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EWE 2025 FW 컬렉션
2014년 6월, 30세에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조나단 앤더슨은 하우스의 파리 본사에서 남성복 프레젠테이션을 여는 것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조나단 앤더슨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로에베 컬렉션이 될 수도 있는 2025년 FW 시즌을 다시 한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신했다. 테마는 ‘아이디어 스크랩북(Scrapbook of Ideas)’. 쇼 노트에는 ‘스크랩북에는 추억으로 보존하기 위해 무작위로 모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들어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장소는 18세기에 지어진 호화로운 저택인 파리 호텔 드 메종(Hôtel de Maisons)으로 로에베는 이곳의 17개 룸을 활용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와 함께 만들어갔던 공예의 요소가 절정에 달했다. 2023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로에베가 선보였던 독창적인 버섯 모양 의자가 호텔 드 메종의 정원에 놓였고, 입구 바로 앞 로비에는 로에베 2022년 FW 시즌 패션쇼와 캠페인에 등장했던 영국의 예술가 안시아 해밀턴(Anthea Hamilton)의 작품 <자이언트 펌킨(Giant Pumpkin No 2)>이 놓였다. 응접실에는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가 촬영한 로에베 2025년 SS 캠페인의 거대한 사과 사진과 남아프리카의 도예가 지지포 포스와(Zizipho Poswa)의 뾰족한 꽃병 세 점도 볼 수 있었다.
조나단 앤더슨은 20세기 추상 회화를 대표하는 요제프와 아니 알베르스 재단(Josef and Anni Albers Foundation)과 협업하며 예술적 컬렉션에 방점을 찍었다.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에 대한 오마주로서 대표작인 <정사각형에 바치는 경의(Homage to the Square)>를 로에베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퍼즐 백, 아마조나 토트, 플라멩코 클러치 등에 반영했다. 아니 알베르스가 실험적으로 직조하여 만든 픽셀화된 반점은 오벌 쉐입의 코트에 그래픽적인 질감을 만들어냈다. 문서 파쇄기에 넣은 것처럼 세로 방향으로 조각조각난 레더 재킷과 코트는 독특함의 절정을 이뤘고, 라벤더, 그린, 코럴 컬러의 구슬 장식 오간자 가닥을 엮어서 만든 스트랩리스 드레스 또한 예술 작품을 방불케 했다. 또한 이번 컬렉션에는 오버사이즈 슈트와 헐렁한 사이하이 부츠, 판초 형태로 재해석한 래글런 티셔츠, 체크 블레이저와 코트, 고전적인 파니에(Panier) 원피스, 트라페즈 라인의 워크 재킷, 볼륨감을 넣어 새롭게 해석한 페어아일 니트 등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에서 창조한 시그니처 스타일이 총정리되어 있었다. 한자리에 모아 놓으니 새삼 대단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12년 동안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에 남긴 깊은 업적은 회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라고 발음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유머러스한 모습과 자신이 그동안 로에베에서 만들었던 컬렉션을 교차편집한 영상을 소셜 계정에 올리며 끊임없는 이적설에 힘을 실었다. 다음 시즌에는 과연 디올에서 조나단 앤더슨의 이름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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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Courtesy of Loe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