세에 오르게 했던 수많은 액션 신
에는 홍민기가 연기한 ‘박건엽’이 있었다. ‘박건엽’의 와일드한 성정은 어딘가 배우 홍민기가 품은 서늘한 매력과 빈틈없이 포개졌는데, 이 맞닿음은 순전히 홍민기였기에 가능했던 그림이란 생각도 스친다. 작년 tvN <사랑은 외나무 다리에서>에 출연하며 주지훈의 아역을 오롯이 소화한 그는 그때 입증한 존재감을 발판 삼아 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선 가장 빠른 시
일 내에 그의 얼굴을 다시 볼 기회는 4월 공개되는 MBC <바니와 오빠들>을 통해서. 극 중 187cm라는 장신에 어울리는 농구부원 ‘진현오’를 맡았다.

키_ 마지막으로 재본 게 2~3년 전인데 그때 187.6cm였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10cm가 훌쩍 자랐거든요. 운동을 워낙 좋아한 탓인 것 같아요. 축구, 볼링, 헬스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10분 쉬는 시간에도 공 잡고 축구 하러 나가는 애, 그게 바로 저였어요.
스스로 구하는 자_ 스스로 돌파해 부딪쳐 보는 스타일이에요. 연기에 대한 꿈이 싹텄을 땐 바로 예고 진학을 알아봤고, 예대에 입학해선 시간이 날 때마다 구인 커뮤니티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 단편영화 오디션에 지원했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이메일 지원서를 보낸 곳이 한둘이 아닐 거예요. 올해 공개된 티빙 <스터디그룹> 역시 2학년 1학기에 학교 단톡방에 올라온 오디션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한 경우예요. 1차, 2차 오디션을 준비하며 틈틈이 학교 연습실을 예약해 혼자 독백 연습을 했어요. 오디션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원작 웹툰 속 ‘건엽’의 대사를 제 입맛에 맞게 연습했죠. 삼각대와 휴대폰
을 들고, 매일 저녁이면 연습실에서 혼자 고군분투한 기억이 나요.
홍민기와 ‘박건엽’ 사이_ <스터디그룹>에서 연기한 ‘건엽’은 한마디로 반항아죠. 이 친구의 행동은 다분히 폭력적이지만, 저는 그보다 ‘건엽’의 내밀한 본성이 무엇일지를 파고든 것 같아요. 행동과 말투는 무척 무뚝뚝하지만 때로 ‘츤데레’처럼 손익을 따지지 않고 주변 친구를 돕는 ‘건엽’을 보면서 실은 이 친구의 행동이 자기 방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생각했어요. 제
가 느끼기에 ‘건엽’은 그 안에 따뜻함도 지닌 친구거든요. 감독님께서는 이런 ‘건엽’과 저의 에너지가 비슷하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너를 표현해봐’란 디렉션을 현장에서 자주받았어요.

나를 두드린 드라마_ 한창 입시 준비 중일 때 <미스터 션샤인>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이 작품을 보며 연기의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 10번은 넘게 봤어요. 나라는 배우에게 가장 가깝고 그래서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애절함’이 떠오르거든요. 그런데 <미스터 션샤인>은 이 애절함을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남녀 주인공 간 특별한 스킨십이 있는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 이게 저에겐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극 중 변요한 선배님이 이런 대사를 읊는 신이 있어요. “봄이 왔나 보오”로 시작하는 아주 애절한 장면. 이 대사를 혼자 숱하게 연습한 기억이 있어요.
로맨스 장르에 진심인 편_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이런 것을 다룬 이야기와 감정은 언제나 제 취향이에요. 그래서 로맨스 장르를 정말 좋아해요. 특히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나 영화 <너의 결혼식>과 <클래식>, <그 시절, 우리가 좋 아했던 소녀>는 몇 번이나 돌려본 것 같아요.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주인공 ‘가진동’은 어딘가 저와 닮은 구석이 있다
고 느껴지기도 해요. 매사에 열정이 넘치지만 서툴기만 한 모습, 저에게도 있는 면이거든요. 언젠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 작품을 하게 된다면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서 할 자신이 있어요
오래 기억할 작품_ 작년 출연한 tvN <사 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좀처럼 잊지 못할 작품일 거예요. <스터디그룹>, <밤이 되었습니다>는 또래 배우들과 으쌰으쌰 촬영한 추억 짙은 작품들이라면,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배운 현장이었어요. 저는 극 중 주지훈 선배님의 아역 ‘석지원’으로 등장했어요. 제 촬영이 없는 날에도 주지훈 선배의 촬영분을 보러 현장에 가서 ‘석지원’의 과거와 현재를 이을 수 있을 만한 코드를 찾아보자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주지훈 선배님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다 심술이 나 땅바닥을 발로 쾅 차고 퇴장하는 신이 있었어요. ‘석지원’의 행동에 통일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 역시 ‘석지원’의 어린 시절을 촬영할 때 이 행동을 일부러 추가해 촬영한 적이 있어요. 저로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꽤나 그럴싸한 코드다 싶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감독님조차 모르셨고 (웃음).
추구하는 연기_ 연기를 할 때 최대한 ‘규칙이나 정해진 것,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구분은 없다’를 생각하려 해요. 일단 자유롭게, 하지만 사실적으로. 요즘 추구하고자 하는 연기예요. 결국 연기 역시 선택하는 일이라 느껴요. 여러 선택지 가운데서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일까 늘 생각해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지만 종종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일단 의심하고 보려는 것 같아요. 남이 인정하기보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을 때, 그때가 가장 뿌듯하니까요.

홍민기의 비밀 3가지_ 첫째, 사납게 생겨 오해를 받지만 알고 보면 순둥이입니다. 둘째, 항간에 패션 센스가 좋다는 말이 떠돌지만 잘못된 정보입니다. 제 옷장은 짱구 옷장 그 자체예요···(웃음). 비슷비슷한 옷만 여러 벌이에요. 셋째, 가끔 신발에 깔창을 깝니다. 비록 키가 187cm이지만(웃음).
레오 아빠_ 반려견 레오와 함께한 지 1년을 훌쩍 넘겼어요. 아가 시절 과자 오레오처럼 생겨 레오라 이름 짓기도 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이 친구가 잘생기게 컸으면 하는 바람이 담기기도 했습니다(웃음). 아, 리오넬 메시의 뜻도 있고요. 레오와는 가까운 한강 산책부터 원정 산책까지 어디든 함께 떠나는 편이에요. 참! 바로 어제 레오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가 1만을 돌파했어요. 원래 팔로워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레오 계정의 눈부신 성장에 뿌듯하기만 한 요즘입니다(웃음).
연기로 뜨게 된 새로운 눈_ 연기는 저를 현명한 사람으로, 동시에 자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원래는 무던하고 스트레스도 웬만해선 안 받는 성격이에요. 손해를 손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고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고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 시간이 결국 저를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듯해요. 동시에 가족 관계에서 맏형으로서 늘 성숙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릴 땐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는데요. 배우에게 유연함과 자유로움은 참 중요한 덕목이잖아요. 그래서 순수해지려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요즘이에요.
AxMxP
밴드 / 주환(2010년생), 크루(2006년생), 하유준(2005년생), 김신(2006년생) / @axmxp_official

올해 꽃가루 세례를 받으며 데뷔를 기다리는 밴드가 있다. 보컬과 랩의 하유준, 기타와 보컬의 김신, 드럼의 크루, 베이스의 주환. 이 네 명이 뭉친 밴드 ‘AxMxP’는 앰프(Amp)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증폭시키고 세상과 연결되자는 그림을 그려가며 세상에 나올 준비 중이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엔플라잉 등 ‘밴드 맛집’으로 알려진 FNC 엔터테인먼트에
서 10년 만에 론칭하는 밴드, 이 뜨거운 주목 속에 있는 네 멤버는 밴드 사운드 안에서 힙합 장르까지 끌어안으며 흥미롭고도 새로운 음악적 여정을 펼칠 참이다. 설렘 가득한 풋사과 같은 사랑의 감정을 말하는 ‘Monday To Sunday’, 이와 정반대로 출발선에 선 자의 뜨거운 패기를 보여주는 ‘Buzzer Beater’까지. 데뷔 전 공개한 이 두 곡은 앞으로 ‘AxMxP’가 무엇을 제시하려는 밴드인지를 말하는 충분한 단서가 될 것이다.

타임캡슐_ 작년에 멤버들과 다 같이 타임 캡슐을 만들었어요. 데뷔해서 멋지게 무대를 펼치고 있을 저희를 생각하며 편지와 그림을 담았어요. ‘나는 지금 연습생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미래의 너는 멋진 모습으로 멤버들과 무대에 서고 있겠지? 그때의 너를 생각하며 버틸게. 나는 너를 믿어.’ 이런 내용을 눌러 담았죠. 숙소 앞 화단에 묻은 타임캡슐을 최근에야 열어봤는데 그 뭉클함을 잊지 못해요. 주환
영원히 기억할 12월 31일_ 작년 12월 31일, FNC 소속 뮤지션이 총출동한 카운트다운 콘서트 무대에 섰어요. 콘서트 2주 전부터 매일 6시간씩 합주실에 모여 준비했어요. 공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죠. 저희의 ‘Monday To Sunday’라는 곡으로 공연했을 때 코러스 파트에서 관객분들이 휴대폰 불빛을 켜고 하나가 돼서 호응해주셨을 때를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Monday To Sunday’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매일 연인을 보고 싶다는 사랑의 설렘을 담은 곡이에요. 특히 관객들이 ‘떼창’ 하기 좋은 포인트가 있는 곡이라 합주하며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했는데, 실제
공연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쏟아져 뿌듯했어요. 하유준
응원의 한마디_ FNC라 했을 때 ‘밴드 맛집’이라고 떠올리는 분이 많잖아요. 그 수식을 들을 때마다 기분 좋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년 카운트다운 콘서트에서 선배들 무대를 보며 느낀 게 무척 많아요. 특히 FT아일랜드의 이홍기 선배님은 저희가 무대에 오르기 전 “지켜보고 있을게”라고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시더니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자 무심하게 “잘하더라”라고 말하곤 스윽 사라지셨어요.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의 뿌듯함이란! 크루

우리 밴드표 빌리_ 평소 합주할 때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곡을 밴드 편곡으로 연습하는 편이에요.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도 저희의 단골 연습곡이었어요. 카운트다운 콘서트 때도 이 곡을 선보였는데, 특히 곡이 끝나기 직전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면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트래시 캔 엔딩(Trash Can Ending) 순간에 이 곡의 진가가 드러나요. 관객도 신나지만 연주하는 저희도 가장 신나는 곡이에요. 김신
숙소의 규칙_ 3년 반 가까이 숙소 생활을 이어오고 있어요. 저희 숙소만의 독특한 규칙이 있어요. 첫째, 우리는 하나, 뭐든 무조건 다 같이 한다. 누군가 게임 ‘로블록스’를 시작하면 모두가 접속해야 해요. 둘째, 방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는 필수. 방에서 나와 10초밖에 안 지났어도 다시 들어가야 한다면 무조건 노크해야 해요. 셋째, 먹을 것을 나누자. 평소 멤버끼리 의기투합이 잘되는 편이에요. 자주 한강으로 자전거 타러 나가고 축구도 해요. 아무래도 숙소 생활을 오래 해서 이제는 서로가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하유준
록 키즈, 크루_ 어린 시절 여러 도시에서 생활했어요. 아버지가 미 군무원이셨기 때문에 시애틀, 뉴멕시코, 워싱턴 D.C. 등을 오가며 지냈어요. 주로 미국에서 살았는데 아버지와 로드 트립을 간 기억이 많아요. 자동차로 하루에 스물 몇 시간을 달리는 긴 여정에서 아버지는 늘 음악을 트셨고, 주로 1960~70년대 록을 들었어요. 1968년 결성한 밴드 러시(Rush)는 저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예요. 여섯, 일곱 살 아주 어린 나이에도 러시의 음악을 들으며 드럼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아요. 크루

엔플라잉 바라기, 주환_ 저는 저희 회사의 엔플라잉 선배님들 덕에 가수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친누나가 엔플라잉의 열혈 팬이에요. 어느 날 누나가 거실에서 선배님들의 ‘뜨거운 감자’ 무대를 보고 있는데, 저도 그걸 보며 ‘입덕’하게 됐어요. “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 전 감자요.” 가사가 정말 귀엽지 않나요? 밴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 것, 그래서 결국 밴
드맨이 된 것은 전부 엔플라잉 선배님 덕분이에요. 주환
배우로서 첫 도장, 하유준_ 올해 상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사계의 봄>에서 주인공 ‘사계’를 맡게 됐어요. 아직 정식 데뷔 전이지만 감사하게도 연기 활동으로 저라는 존재를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계의 봄>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K팝 밴드의 프런트맨 ‘사계’가 하루아침에 팀에서 퇴출을 당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뤄요. 이 ‘초긍정 우주 대스타’가 느닷없이 대학에 입학하며 겪는 좌충우돌 캠퍼스 생활을 그릴 예정이에요. 밴드맨의 이야기라 더 자신 있기도 하고, 끼와 능청미, 초긍정 에너지를 이번 기회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유준
두 가지 맛, 김신_ 저는 이성적인 ‘T’ 성격 유형과 감성적인 ‘F’ 유형을 왔다 갔다 하는 편인 것 같아요. 평소 토론하는 걸 즐기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봤을 땐 한없이 ‘T’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아, 무척 ‘츤데레’ 스타일이라 무심히 다른 멤버의 수건을 개서 방 안에 몰래 배달해놓을 때도 보면 ‘T’에 가깝고요(웃음). 그런데 음악 앞에선 ‘F’로 변하는 것 같아요. 곡
을 쓸 때 동기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노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스토리나 감정을 가사로 직접적으로 전달하거나 편곡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편이에요. 또 새벽 감성에 어울리는 싱어송라이터 정우물 님의 광팬이기도 하고요. 특히 ‘Happy’란 곡을 강추합니다. 눈물 펑펑. 김신
앞으로 들려줄 음악_ 저희 밴드만이 낼 수 있는 음악적 색깔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이에요. 저희가 무대를 펼쳤을 때 ‘어디서 나온 애들이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장 기쁠 것 같아요. 카운트다운 콘서트에서 선보인 ‘Buzzer Beater’도 저희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곡이었어요. 막 세상에 나가려 발을 뗀 저희의 패기와 에너지를 보
여주는 곡, 듣는 사람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곡, 쿨하기보다 뜨거운 곡, 앞으로 이런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하유준
백선호
배우 / 2003년생 / @200sunho

작년 방영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배우 백선호는 신참내기 검사 ‘성시운’으로 등장했다. 눈치는 좀 없지만 수완 좋은 이 캐릭터는 주인공 ‘서동재’의 주변부에 맴돌며 그의 행동의 원인이 되거나 극이 다음으로 가뿐히 전개될 수 있는 장치로 분주히 움직였다. ‘성시운’을 통해 적재적소의 타이트한 연기를 제시한 이 배우는 마치 작품 속에서 그랬듯 기민하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2023년 채널A <남과 여>로 데뷔하며 푸른빛 커리어를 그리고 있는 백선호는 올해 KBS <킥킥킥킥>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 ‘이마크’를 가뿐히 소화했고,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 고>의 주연 자리도 당당히 꿰찼다. 배우 백선호일 때는 사뭇 진지하게, 인간 이선호일 때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두 가지 보법으로 달리는 그의 여정이 이제 막 펼쳐지고 있다.

꿈의 시작, 영화_ 막연히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늘 ‘저 안에 내가 있었으면’이란 생각을 했죠. 인간 정서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와 <마스터>, 레오 카락스의 <나쁜 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과 <괴물>,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모두 한창 고민이 많던 시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방황하던 시기에 저에게 울림을 준 영화들이에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이 없어도, 그보다 더 강렬하고 섬세한 감정을 안겨주는 작품이 저를 많이 두드렸어요.
잊지 못할 연기자_ 초등학생 때 아역 배우로 캐스팅돼서 <구름빵> 같은 아동용 뮤지컬에 선 적이 있어요. 사실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죠. 한창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을 땐 영화 <홀리 모터스> 속 배우 드니 라방을 보며 ‘저런 걸 해보겠다’ 마음먹은 것 같아요. 영화 속 드니 라방은 유능한 사업가, 가정적인 아버지, 암살자 등 총 9명의 인물로 얼굴을 바꿔가며 살아가요. 그걸 보며 ‘사람이 저렇게까지 연기할 수 있구나, 내가 해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막상 배우가 되니 깨달았죠. ‘이게 말도 안 되는 거였구나!’(웃음)
잊지 못할 작품_ 작년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에 출연하며 저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었어요.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이기 때문에, 이전 작들을 보며 드라마가 가진 매너를 먼저 파악했죠. 영화 <변호인>, <검사 외전>처럼 국내의 법정물을 레퍼런스 삼아 들여다보기도 했고요. 제가 맡은 ‘성시운’은 극 중 신참 검사인데 주인공 ‘서동재’(이준혁)를 위한 일종의 장치처럼 느껴졌어요. 성시운의 행동은 늘 서동재를 위한 것이에요. 주인공의 주변부에서 극이 다음으로 전개될 수 있게 돕는 캐릭터, 이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준비했어요.
어깨너머의 교실_ <좋거나 나쁜 동재> 촬영장은 저에게 교실과도 같은 현장이었어요. 특히 선배님들이 슛에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하는 루틴, 규칙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이를테면 ‘주정기’를 연기한 정희태 선배님은 인물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신을 찍기 전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답답해, 어떡하지, 너무 답답하다’라고 계속 입 밖으로 독백하며 촬영에 들어가세요. 그렇게 하면 확실히 슛의 전후 생기는 공간, 소위 ‘마가 뜨는 것’이 없어지더라고요. 이 테크닉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OCN <수령인>에서 적용해본 기억이 있어요.

내가 추구하는 연기_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에 당연히 정답은 없죠. 그런데 지금은 익숙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연기를 추구하고 싶어요. 상황에 집중해 자의식이 사라지고 본능적 감각으로 연기하는 것. 이것에 가까웠던 순간이 딱 한 번 있어요. 작년 출연한 <수령인>의 1화 마지막 신, 옥상에서 제가 연기한 ‘성서준’이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려요. 촬영을 마치고 내가 어떻게 이 신을 찍었는지, 왜 저절로 눈물이 났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아주 찰나에 동물적으로 움직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연기를 봤을 때 ‘재미있다’고 느끼는 때도 이처럼 본능에서 출발한 연기가 엿보일 때거든요.
즉흥의 재미_ KBS <킥킥킥킥>은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예요. 장르도 독특한 데다 감독님 역시 열어두고 연출하시는 스타일이라 애드립이 굉장히 후하게 허용되는 현장이었어요. 이 작품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 ‘마크’를 맡았는데 제 대사의 50~60%도 애드립이에요.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마다 즉흥성을 만들어보는 걸 처음 해봤는데, 확실히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앞으로 현장이 무섭지 않겠다, 떨리는 게 없겠다 싶은 기분이에요.
여행은 나의 힘_ 여행하려고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여행이 삶의 원동력이에요. 작년 여름 떠난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돌로미티는 유럽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대자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제 SNS의 알고리즘은 정확히 여행에 조준되어 있거든요. 기상천외한 자연경관을 담은 릴스를 보면 꼭 저장해두는 편인데, 돌로미티의 카레차 호수도 그중 한 곳이었어요.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호수를 보면서 내가 여태 해온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작은 것에 슬퍼할 이유가 없구나 다짐한 것 같아요. ‘작위적으로 긍정적이기보다 발바닥에 큰 긴장 없이 자연스레 흔들리고 싶다.’ 돌로미티 여행 후 이런 문장을 메모장에 적었어요.
나를 나답게_ ‘나’다운 게 요즘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꾸밈과 겉치레에 집착이 사라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확실해졌고요. 저는 안테나가 좀 많은 사람 같아요. 유튜브를 보며 혼자 음악 만드는 걸 익혔는데 요즘 앰비언트 음악을 한창 만들고 있어요. 주변 사진가 친구들에게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사진과 영상도 만들고 있고요. 여행 가기 전 여행지의 무드를 떠올리며 음악을 미리 만들고 여행지에서 찍은 영상을 편집하는 작업도 즐겨요. 이 작업물은 제 인스타그램 부계정(@200audiovisual)에 틈틈이 올리는 편이에요.

백선호와 미겔_ 영화 <코코>의 주인공 ‘미겔’을 보며 나와 진짜 닮았다 느꼈어요. 미구엘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참지 않고 우선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냥 해버리는 거, 제가 딱 그렇거든요. 좀 광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좇는 걸 보면 ‘민폐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딱 이 모습이 저희 엄마가 바라보는 저의 모습일 거예요(웃음).
탐나는 배역_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과 <어느 가족>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결핍을 안은 채 살아가요. 각자의 우주 속에서 각자의 크나큰 사정을 짊어지고 살아가죠. 그런 인물들의 사정이 겹치면서 영화는 점점 폭발로 향해 가고요.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나면 저를 200% 발휘해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핍이 있고, 불안을 품은 한 사람. 어둡고 축축한 정서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설레는 도전_ 내년 방영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의 첫 리딩을 최근 마쳤어요. 디즈니+ <무빙>을 공동 연출한 박윤서 감독님의 신작이에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호러 장르 시리즈인데, 제 또래 신인 배우들이 여럿 등장해서 호러 장르임에도 굉장히 파릇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저란 배우의 가능성을 제대로 펼칠 기회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는데 감독님께서 오늘 인터뷰에서 스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셔서(웃음)!
흔들리는 대로_ 진실한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말을 믿어요. 일상에서 거짓 없이 살 때 거짓 없는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고, 오만한 사람은 되기 싫어요. 지금 20대를 통과 중이잖아요. 우선 20대는 경쾌하고 신나게, 슬프면 슬픈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많이 흔들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렇게 맞이하는 30대가 뿌듯하고 기쁠 것 같거든요.
강경호
발레리노 / 2001년생 / @__3.e7

지난해 엠넷의 무용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발레리노 강경호는 그 누구보다 빛났다. 방송을 통해 발레와 대중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졌지만, 강경호는 그 이상을 바라본다. 지난 연말 펼쳐진 시상식 ‘2024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아이브 장원영과 함께 발레 듀엣을 선보이고, 발레를 궁금해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국 단위로 특강을 다닌다. 그리고 강경호는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올해 자신의 목표를 ‘걸음’이라 말한 강경호는 여러 신발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발레 슈즈가 자리한다.

더 가까이의 발레_ 방송을 통해서 발레와 대중 사이의 거리가 전보다는 좁아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다시 또 언젠가는 멀어질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김에 더 많은 사람에게 발레라는 장르를 알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요즘 전국으로 발레 특강을 다니고 있어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발레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해요. 아무래도 힘들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하지만 발레는 정말 재밌거든요. 물론 힘들지만, 하는 입장에서 행복감과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그런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2에서 1로, 1에서 0으로_ 이상하게 숫자 ‘2’와 인연이 깊어요. 2021년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 남자 은상, 2022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시니어 남자 부문 2등, 그리고 <스테이지 파이터> 최종 2위까지. 등수를 떠나서 제가 인생을 살아갈 때, 제 앞에 나아가야 할 길이 안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고 가끔은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요. 사실 2등에 전혀 만족하진 않죠. 그렇기에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잖아요. 마찬가지로 1등을 한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도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일 거란 말이죠. 근데 지금으로서 떠올리라고 하면 생각이 나진 않아요. 그 자리에 올라갔다면 그런 눈이 떠졌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 하는 거죠.
유튜브의 시작_ 올해 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댓글 반응이 참 재미있어요. “이런 감성인지 몰랐다.” 이 말이 참 많아요. 그런데 저는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것들에서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편안함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에요. 제 유튜브 영상에도 그런 점이 자연스레 담긴 거 아닐까요? 사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워낙 즉흥적인 사람이라 문득 떠올랐어요. 제 행복, 취미, 여가를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애초 뭔가 만드는 걸 되게 좋아해요. 옛날부터 종이접기처럼 꼼지락 꼼지락하는 걸 좋아했어요. 유튜브도 제가 꼼지락거릴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영상 하나에 10분 넘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아버지와 발레_ 최근 아버지도 어린 시절 제가 발레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셨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제가 춤추는 영상이 어딘가에 기록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특히 제 전공인 발레 영상은 혼자 볼 땐 괜찮은데, 많은 이들이 본다는 건 여전히 부끄럽거든요. 제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잘 보이니까요. 그런데 아버지가 살아가시며 어떤
취미 생활이나 행복감을 느낄 요소가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족끼리 막 살가운 편이 아니라 애정 표현도 많이 없어요. 그래서 영상을 올리며 행복감을 조금은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아버지가 요즘에는 올려도 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럴 때면 눈 딱 감고 이렇게 말해요. “네, 올리십시오.”(웃음).

내가 사랑한 고흐_ 어릴 때부터 화가 고흐를 좋아했어요. 이유는 몰라요. 그렇다고 엄청나게 딥하게 안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 사람이 좋았어요. 그런데 최근 우연히 빈센트 반 고흐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접했는데 짧게나마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우여곡절 많은 그 삶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을 모두 느꼈어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짙은 어둠 속에서도 별이 점이
아니라 커다란 원으로 그려지잖아요. 반 고흐가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고독하고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을 당시에도 그는 빛나는 별을 보며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꿈을 꾼 거죠. 이런 것들이 막 울컥하더라고요. 그 순수함을 사랑하게 됐어요. 지금 제 머릿속에 80%가 반 고흐일 정도예요.
완벽한 춤이란_ 기능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사하는 무용수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데 기능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사실 완벽할 순 없다고 느껴요. 대신 때 묻지 않은, 엄청난 순수함이 깃든 투명한 춤은 완벽하다고 느껴요. 목적이나 수단이 더해진 게 아니라 아기가 행복한 일이 있어서 둥실둥실 춤을 추는 듯한, 그런 순수한 춤이 저에게는 완벽한 춤이에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_ 제가 사실 심장이 진짜 콩알만 해요(웃음). 긴장도 많이 하고 식은땀도 많이 흘리고 하여튼 낯선 공간에서 어쩔 줄 몰라 해요. 그럼에도 발레를 계속할 수 있었고,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는 건 내가 사랑하는 ‘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압박의 순간에서도 무대에 오르기 전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는 편이에요. 내가 무대에서 맡은 역할, 무대를 섰을 때 느끼거나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잡생각을 떨쳐내려는 거죠.

더 넓은 무대를 향해_ 창작을 향한 욕심이 있어요.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행위 자체가 무척 흥미로워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그랬듯이 안무 창작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방송에도 흥미를 느껴요. 지금까지 제 삶엔 발레밖에 없었거든요. 발레와 저는 별개의 존재로 생각할 수가 없어요. 언제나 발레가 있었고, 하나가 돼서 계속 같이 커왔어요. 그런데 여기서 살짝 벗어난 삶도 궁금해요. 이런 마음이 든 김에 나에게 들어오는 기회가 무엇이 됐든, 크든 작든 찾아서 다 해보자는 목표를 작년 세웠어요. 그래서 지금도 막 다 하고 있어요.
이런 취향_ 실은 애니메이션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요즘엔 정주행에 빠져서 <강철의 연금술사>나 <암살교실>, <진격의 거인> 같은 완결된 애니메이션 위주로 새벽에 눈 빨개지도록 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TMI, 검정치마를 반복해서 들어요. 진짜, 검정치마만 들어요.
지금의 나를 말하는 단어_ ‘걸음’. 사실 첫걸음을 이곳저곳에 계속 내딛는 중이라 한 걸음보다는 걸음이 맞아요. 계속 어디론가 걷고 있어요. 그 끝이 어디일진 모르겠고 목적지도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 포토그래퍼
- 윤송이
- 글
- 심은보(장성우, 강경호)
- 맨 콘텐츠 디렉터
- 최진우
- 스타일리스트
- 이미림(홍민기)
- 헤어
- 장해인(장성우, AxMxP, 백선호, 강경호), 문현철(홍민기)
- 메이크업
- 장해인(장성우, 백선호), 오은주(홍민기), 유해수(AxMxP, 강경호)
- 어시스턴트
- 박예니, 전지오(AxMxP, 강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