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ONE ROCHA 2025 FW 컬렉션
발레코어와 고스 스타일로 무장한 시몬 로샤의 팬덤들이 모여든 일요일 오후. 런던 패션위크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름 중 하나인 시몬 로샤의 2025년 FW 컬렉션이 열렸다. 이번 시즌, 시몬 로샤 컬렉션의 영감이 된 것은 이솝 우화 중 <토끼와 거북이>. 시몬 로샤는 ‘학창 시절 교장 선생님은 항상 <토끼와 거북이>를 들려주며 사람들은 결국 둘 중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거북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리고 꾸준한 것이 결국 승리한다고 생각한다’며 데뷔 후 지난 15년간 시몬 로샤만의 속도로 세상에 내놓았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되짚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몬 로샤는 2018년 FW 컬렉션을 열었던 런던의 골드스미스 홀(Goldsmiths’ Hall)을 다시 한번 베뉴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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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로샤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지닌 10대 스타일로 변용됐다. 시몬 로샤는 반항아, 말괄량이, 너드, 운동선수 등 청소년기의 전형적 모습을 무대 위로 올렸다. 함께 교장 선생님이나 선생님 같은 캐릭터도 등장시켜 묘한 긴장감을 유발했다(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해리포터 이모 역할을 맡았던 피오나 쇼우(Fiona Shaw)가 권위적인 교장선생님 역할로 런웨이에 선 것 같았다). 배경음악은 청춘의 단골 BGM인 라디오헤드(Radiohead). 리드 보컬 톰 요크(Thom Yorke)의 통곡하는 듯한 목소리가 깔렸고, 펑키한 블랙 바이커 스타일이 등장했다. 바이커 재킷은 시몬 로샤 특유의 벌룬 소매와 러플 디테일을 통해 로맨틱하게 변주됐다. 블랙 트위드 소재의 스커트 셋업은 자전거 체인 같은 메탈 디테일로 강렬함을 더했고, 스포티한 스트라이프 럭비 셔츠는 장미 아플리케와 러플 디테일을 잔뜩 달고 발레코어 트렌드를 주도했던 시몬 로샤만의 매력을 뽐냈다. 카키색 카디건처럼 빈티지한 그랜마코어 스타일의 등장은 새로웠다. 한편, 생지 데님 소재로 만든 스커트 셋업, 볼륨감을 더한 데님 트러커 재킷은 2024년 FW 시즌에 론칭한 시몬 로샤 데님 라인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광택이 흐르는 실크 리본과 타프타 소재,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장미 프린트가 고전적인 분위기를 내는 한편, 갈기갈기 찢어진 디테일과 자물쇠, 사슬, 하네스 등으로 S&M(Sadomasochism) 요소를 더한 점도 흥미로웠다. 인조 모피는 풍성한 양감을 더하며 이번 시즌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페이크 퍼 재킷과 테슬 스커트 셋업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인조 모피 브라탑과 허리에 대충 묶은 윗옷처럼 엉덩이 라인을 두른 모피 페플럼 장식이 스타일링에 재미를 더했다. 모델들은 레진으로 만든 거북이나 페이크 퍼 토끼 인형을 마치 애착 인형처럼 들거나 안거나 걸치고 등장해 특유의 반항적이고도 불안한 매력을 선사했다.
모델 알렉사 청(Alexa Chung), 배우 벨 파울리(Bel Powley)와 안드레아 라이즈보로(Andrea Riseborough)과 함께 한국의 배우 김민하가 모델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하는 평소에도 시몬 로샤의 팬임을 SNS를 통해 드러냈고 이를 본 디자이너 시몬 로샤가 김민하 배우에게 직접 러브콜을 했다는 후문이다.
- 사진
- Courtesy of Simone Ro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