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트 쿠튀르가 펼친 무지개색 런웨이

이예지

찬란한 색채의 시나리오.

샤넬 오트 쿠튀르 탄생 110주년을 맞는 올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트 쿠튀르 하우스 중 하나인 샤넬이 펼친 2025 S/S시즌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무지개색 런웨이.

전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와 곧 부임할 마티외 블라지
사이에 공개한 이번 오트 쿠튀르 쇼를 맡은 샤넬 디자인팀은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 컬렉션은 가볍고 젊고 아름다웠다. 오프닝은 손으로 곱게 칠한 듯한 파스텔 무지개를 얹은 재킷과 A라인 스커트가 매치된 룩으로 시작됐다. 컬렉션은 낮에서 밤으로, 또 새벽의 여명까지 이어지는 색채 시나리오에 대한 것이었다. 그 사이 민트색, 솜사탕 같은 핑크색, 보라색, 코럴색, 노란색 등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가 트위드와 짝꿍을 이루며 이어 나왔다. 아티스틱 디렉터 석은 공석이지만, 아름답게 물결치는 섬세한 파스텔 톤 컬러는 쇼장 바깥의 비 내리는 회색 하늘과 대비되며 기분 좋은 환기를 유도했다.

새벽빛 실크 크레이프 소재의 파자마 스타일 앙상블, 햇살을 머금은 옐로 트위드 슈트, 박스 플리츠 장식의 라일락 트위드 드레스, 페인팅과 장식이 돋보이는 화이트와 블랙 트위드 슈트가 줄을 지어 나왔고, 이어 퍼플 자카드 드레스와 함께 연출한 오렌지 핑크 컬러 코트, 페일 핑크 플라운스 장식의 미모사 컬러 드레스 슈트가 등장했다. 트위드 슈트는 자칫 무겁고 진부해 보일 수 있지만, 디자인팀은 그 문제를 아주 손쉽게 피했다. 짧은 기장, 가볍게 슬릿이 들어간 스커트, 롱 재킷과 긴 카디건 재킷 안에 화사한 색감의 새틴 이너를 매치한 것은, 1960년대 고전적인 샤넬 슈트를 현대 여성이 멋지게 차려입은 것처럼 보였다. 특히 라메(금속 실을 짜 넣은 직물) 드레스 위에 노란 안감을 덧댄 트위드 코트를 레이어링한 것이나, 무척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자랑한 푸른 케이프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오트 쿠튀르는 컬렉션을 젊게 유지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특별한 장인 정신, 정교한 세공,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고급과 화려한 장식에 관한 이야기다. 샤넬의 웨어러블하고 현대적인 태도는 무척 반갑지만, 그 세련됨을 완성하는 세부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들여다본 세부에서는 하우스의 유명 공방에서 완성한 코르사주와 버튼들, 부드럽게 휘날리는 깃털, 다양한 과정을 통해 염색된 아름다운 색상 등을 통해 하우스의 풍성한 유산과 기술력이 보란 듯이 펼쳐졌다. 라이닝에는 다양한 색상을 적용하고, 브레이드에는 그래픽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 작은 플라워 자수가 더해졌다. 수정, 메탈, 라인스톤 버튼에서는 달, 태양, 카멜리아 장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없이 가벼운 소재에 자수를 장식하고, 플라운스와 플리츠 장식을 넣은 의상에 이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샤넬 오트 쿠튀르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제대로 과시한 셈. 이런 세세한 디테일 덕분에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오트 쿠튀르의 상상력이 그렇게 극적으로 구현됐다. 올해로 탄생 110주년을 맞는 샤넬 오트 쿠튀르는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과 기술력에 대한 높고 확고한 기준을 새롭게 확인하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마리옹 코티야르
제니
릴리 로즈 뎁
고윤정
바네사 파라디
플라워오브러브
카일리 제너
해나 도드
안토니아 데스플라.
두아 리파
지드래곤

샤넬 패션 총괄 브루노 파블로브스키는 작년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메티에 다르 쇼에서 “아티스틱 디렉터가 없는 과도기이지만, 스튜디오는 메종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드, 카멜리아, 더블 C, 유명한 단추 등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샤넬의 핵심 코드는 수십 년간 곳곳에 창의적으로 적용되었고, 숙련된 공방과 메종의 디자인팀은 샤넬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웅장한 메시지와 명백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랑팔레에 지어진 단순하지만 명료한 더블 C 모양 런웨이에서 어떤 확신이 느껴졌다. 시노그래퍼 윌로 페론이 탄생시킨 거대한 흰색 뫼비우스 띠처럼 생긴 세트는 연속적인 고리 모양으로 위에서 보면 부드럽게 회전하는 듯 영속성이 느껴졌다. 그랑팔레
한 면을 채운 커다란 거울 안에 비친 뫼비우스 띠의 이미지가 더욱 그러했다. 무한의 상징인 더블 C는 샤넬의 집이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유연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샤넬의 컬러 팔레트가 새벽의 여명을 향한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릴 흥미진진한 데뷔가 가을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LOOK 47
르사주의 브레이드를 더한 네이비블루 시폰 소재 투피스다. 짧은 비대칭 케이프와 롱드레스로 구성되며, 드레스 전체를 실버 시퀸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오간자 플라운스가 특징이다.

LOOK 33
르뇽 공방에서 제작한 아코디언 플리츠 플라운스와 르마리에 공방에서 만든 블랙 페더로 장식한 화이트 시폰 블라우스, 르사주 공방의 핑크, 화이트, 골드 트위드로 만든 더블브레스트 브레이드 재킷과 쇼트 플리츠 스커트로 구성된 쓰리피스 아웃핏.

LOOK 41
몽텍스 공방에서 자수와 브레이드로 장식한 쇼트 블랙 드레스. 레이스 톱에는 실버 꽃 장식을 올리고, 멀티컬러의 스트라스 장식 플림튀 튤을 사용해 하늘거리는 튤 트레인을 완성했다.

LOOK 7
옐로와 화이트 시퀸 트위드 소재의 투피스. 플루 공방 팔로마에서 만든 플리츠 플라운스와 자수로 장식한 쇼트 재킷, 스트랩과 허리 밴드에 핑크 시퀸을 수놓은 미니드레스로 구성되었다.

LOOK 8
골드 톤의 체크 트위드 소재 플리츠 드레스 코트. 퍼프 슬리브와 브레이드 장식이 특징인데, 전담 공방에서 로즈 컬러 브레이드 장식을 만들었고, 메종의 타이외르 공방 중 한 곳에서 몽환적인 실루엣의 형태를 완성했다.

LOOK 53
은은하게 반짝이는 골드 레이스 소재의 롱드레스로 개더 플라운스, 시퀸 그러데이션과 자수 브레이드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플루 공방이 보유한 노하우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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