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걸의 옷장 공개, 25 FW 케이트 컬렉션

명수진

KHAITE 2025 FW 컬렉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케이트. 케이트의 디자이너 캐서린 홀스타인은 잇걸의 교주 같은 존재다. 케이트 컬렉션의 미덕은 ‘진짜 입고 싶은 옷’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난해한 아이템 사이에서 매의 눈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쇼’가 아닌 실제로 옷을 입는 이들에게 어필한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는 건 아니지만 신인 디자이너가 각자도생하는 불황의 시대에는 여간 똑똑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케이트는 언제라도 꺼내 입을 수 있는 업타운걸의 필수 아이템에 해체적 시도와 공예적 요소를 살짝 더한 총 56벌의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의 레퍼토리를 확실하게 다졌다. 지난 몇 시즌 다소 주춤한 것처럼 보였던 케이트에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또한 브랜드의 다음 챕터를 위한 몇몇 개의 씨앗을 심어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영민함도 잊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뉴욕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 내부에 원형의 런웨이가 설치됐다. 이는 온통 검은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시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에인절(Angel)’의 강렬한 기타 노이즈가 흘러나오며 불타는 듯한 오렌지 조명이 켜졌다. 아방가르드한 가죽 코르셋, 오페라 장갑, 짙은 인디고 컬러의 셀비지 데님이 오프닝을 열었다. 그리고 역시 케이트의 명불허전 가죽 아이템이 이어졌다. 보기 좋을 정도로 적당히 반짝이는 레더 블레이저, 바이크 재킷, 보머, 트렌치코트 등 아우터를 비롯해 비대칭 원피스, 미디스커트, 니하이 부츠 등 하나하나가 존재감을 뿜어냈다. 특히, 퍼 칼라를 단 에비에이터 스타일의 쉘라(Shellar) 재킷은 깃털 펜슬스커트, 미니스커트 등 하의와 다양하게 믹스 매치할 수 있는 ‘만능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캐서린 홀스타인은 얼마 전 고인이 된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감독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영화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깃을 바짝 세운 무스탕 재킷, 브라운 퍼 코트와 원피스, 우아한 닥터 백, 뉴스보이 캡은 50-60년대의 고전 영화의 몇몇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아가일 패턴의 스웨터와 안경으로 긱시크한 분위기를 살짝 더한 점도 흥미로웠다. 케이트 특유의 굵은 게이지 니트 시리즈는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통해 공예적인 예술성을 강화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튀어나올 듯 선명한 애니멀 프린트는 코르셋, 코트, 팬츠, 스커트 슈트까지 한 번씩 대입하며 2025년 FW 시즌 케이트 레퍼토리의 또 한 부분을 충실히 써 내려갔다. 이는 브랜드의 다음 챕터를 미리 타진해 보는 디자이너의 영민한 선택처럼 보였다.

사진, 영상
Courtesy of KHA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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