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EY MIYAKE 2025 FW 컬렉션
3월 7일 금요일 오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이세이 미야케 2025년 FW 컬렉션은 오스트리아 출신 예술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에르빈 부름은 관람객들이 직접 단상 위에 올라가 작가의 지시대로 포즈를 취하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조각의 일부가 되는 프로젝트를 80년대 후반부터 진행해온 작가이다. 이세이 미야케 런웨이에 펼쳐진 것은 이와 같은 에르빈 부름의 ‘1분 조각(One Minute Sculpture)’의 최신 에디션으로, 6명의 공연자들은 이세미 미야케의 의류와 상호작용하며 옷을 이상하게 늘려 입고 스스로 조각이 되었다. 타이틀은 ‘[N]either [N]or’. 형태, 질감, 의미까지 상반되는 두 가지 사물을 묶어 ‘둘 중 하나(either or)이거나 어느 쪽도 아닌(neither nor)’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아티스틱 디렉터 사토시 콘도는 ‘모호함과 그 사이의 많은 것’을 살펴보며, 자기 방식대로 옷을 입는 자유와 아직 옷 안에서 발견되지 않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무봉제 기술로 완성한 니트웨어는 특유의 비틀림을 통해 몸과 옷 사이 유기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어깨, 팔, 옆구리 등 곳곳에서 마치 바닷속 소라 모양처럼 뒤틀린 니트는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블랙과 화이트의 무채색 드레스는 단 두 장의 원통형 소재로 완성했다. 셔츠, 블레이저, 스웨터 또한 기분대로 마음대로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실험적 옷이었다. 팔이 통과하는 위치가 꼭 소매가 아니라도 되고, 옷을 뒤집어 입는 것도 가능하도록 옷에 무한한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페이퍼백(PAPER BAG) 시리즈는 ‘어떤 것이라도 신체를 통과하면 옷이 될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이세이 미야케는 대형 종이봉투를 만들어 몸을 통과시켜보고, 가상의 전람회 ‘추상과 구상과 그 사이(Abstract, Concrete, and In-Between)’ 포스터까지 만들어서 옷과 가방에 프린트로 넣었다. 한편, 그래픽적인 스트라이프 프린트는 이세이 미야케 고유의 플리츠 소재와 함께 배치해 시각적인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후반부에 등장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원피스는 열가소성 있는 합성 섬유와 울·알파카의 혼방사를 프레스 가공하여 마치 종이 인형 옷처럼 평면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에서 완전히 탈피한 이세이 미야케의 2025년 FW 시즌의 모든 룩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소재와 실루엣 실험의 결과였다. 컬러는 언제나처럼 블랙과 화이트, 레드를 기본으로 맑고 은은한 수채화 같은 색감이 유기적 형태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했다.
유기적 주름 형태가 눈길을 끈 신발은 캠퍼와의 첫 협업을 통해 선보인 ‘캠퍼 x 이세이 미야케 포펌(Peu Form)’이었다. 이세이 미야케의 ‘한 장의 천’이라는 근본 철학과 콘셉트를 발전시킨 것으로서 한 장의 가죽으로 발을 편안하게 감싼 형태가 매력적이었다
- 사진
- ISSEY MIYAKE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