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제대로 들지 않을 예정입니다. 흐트러짐의 미학이랄까요?
트렌드는 점점 ‘자연스러움’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클러치도 꼭 쥐기보다 가볍게 감싸듯 들고, 토트백도 양 손에 힘을 뺀 채 툭 걸치는 식이죠. 버클을 다 채우지 않은 백, 루즈하게 묶인 스트랩, 무심하게 열린 지퍼 등, 작은 차이가 전체적인 스타일에 자유로운 무드를 더해줍니다. 룰은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의도된 무심함이 중요하죠. 마치 원래 그런 듯, 자연스럽게 말이죠. 가방을 풀어헤치고 멋 부리는 그 감각, 올해는 조금 더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너무 단정한 가방은 때로 과한 긴장감을 주죠. 살짝 열린 버클, 느슨하게 툭 들린 손잡이가 룩의 여유를 만듭니다. 버건디 톤의 빈티지 백을 자연스럽게 들어올린 첫 번째 룩, 그리고 클래식한 버킨을 후줄근하게 쥐고 있는 두 번째 룩.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은 신경 쓴’ 무심한 쿨함이 느껴지죠.

비즈니스 백이라고 다 똑같진 않죠. 타이트한 넥타이와 차분한 컬러의 슈트 팬츠를 입고도, 한쪽 어깨에서 슬쩍 흘러내리는 서류 가방이 룩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가득 찬 서류 더미가 자연스러운 연출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옷을 갖춰 입었다고 해서 가방까지 빳빳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금장치를 풀어버린 가방, 손잡이 대신 몸에 바짝 밀착시켜 드는 방식. 마치 클러치 백처럼 자연스럽게 팔에 끼워 멋을 냅니다. 특히 부드러운 가죽 소재라면 이렇게 연출하는 게 훨씬 세련되게 보이죠. 신경 쓴 듯 안 쓴 듯, 그 미묘한 선을 유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자리에 앉을 때마다 가방을 꼭 안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무심한 듯 바닥에 내려놓으면, 오히려 더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효과가 있죠. 계단에 루즈하게 놔둔 이 룩처럼 말이에요. 헐렁한 팬츠와 매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쿨한 분위기가 연출될 겁니다.


아직 픽포켓으로부터 안전한 한국이라지만, 가방을 활짝 여는 게 부담스럽다면? 가방 덮개용으로 작은 액세서리를 더해보세요. 키링, 인형, 컬러풀한 참 장식을 가방끈에 달아두면 열린 가방 문보다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니까요. 클래식한 백일수록 이런 작은 요소가 룩을 가볍고 재밌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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