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으로 단단히 묶다, 25 FW 샤넬 컬렉션

명수진

CHANEL 2025 FW 컬렉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을 준비를 산뜻하게 마쳤는가? 예스! 샤넬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낙점된 마티유 블라주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려는 듯 간결한 2025년 FW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다.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레베카 암스트롱(Rebecca Armstrong),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박서준, 페기구(Peggy Gou) 등 샤넬의 앰버서더가 자리한 가운데 샤넬은 다시 한번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펼쳐 보였다.

주재료는 바로 리본. 커다란 검은색 새틴 리본을 장식한 샤넬 초대장에는 ‘느슨하게 매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샤넬 리본은 매력을 발산한다’라고 쓰여있었다. 시노그래퍼 윌로 페론(Willo Perron)이 샤넬쇼를 위한 전용 공간인 그랑팔레(Grand Palais)에 19미터에 달하는 검은 리본 모양 오브제를 설치했고,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가브리엘 샤넬이 브랜드 초창기에 즐겨 사용했던 리본을 다채롭게 활용하여 컬렉션을 구상했다.

모델 비토리아 세레티(Vittoria Ceretti)가 고전적인 블랙 트위드재킷과 시스루 스커트를 입고 오프닝을 열었다. 클래식한 트위드 슈트는 투명한 튤 소재로 한 겹 덮고 리본 장식을 넣어 로맨틱한 보헤미안 스타일과 코케트코어(Coquettecore) 트렌드를 이어갔다. 그야말로 리본 천국이었다. 중성적인 니트 원피스의 네크라인까지 대형 리본을 장식했고, 리본으로 패딩 코트를 속박하듯 여러 겹의 벨벳 리본을 본디지 스타일로 장식하기도 했다. 리본을 프린트하고 때로는 리본 모양의 컷아웃을 넣기도 했으며, 네크라인이나 소매 부분에 트롱프뢰유(Trompe-l’œil) 요소로도 활용했다. 헤어핀과 네크리스와 뱅글 등 커스텀 주얼리에도 리본 장식을 넣는 것은 물론 퀼팅 가방도 리본 형태로 등장했다.

리본의 조력자는 샤넬의 또 하나의 유산인 진주였다. 커스텀 주얼리로 등장했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위 ‘왕 큰’ 진주 모양의 미니 백, 크로스보디 백으로도 등장했다. 슈즈의 힐에도 대형 진주를 장식했다. 19세기 영국에서 선원들이 쓰던 납작한 모자 보터(Boater)도 고전적인 멋을 더했다. 샤넬의 여러 캠페인에 등장한 바 있는 모델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가 검은 새틴 리본 수십 개를 장식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대미를 장식했다.

총 71벌의 컬렉션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다음 시즌 새로운 도약을 위해 차근차근 이행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오는 10월에 선보일 2026년 SS 시즌,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을 더 기대하게 했다.

사진, 영상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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