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ÈS 2025 FW 컬렉션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나데주 반 시불스키가 에르메스 브랜드에 합류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장악력이 절정에 달했다. ‘레더 댄디(Leather Dandy)’를 테마로 SNS에서 바이럴 될만한 의상보다 브랜드 본연의 승마 DNA에 집중하며 좋은 소재, 은은한 컬러로 조용한 럭셔리의 정수를 펼쳐 보였다. 나데주 반 시불스키는 쇼 노트를 통해 에르메스를 입는 여성의 스타일은 ‘에지가 있고, 테일러드 숄더, 강조된 허리, 조각적이고, 탄력 있고, 매혹적이다’라고 정의했다.
2025년 FW 에르메스 컬렉션은 3월 8일 토요일, 프랑스 수도의 기마경찰의 거대한 마구간인 가르드 리퍼블리칸(Garde Republicaine)에서 열렸다. 이곳에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가 원형의 미로 같은 세트를 만들었고, 바닥에는 승마장처럼 짙은 브라운 컬러의 펠트와 모래를 깔았다.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멋진 런웨이였다.
석탄처럼 매트한 블랙과 차콜 컬러, 은은한 미드나잇 블루 컬러 등 짙은 컬러가 컬렉션의 전반부에 등장하여 럭셔리의 절정을 선보였다. 은은한 광택이 있는 염소 가죽 피코트 혹은 중성적인 울 더스터 코트에 레더 쇼츠, 라이딩 부츠를 매치한, 전형적인 에르메스 스타일이었다. 퀼팅을 넣은 레더 베스트와 카울넥 레더 톱 등이 날카로운 에지를 더하는 한편 커다란 캐시미어 스카프나 두터운 울 스웨터를 목과 어깨 주변으로 느슨하고 여유 있게 스타일링하여 우아하게 연출했다.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스티치 디테일이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투박한 개버딘 소재의 보머와 우아한 곡선의 블라우스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벨벳, 시어링, 데님 등 다채로운 소재가 적재적소에 등장하며 컬렉션을 보다 풍성하게 했다. 컬렉션의 후반부에는 지퍼를 사용한 대담한 컷아웃과 노출을 감행하는 바디콘 드레스가 눈을 시원하게 했다. 컬러 팔레트는 블랙으로 시작하여 베이지, 아이보리, 올리브, 라임으로 펼쳐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슬릭 헤어에 이어링을 한 모델들은 버킨, 알마 백 등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백을 들었다. 손가락이 없는 리브 니트 글러브가 스포티하고도 강인한 여성의 느낌을 더했다.
미로 같은 형태로 설계한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광경은 진풍경을 자아냈다. 강인하고, 섹시하고, 단호한 여성의 멋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으로 그려졌다. 나데주 반 시불스키의 커리어 하이가 시각적 즐거움을 줬다.
- 사진, 영상
- Courtesy of Her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