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더욱 풍성하게 할 문화생활 캘린더

권은경

자칫하면 제때 누리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2025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문화적 순간을 미리 체크해두면, 그때를 기다리는 설렘도 생길 것이다. 즐겁게 고른 올해의 키워드 리스트가 여기에 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시각 3.3 할리우드 돌비 극장
아카데미는 LA 화재로 인해 올해 후보작 발표를 늦췄다. 사전 행사도 취소했다. ‘이런 와중에 무슨 시상식이냐’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웬만해서는 이 유서 깊은 연례행사를 막을 수는 없다. 최다 후보작은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밀리아 페레즈〉다. 애드리언 브로디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건축가로 등장하는 〈브루탈리스트〉, 〈위키드〉는 각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으로 분한 <컴플리트 언노 운>,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역시 여러 주요 후보에 오른 강한 작품들이다. 그림체만 봐도 ‘한국의 것’임을 알 수 있는 애니메이션 〈알사탕〉이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으니 반가운 소식. 아주 오랜만에 배우로서 주목받고 있는 데미 무어가 〈서브스턴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까? 사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코난 오브 라이언이 처음으로 진행을 맡는다는 점이다. 재난이 휩쓸고 간 LA 분위기상 마음껏 유머러스함을 발휘하긴 어렵겠지만, 그의 능숙함이 이럴 때 돋보일 수 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3.12 개봉
‘멕시코 카르텔의 보스가 극비리에 성전환 수술을 거쳐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자가 되길 꿈꿨던 그는 아내와 자식도 모르게 지난 삶을 지우고 새출발을 하고자 한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그가 가족 앞에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인생 제2막 이야기.’ 생 로랑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이 뮤지컬 영화는 여러모로 화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미국에선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이미 공개되었다.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극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멕시코 사회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과 얄팍함을 비난하는 의견도 제법 거세다. 1인 2역을 소화한 주인공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실제 트랜스젠더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직후, 과거 SNS에서 내뱉은 발언들이 드러나는 바람에 후보 자격을 두고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작년 칸 영화제에서는 셀레나 고메즈를 비롯한 출연 배우 4인이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작품에 씌워줄 왕관을 두고 모처럼 첨예하게 여론이 갈리는 경우이니, 확인은 극장에서.

2025 통영국제음악제

3.28~4.6 통영국제음악당
올해 음악제의 ‘상주 음악가’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가 선정되면서, 티켓 예매 시작 후 약 1분 만에 개막 공연과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매진되었다. 클래식 공연에서 상주 음악가는 실력이 뛰어나고 인지도가 높아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는 총 29개의 공식 공연이 있다. 고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판소리 명창 이자람, 소프라노 황수미 등 클래식의 다양한 결을 느끼게 해줄 세계적인 연주자와 단체가 참여한다.

전시 <겸재 정선>

정선, <독서여가>, 《경교명승첩》 中, 1740-1741년, 27.4X27.4CM, 간송미술관, 보물(<겸재 정선>).

4.2~6.29 호암미술관
정선의 대표작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진경산수화는 물론 산수, 인물,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망라한다. 정선을 주제로 한 전시야 종종 있었지만, 주요작들을 통해 그의 회화 세계 전모를 조명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작품에 나타난 정선의 내면세계와 예술혼까지 살펴보고자 한다는 전시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기에 가능한 규모일 것이다. 겸재 정선 회화의 정수와 그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

전시 <론 뮤익>

론 뮤익, IN BED, 2005, 혼합재료, 162×650×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 GAUTIER DEBLONDE, © RON MUECK(<론 뮤익>).

4월~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론 뮤익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은 2021년 가을 리움미술관 재개관전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서울에서 연다. 보는 순간 압도당할 정도로 생생하고 거대하거나, 인간의 존재와 삶이 미미하다고 느껴질 만큼 축소되어 있거나. 인체 스케일을 극단적으로 변주해놓은 그의 조각은 어느 쪽이든 초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전에서는 ‘Mass’(2017)를 중심으로 대표작 10점과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의 공동 주최 전시다.

코첼라 밸리 뮤직&아츠 페스티벌

4.11~13 & 18~20 캘리포니아 인디오 엠피르 폴로 클럽
텍사스와 시드니에서 열리는 SXSW는 물론이고 이제 시카고와 베를린, 파리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에도, 한여름 일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도 한국 뮤지션이 선다. 어마어마한 팬덤과 K-퍼포먼스의 힘을 체감한 음악 페스티벌들 속에서, 대표적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코첼라의 상황은? 올해는 레이디 가가, 그린데이, 포스트 말론과 트래비스 스캇이 헤드라이너로 서는 가운데, 리사, 제니, 엔하이픈의 무대도 있다. 미시 엘리어트, 프로디지, FKA 트위그스, 머스타드, 메건 더 스탤리언 등이 사막지대에 흙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4.16~25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2010년대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들은 한국에 오지 않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2017년 4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드디어 내한 공연을 치른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다시 온다. 고양에서만 총 6회 공연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예매 상황이 폭발적이자 공연 일정을 하루 늘린 결과다. 지난 8년 사이, 콜드플레이는 정규앨범 세 장과 라이브 앨범 두 장 등을 냈고, ‘마이 유니버스’라는 곡으로 방탄소년단과 협업했다.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5.13~24 팔레 데 페스티벌
연초에 크랭크업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칸에 안착할 수 있을까? 출품 접수가 3월까지 이어지는 만큼, 2월 중순 현재 공식 초청작들을 가늠할 만한 정보는 없는 상태다. 우선 쥘리에트 비노슈가 심사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이 반갑다. 그녀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 영화제 모두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배우다. 개봉일이 조금씩 미뤄진 끝에 이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민규동 감독의 <파과>는 칸보다 앞서 2월에 열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제17회 서울재즈페스티벌

5.30~6.1 올림픽공원
국내의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 대중적으로 부침 없이 꾸준히 무르익어온 사례를 꼽자면, 서재페 만한 이름은 드물다. 공연을 즐기는 신실한 음악 팬과 봄날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의 밸런스가 서재페라는 축제의 장에서 조화를 이룬다. 2월 20일 발표된 1차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반가운 이름은 넷이다. 최근 리사의 ‘Born Again’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레이(Raye), 이름이 곧 장르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공연계에서 자기만의 확고한 범주를 구축한 장범준, 그리고 솔로 공연으로 팬덤을 들썩거리게 할 NCT의 도영이다. 팝 밴드 레이니, 나이 서른에 ‘그래미 6관왕’ 기록을 이룬 제이콥 콜리어,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인 벤자민 클레멘타인, 잔나비, 까데호, 대니구 재즈 크루 등등 올해도 관람 날짜를 고르느라 즐겁게 갈등할 일이 남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1990UAO, JADRIC ARCHITEKTUR, PHOTO BY JUNG JI HYUN.

5월 개관 도봉구 창동
뉴욕의 국제사진센터, 런던의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도쿄의 도쿄도 사진미술관 같은 사진 전문 미술관이 한국에도 하나쯤 있
을 법하지만, 없었다. 2015년부터 건립 준비를 시작한 한국 최초의 공공 사진미술관이 드디어 문을 연다. 건축은 카메라의 셔터와 디지털 이미지의 픽셀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조금씩 틀어지는 듯한 독특한 외형으로 완성되었다. 개관전으로 한국 예술 사진의 기원과 발전사를 보여주는 〈광채: 시작의 순간들〉, 정멜멜, 원성원등 사진작가 여섯 명이 미술관 조성 과정 등을 담은 작품을 보여주는 〈스토리지 스토리〉가 열린다.

2025 월드디제이페스티벌

6.14, 15 과천서울랜드
EDM 페스티벌인 일명 ‘월디페’에는 그간 저스티스, 아비치, 체인스모커스 등 디제이 중의 디제이가 거쳐 갔다. 올해 라인업에서 가장 기대감을 부르는 주인공은 아무래도 애니마(Anyma)일 것이다. 사운드와 비주얼 아트를 융합하는 스타일의 디제잉 공연 중에서도 애니마는 블록버스터급의 강렬한 몰입형 공연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팬데믹이 지나간 이후 매년 한국을 성실하게 방문 중인 알렌 워커, 알레소, 덥 비전 등 서울랜드를 뒤흔들 디제이 리스트가 하나둘 공개된다.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오케스트라, 임윤찬 협연

6.14, 15 롯데콘서트홀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임윤찬.
클래식 팬들이 레이더를 세울 이름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셋이다. 이들이 모두 한 무대에 오르는 뜻깊은 공연이 한국에서도 열린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라벨, 생상스, 볼레즈, 베를리오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임윤찬은 15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승 때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이어 또 하나의 레전드 무대를 목격할 수 있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영화 <28년 후>

6월 개봉 예정
기억을 더듬어보자. 원래 좀비란, 혐오스러운 몰골로 약에 취한 듯 느릿느릿 걷는 존재였다. 좀비와 인간은 보폭이 달랐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자 살아 있는 인간인 내가 ‘쟤보다 빨리 뛸 수 있어’ 하는 심리적 우위는 좀비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라는 공포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주었다. 1990년대에 <트레인스포팅>과 <쉘로우 그레이브>를 남긴 대니 보일 감독이 좀비를 다룬다면? ‘미친 듯이 뛰는 좀비’가 탄생했다. 게임의 법칙을 어긴 것 같은 그 존재들이 길길이 날뛰니,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새 지평이 열렸다. 빠른 속도로 재앙이 닥칠 때 드러나고야 마는 인간성과 생존 본능도 목격하게 되었다. 2003년 <28일 후>, 2007년 <28주 후>에 이어, 2025년 <28년 후>가 개봉한다.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되고 28년이 지나 나름 생존하는 방식을 찾은 인간들의 세상이 배경이다. <28주 후> 때 연출에서는 손을 뗀 대니 보일이 감독으로 돌아왔고, 저예산 좀비 영화로 처음 이름을 알린 킬리언 머피가 기획자로 참여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NEW MONEY, 조던 역 사만다 폴,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위대한 개츠비>).

7월 오픈 GS아트센터
작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오리지널 투어로 내한한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된 이유는 흥행에 대성공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프로듀서가 기획 제작해 브로드웨이 현지 창작자들과 협업한 작품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활기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사례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고, 한국 제작 뮤지컬 최초로 토니상(의상상)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에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도 앞두고 있다. 옛 LG아트센터 역삼 자리에서 규모를 키우고 새로 단장해 7월에 오픈하는 GS아트센터의 개관 첫 뮤지컬이다.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NATALIA OSIPOVA IN GISELLE, PHOTO BY BILL COOPER ROH(더 퍼스트 갈라).

7.4~6 LG아트센터 LG시그너처홀
영국의 로열 발레단은 해외 투어를 할 경우 1년에 한두 개 도시에서만 공연을 진행한다. 영국에서의 공연 일정 때문이다. 로열 발레가 내한하는 건 20년 만이다. 2월 중순 현재 세부 프로그램이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4일 공연은 매진되었다. 그들의
대표작 10여 편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지젤>, <해적> 등 19세기에 초연된 클래식부터 웨인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휠든 등 21세기를 대표하는 안무가들의 컨템퍼러리 작품까지 두루 공연한다. 나탈리아 오시포바와 바딤 문타기로프 등 수석 무용수 아홉 명, 입단 7년 만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격한 한국의 전준혁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머시브 시어터 <슬립 노 모어>

ROBIN ROEMER FOR SLEEP NO MORE AT THE MCKITTRICK HOTEL NYC(<슬립 노 모어>).

8월 오픈 예정 장소 미정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독특하게 재구성한 논버벌 공연이 한국에 상륙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배우들이 공연장 전체를 무대 삼아 퍼포먼스를 펼치는 동안 관객은 자유롭게 따라다니며 관람할 수 있는 형태다. 그러니까 맥베스를 연기하는 배우를 쫓아다닐 수도 있고, 마녀가 움직이는 동선대로 함께할 수도 있는 식이다. <슬립 노 모어>는 2003년 영국에서 시작한 후 2011년 뉴욕으로 무대를 옮겼다가 올초 막을 내렸다. 2016년부터는 상하이에서도 공연이 열리고 있다. 뉴욕 여행자들이 후기로 공유하던 이 아방가르드한 공연이 한국에서 얼마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머시브 시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서울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 점은 분명 귀하고 신나는 일이다.

전시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FLOAT, 2019, MIXED MEDIA ON CANVAS, INSTALLATION VIEW, ‘MARK BRADFORD: KEEP WALKING,’ HAMBURGER BAHNHOF –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BERLIN, GERMANY, 2024, © MARK BRADFORD, COURTESY THE ARTIST AND STAATLICHEN MUSEEN ZU BERLIN, NATIONALGALERIE, PHOTO BY JACOPO LAFORGIA(<마크 브래드포드>).

8.7~2026.2.1 아모레퍼시픽미술관
1961년생, LA 태생의 마크 브래드포드는 이제 동시대 추상회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도시에서 흔히 보는 부산물을 주재료로 사회 약자들의 현실을 반영해왔다. 그의 대형 화면은 버려진 포스터, 전단지, 신문 조각 등을 이용한 콜라주와 채색으로 완성된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들여다볼 때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40여 점을 소개한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 국가관에서 선보인 ‘Spoiled Foot’, 관람객이 작품 위를 거닐며 경험할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Float’ 등을 포함한다.

프리즈 서울

9.3~6 코엑스
작년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활기찬 밤을 보낸 동네는 전보다 좀 늘어났다. ‘한남 나이트’, ‘삼청 나이트’, ‘청담 나이트’ 식으로 갤러리와 주요 기관이 늦은 시간까지 전시 및 행사를 지속하는 그 대열에 을지로 지역도 가세했다. 프리즈 서울 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미술 기관의 관계자들을 포함해 코엑스 페어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약 7만 명이다. 봄에 열리던 광주비엔날레는 계절을 성큼 뛰어넘어 9월 개막을 택하는 수를 두었다. 올해는 프리즈 서울이 맞는 네 번째 해다. 이제 9월 초는 아트 신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려는 시민들의 관심이 유독 집중되는 특별한 시기라는 사실을 점점 많은 사람이 알아가고 있다.

울시향, 정재일 신작 초연.

ⓒ LMTH(서울시향, 정재일 신작 초연)

9.25, 26 롯데콘서트홀
한국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행보와 재능에 견줄 누군가가 있다면, 두 사람 중 하나는 분명 정재일이다. 그는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더라’는 소문과 함께 신동으로 불리며 밴드 생활을 했고, 보컬로서 노래를 냈으며, 전위적인 음악과 클래식을 아우르더니 음악감독과 영화음악가(<기생충>, <오징어 게임>)로도 활동한다. 정재일은 2024년 서울시향과 파크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로서 협연한 적이 있다. 이제는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로서 서울시향의 공연으로 신작을 공개한다.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은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협연하는 공연이다. 메인 프로그램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고, 박재홍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하는데, 바로 이 공연에서 서울시향이 의뢰한 정재일의 신작이 초연된다. 이미오래전부터 거장의 길을 예약해둔 듯한 정재일이지만, 이건 예상하지 못한 흥미로운 소식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9.17~26 영화의 전당 외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집행위원장 없이 치러졌다. 영화제가 집행 위원장 없이 열린다는 것, 영화제의 상징적 자리인 개막작으로 극장 배급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선정한 것 등은 여지없이 뒷말을 낳았다. 그러나 영화제 측의 발표에 따르면, 역대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총 관람객은 약 14만 5,000명이었다고 한다. 행정과 정치적 이슈에 맞물려 바람 잘 날이 없는 것만 같은, 하지만 한국에 오롯한 국제영화제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영화제가 어느덧 30주년을 맞는다. 올해는 추석 연휴 영향으로 10월이 아닌 9월에 열린다.

오아시스 내한 공연

10.21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대한민국, 우리의 새로운 절친들. 조금만 기다려. 오아시스가 곧 출동.” 갤러거 형제의 재결합 후, 작년 11월 오아시스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로 올라온 포스팅 문구다. 2009년 4월 내한 공연을 한 그해에 공교롭게도 밴드는 해체되었다. 하지만 노엘 갤러거는 여러 차례 한국 관객이 얼마나 ‘크레이지’한지 신나게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모두가 뜨겁게 회포를 푸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영화 <위키드: 포 굿>

11월 개봉
2024년 11월 20일 개봉한 <위키드>는 러닝타임 160분에 그 세계관을 다 담을 수 없는 영화였다. 160분의 벽 때문일까? 한국 누적 관객수는 224만 명으로, 기대보다는 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뮤지컬 작품의 실사 영화인 <위키드>에는 뮤지컬 팬을 비롯한 강력한 팬덤이 있다. <위키드: 포 굿>은 <위키드>의 파트 2에 해당한다. 이야기의 끝을 보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짧지는 않은 셈이다. 엘파바 역의 신시아 에리보는 이 영화로 인기를 얻었지만,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한 적도 있는 배우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12월 개봉
바로 그 <아바타>가 <아바타: 물의 길>이라는 속편으로 돌아온 때는 2022년 12월. 제임스 카메론의 상상은 또다시 현실이 되었다. 모션 캡처 기술과 3D가 안겨준 2009년 당시의 문화 충격을 넘어서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할리우드가 보유한 기술력의 최대치를 보여준 듯한 영화는 평단에서도 흥행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감독이 한 말에 따르면 ‘불과 재’는 전편과 이어지지만, 굳이 전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라고 한다.

사진
COURTESY OF THE MUSEUM AND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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