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 드레스, 25 FW 리차드 퀸 컬렉션

명수진

RICHARD QUINN 2025 FW 컬렉션

전복적인 스타일, 지속 가능한 패션 철학으로 이목을 끌었던 리차드 퀸은 점점 고전적인 주제에 파고들고 있다. 리차드 퀸은 이를 ‘특별한 순간에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하며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는 옷을 만드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리차드 퀸 2025년 FW 시즌 런웨이에서 마주한 것은 클래식한 드레스 퍼레이드였다. 컬렉션이 열린 2월의 런던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리차드 퀸은 런웨이에 인공 눈을 뿌리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런던 거리 모습을 연출했다. 무대에 설치된 가로등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며 컬렉션이 시작됐다. 리차드 퀸은 남성의 연미복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를 블랙과 화이트로 제한했는데 이는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했다. 오프닝에 등장한 드레스는 잘록한 허리와 봉긋한 스커트 라인이 40년대에 선보였던 디올의 뉴룩을 떠오르게 했다. 허리의 장미 아플리케가 클래식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드레스는 영국 조지 왕조 시대의 고전적 스타일에서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같은 옛 할리우드 영화배우가 입을 것 같은 오트 쿠튀르 스타일까지 광범위한 시대를 오갔다. 완벽한 테일러링을 통해 다채로운 볼륨감을 표현했다. 때로는 시선을 얼굴로, 때로는 시선을 허리 아래로 오게 하며 관객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로맨틱한 장미 아플리케를 비롯해 설탕처럼 드레스 위에 촘촘하게 흩뿌린 비즈와 크리스털 장식이 결코 타협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완벽주의를 느끼게 했다.

컬렉션의 중반부 이후에는 리차드 퀸의 아이코닉한 화려한 프린트와 컬러가 돌아왔다. 대형 장미 아플리케를 넣은 레드 드레스와 민트 그린, 레몬옐로, 바이올렛까지 다채로운 컬러로 플라워 패턴이 변주됐다. 특히 80년대에서 영감을 받아 파워숄더 스타일로 선보인 월페이퍼 패턴 실크 스카프가 존재감을 뿜어냈다. 컬렉션은 최근 리차드 퀸에서 가장 각광받는 웨딩드레스 시리즈로 마무리됐다. 가슴과 밑단 부분에 깃털 장식을 더한 미니 드레스, 5단 웨딩 케이처럼 러플이 화려하게 장식된 슬리브리스 드레스, 풍성한 스커트 라인이 특징적인 볼 가운 드레스 스타일까지 다채로운 웨딩드레스가 선보였고, 레이스 팬츠 위에 트레일 같은 스커트를 레이어링한 드레스는 개성이 넘쳤다. 신인으로서 영민하게 브랜드를 꾸리고 있는 디자이너 리차드 퀸은 <펫샵보이즈(Pet Shop Boys)>의 ‘언제나 내 마음에(Always On My Mind)’를 틀며 컬렉션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사진, 영상
Courtesy of RICHARD QUIN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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