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2025 S/S 광고 캠페인

김현지

영화 못지않은 시각적 즐거움으로 가득한 2025 S/S 광고 캠페인 이야기.

뷰 맛집

리우데자네이루의 푸른 초목과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의 건축물을 렌즈에 담은 로로피아나, 맨해튼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배우 조 샐다나와 오스틴 버틀러를 부드럽게 퍼지는 빛 사이로 세운 생 로랑, 칸에 위치한 한 빌라에서 몽환적인 내러티브를
써 내려간 산드로까지. 창밖으로 바라본 익숙한 듯 낯선 풍경도 광고 캠페인을 위한 완벽한 로케이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환상 갈증

판타지가 부족한 시대에 패션계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다음의 두 가지로 귀결된다.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거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장소로 떠나거나. 루이 비통과 디올은 영상·조각·회화·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횡단하는 개념미술가 로랑 그라소의 회화와 초현실적 정원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웨일스 카마던셔의 성과 대지로 떠난 맥퀸은 아일랜드 민간 설화 속 정령 밴시의 대담하고도 굴하지 않는 정신을 탐구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바닥에 휙, 아무렇게나 던져진 물건 사이에서 읽히는 비밀스러운 메시지는 표정도 몸짓도 없는 옷가지들이 부리는 신비한 마법과도 같다. 지미 추 캠페인 속 구두의 놓임새는 목적지를 상상하게 하고, 카지노 칩과 별 모양 참이 달린 키링은 물건 주인의 몽타주를 그리게 하고, 흐트러진 미우미우 드레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앉아, 누워, 기대

매 시즌 광고 캠페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의자와 스툴, 소파와 같은 가구류다. 휘황찬란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광고 비주얼에 다소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구류가 등장하는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정감과 특유의 주목도 때문이다. 편안함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끌로에, 베르사체, 보테가 베네타, 페라가모 캠페인 속 모델처럼 개성 있는 애티튜드를, 미우미우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캠페인 속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가구들은 피사체의 존재감을 드높인다.

고요한 아름다움

속삭이듯 본질을 말하는 이세이 미야케와 케이트의 광고 비주얼은 차분한 고요함으로 오랜 시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포토그래퍼 브라이언 몰리는 단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종이의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표현했고, 드루 비커스는 몸을 감싸는 옷감의 특성을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눈 가리고 아웅

마음의 창, 눈을 가린 채 뷰파인더 앞에 선 세 명의 인물. 로에베 캠페인의 단골손님 타일러 러셀과 이자벨 마랑의 케이트 모스, 그리고 지미 추의 클로에 세비니다. 좀처럼 모시기 쉽지 않은 이들에게 블랙홀처럼 새까만 선글라스를 씌운 대담함은 시선을 차단할지라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그녀들의 포스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게임 체인저

프라다가 2025 S/S 캠페인, ‘액트 라이크 프라다(Act Like Prada)’를 위해 소설가 오테사 모시페그, 배우 캐리 멀리건과 손을 잡았다. 그 아웃풋은? 총 10편의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책이자 독창적인 현대문학인 동시에 혁신적인 광고 캠페인이 탄생했다. 광고 비주얼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레이어를 더해 사진의 가치를 무한 확장시킨 <열 명의 주인공(Ten Protagonists)>에는 과연 프라다다운 놀라운 발상이 깃들어 있다.

시대 미학

셀린느를 위해 카메라를 든 올라운더 에디 슬리먼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타임머신의 핀을 돌려 1920년대 영국으로 향한 듯 더 브라이트 영(The Bright Young)이라 불리는 젊은 귀족의 여름을 완벽히 재현한 것. 반면 돌체앤가바나 캠페인을 맡은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은 흑백영화 속 여배우를 소환한 듯 극장의 들뜬 분위기와 화려한 불빛, 조명의 열기와 분장실의 분 냄새를 필름 프레임에 담아 공감각적인 캠페인을 완성했다.

번외편

여기, 오직 핸드백만을 위한 캠페인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다. 계절의 변화와 새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대신 하우스를 상징하는 가방을 조명한 샤넬과 발렌시아가 이야기다. 샤넬은 시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를 모델로 샤넬 25 백의 경쾌한 에너지가 담긴 캠페인을, 발렌시아가는 2000년대 초반의 파파라치 콘셉트 아래 패리스 힐튼을 비롯한 당시 스타일 아이콘들의 일상을 포착한 르 시티 파파라치 캠페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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