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그 결말을 알아도 재미있다, 25 SS 지암바티스타 발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명수진

GIAMBATTISTA VALLI 25 SS 컬렉션

2025년 SS 시즌,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자신의 28번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정공법으로 공략했다. 지극히 전형적인 오트 쿠튀르의 문법이었지만 눈은 즐거웠다. 영감의 근원 역시 종종 디자이너의 래퍼런스로 등장하는 ‘모로코’다. 그는 컬렉션을 구상하는 동안 무드 보드에 마라케시의 오아시스 같은 메나라 정원(Menara Gardens), 60년대 스타일 아이콘인 탈리타 게티(Talitha Getty)의 보헤미안 룩, 포토그래퍼 어빙 펜(Irving Penn)의 아내이자 모델인 리사 폰사그리브스펜(Lisa Fonssagrives Penn)이 차를 마시는 1951년의 사진 등을 가득 채워넣었다.

컬렉션이 열린 방돔 저택(Pavillon Vêndome) 내에는 모로코의 아질랄(Azilal) 카펫을 깔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오프닝은 큼직한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의 카프탄(Caftan) 드레스가 장식했다. 이후 클래식한 볼가운 시리즈가 이어졌다. 잘 만든 밀푀유처럼 주름과 러플이 층층이 쌓인 섬세한 시폰 소재와 함께 인도의 마하라자가 입을 것 같은 화려한 브로케이드, 오간자, 벨벳 소재로 화려한 드레스 퍼레이드를 이뤘다. 모로코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3D 아플리케와 거대한 리본과 러플, 화려한 비즈 자수와 골드 자카드가 드레스의 빈 곳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빽빽하게 채워졌다. 불타는 듯 강렬한 스칼렛 레드 컬러 드레스 시리즈와 바이올렛 컬러의 드레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입었던 볼가운을 연상케했다.

총 35벌의 드레스는 거대한 볼륨감으로 인해 뜻밖의 드레스 ASMR을 만들어냈다. 걸어 다니는 거품 조각 같은 볼가운 드레스는 지나갈 때마다 바람처럼 스치는 소리를 냈고, 반짝이는 구슬 드레스가 지나갈 때에는 경쾌하게 찰랑거렸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항상 반대되는 것 사이에서 대화를 나눈다’며 ‘커다란 볼륨감을 지녔지만 모든 것이 가벼움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커다란 볼륨조차도 항상 바람에 날리는 원단과 같다’고 설명했다. 고전은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다고 했던가? 오트 쿠튀르에서 지암바티스타 발리 드레스의 인기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영상
Courtesy of Giambattista Va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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