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한 아름다움으로 초대, 25 FW 맥퀸 컬렉션

명수진

MCQUEEN 2025 FW 컬렉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고대 세계의 문에 새겨져 있었다. 새로운 세계의 문에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쓰일 것이다.’ 2025년 FW 시즌 맥퀸 컬렉션을 설명하는 쇼 노트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1891년에 남긴 어록으로 시작했다.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런던의 밤의 풍경과 이곳에 남아 있는 예술가의 흔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런던의 밤을 산책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자전적 에세이 <나이트 웍스(Night Walks)>는 션 맥기르가 늘 집착에 가깝게 애정했던 책이며,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역시 션 맥기르에게 영감을 줬다.

2025년 FW 시즌 맥퀸 컬렉션이 열린 갤러리 드 제올로지 에 드 미네랄로지(Galerie de Géologie et de Minéralogie)는 1785년에 프랑스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일부로 지어진 곳이다. 이곳을 무대 디자이너 톰 스컷(Tom Scutt)이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새롭게 꾸몄다. 런웨이가 시작되는 지점에 비스듬히 대형 프레임을 설치하고 텅스텐 컬러의 조명을 비추며 시간을 초월한 런던의 밤거리를 재현했다. 모델들은 마치 시간의 문을 통과하듯 대형 프레임을 통해 런웨이로 등장했다.

션 맥기르는 영국 테일러링의 전통을 전복하고 빅토리아 고딕 스타일을 더해 다크한 매혹을 더했다. 오프닝을 장식한 블랙 테일러드 재킷 시리즈는 뾰족하게 솟은 빅토리아 스타일의 핀치드 숄더와 잘록한 허리 라인이 고전적인 느낌을 줬다. 이어 등장한 거의 핏빛에 가까운 선명한 레드 컬러의 드레스는 겹겹의 러플 디테일과 거품처럼 볼륨감을 준 퍼 소재로 거대한 존재감을 더했고, 급작스러운 반전처럼 등장한 아름다운 파스텔 민트와 바이올렛 컬러 드레스는 레드 레이스업 앵클 슈즈와 매혹적으로 매치했다. 션 맥기르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정교하게 수놓은 꽃무늬 디테일의 실크 드레스는 테일러링이나 실루엣에 정교함의 극한까지 밀어붙인 인상이다. 크리스털을 촘촘하게 장식한 블랙 레더 코트와 빅토리아 스타일의 미니 드레스는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방불케 했다.

글라스 비드와 시퀸을 장식한 레이스 타이츠가 스타일링에 매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맥퀸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날카로운 하이힐, 대형 진주 모양의 백, 길게 늘어지는 은색 귀고리 등 액세서리가 특별함을 더했다. 또한 필립 트레이시 (Philip Treacy)와의 콜라보로 만든 조각적인 블랙 모자로 알렉산더 맥퀸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한편, 2024 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 학사 과정을 졸업한 신예 디자인 듀오 매튜 엠프링엄(Matthew Empringham), 프레데릭 쿰스(Frederic Coomes)와 콜라보로 완성한 크리스털을 촘촘히 장식한 가면은 브랜드의 새로운 스토리를 썼다.

션 맥기르는 소재 사용에 있어서도 유연함을 보였다. 영국 공방에서 제작된 블랙 울 개버딘, 블랙 캐벌리 트윌 울 등 전통적 소재가 로맨틱한 실크, 샹티이 플로럴 레이스 소재와 믹스 매치됐고, 심지어는 방수 나일론 등 테크니컬한 소재까지 더해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한편, 맥퀸의 아이코닉한 스컬 패턴을 넣은 블라우스, 스카프를 무대 위에 다시 올려 시선을 끌기도!

세상에 수없이 존재하는 취향과 요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디자이너들이 결국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을 되새기며 중압감을 이기고 중심을 잡아간 션 맥기르는 자신의 세 번째 맥퀸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이 그에게 건 기대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사진, 영상
Courtesy of Mc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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