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VIN KLEIN 2025 FW 컬렉션
‘’제 철학은 항상 같았습니다. 여유로운 관능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늘 현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 캘빈 클라인, 1984년
20세기 패션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캘빈 클라인은 지난 2018년,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7년 동안 쇼를 열지 않았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기에 캘빈 클라인의 귀환은 이번 뉴욕 패션위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컬렉션은 2월 7일, 본사가 있는 뉴욕 미드타운에서 열렸다. 뉴욕 39번가(205 W 39th Street)에는 여전히 캘빈 클라인의 본사가 있다.
이번 컴백의 중심에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Veronica Leoni)가 있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인 베로니카 레오니는 피비 파일로가 수장이었던 시절 셀린느를 비롯해 질 샌더, 더 로우, 몽클레르에서 경력을 쌓았고 2020년에는 자신의 브랜드 퀴라(Quira)를 론칭해 2023년 LVMH 프라이즈(LVMH Prize for Young Designers)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력만으로도 짙게 느껴지는 적임자의 향기!
캘빈 클라인은 베로니카 레오니의 우아한 지휘하에 미니멀리즘의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베로니카 레오니는 캘빈 클라인의 ‘위대한 유산’에 본인의 직감을 대담하게 더했다. 매력적인 80년대 스타일의 슈트를 선보이고, 1999년에 캘빈 클라인에서 선보인 스퀘어토 펌프스와 슬리퍼를 발레리나 신발로 재해석했다. 칼라와 라펠 등 디테일을 최대한 덜어내고 평면적인 실루엣으로 만들어낸 그레이 슈트 시리즈는 80년대 말, 멋진 스타일로 많은 이들이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코카콜라 광고를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조용한 럭셔리와 긱시크까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코드를 잘 버무리며 힘 있는 라인업으로 전개됐다. 실키한 화이트 셔츠와 베이식한 블랙 코트는 어깨에서 반대쪽 팔로 흐르는 스카프를 장착했고, 거의 벗겨질 듯 뒤로 젖혀진 코트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걷는 모델들의 애티튜트도 우아한 느낌을 더했다. 은은한 그레이 컬러 코트를 비롯해 그것이 캘빈 클라인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빛바랜 체크 셔츠, 오트밀 컬러의 울 코트 등 당장 옷장에 넣고 싶은 아이템이 많았다. 화이트 원피스를 꽃잎처럼 블랙으로 한 겹 더 덮어놓은 드레스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당대의 아이코닉한 CK ONE 향수병 모양으로 만든 미니 백은 신의 한 수였다!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베로니카 레오니는 피날레에서 멋진 은색의 커트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확신에 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캘빈 클라인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베로니카 레오니는 “캘빈 클라인 본연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옷에 드라마틱 하면서도 현실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객석에는 2004년에 브랜드에서 손을 뗀 창립자 캘빈 클라인이 자리했다. 쇼가 끝나고 브랜드의 뮤즈였던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 크리스티 털링턴(Kate Moss)에 둘러싸여 인사를 주고받는 83세의 캘빈 클라인은 패션사에 또 하나의 페이지로 기록될 것 같다.
- 영상
- Courtesy of CALVIN KLEIN,Instagram @calvinkl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