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함께 일궈낸 하입, 박제, 25 FW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

명수진

LOUIS VUITTON 2025 FW 컬렉션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2025 FW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은 스트리트 문화의 아이코닉한 존재들과 하이패션을 상징하는 하우스의 드라마틱한 만남으로 기억될 것이다. 루이 비통 남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암스는 이번 컬렉션을 25년 지기이자 함께 스트리트 패션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니고(Nigo)를 초청하여 협업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니고는 1993년에 베이프(BAPE, ‘A Bathing Ape’의 줄임말)를 창립했고 최근에는 휴먼메이드를 설립하며 서브컬처, 스트리트 패션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한 인물이다. 2003년, 퍼렐과 니고는 함께 스트리트 패션 레이블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과 슈즈 레이블 ‘아이스크림(Icecream)’을 설립한 바 있다. 심지어 퍼렐 윌리암스는 루이 비통에서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물색하고 있을 때 니고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원형의 런웨이가 설치되고 그 위로는 박물관 수장고를 연상케하는 하얀 박스가 설치됐다. 이는 마사미치 카타야마(Masamichi Katayama)의 디자인 에이전시인 원더월(Wonderwall)에서 디자인한 작품으로 ‘LVers의 아카이브(An Archive of LVers)’라고 명명됐다. 그 안에 어떤 귀중품이 들었는지는 피날레에서 공개될 예정! ‘미래를 기억하라(Remember the Future)’ 테마로 컬렉션이 시작됐고, 가장 먼저 ‘버터소프트(ButterSoft)’ 스니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루이 비통 남성복 디자인의 과정과 퍼렐의 행보를 포스팅하는 인스타그램 @skateboard를 통해 미리 스포 되었는데, 무려 50가지 컬러웨이로 선보인다. 두툼하고 둥근 실루엣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스케이트보드 슈즈를 연상케했다. 나이키(Nike)의 코르테즈(Corteiz) 혹은 2000년대 퍼렐과 니고가 선보였던 아이스크림(Icecream)의 보드 플립(Board Flip) 슈즈도 조금씩 닮았다는 평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50가지 컬러 팔레트 사진은 퍼렐이 2015년 아디다스와 50가지 컬러의 슈퍼스타 슈퍼 컬러(Super Color) 시리즈를 론칭할 때 공개했던 이미지와 비슷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버터소프트 스니커즈는 런웨이에서는 댄디한 슈트에 반전의 묘미를 더하고 플레어 팬츠 실루엣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 액세서리로 제 역할을 해냈다.

니고의 전공분야라 할 수 있는 워크웨어는 루이 비통 테일러링과 만나 댄디하게 재해석됐다. 브라운 컬러의 클래식한 재킷, 코트, 니트, 넥타이 스타일링의 중간중간 MA-1 재킷, 트러커 재킷, 바시티 재킷이 가미됐다. 니고의 아카이브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인 카무플라주 패턴이 곳곳에 녹아들었고, 무엇보다 일본의 전통 공예 기법이 대거 투입됐다. 이를테면, 루이 비통 모노그램을 가스리(kasuri, 문양의 경계선이 살짝 스친 것처럼 보이며 미리 따로 염색한 날실과 씨실로 문양을 낸다) 직조로 표현하기도 하고, 시포 직조(shippô, 일곱 보물을 뜻하는 일본 전통 기하학 무늬)와 사시코 스티치(sashiko, 장식 혹은 마모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자수) 등 일본 전통 기법도 곳곳에 가미했다. 기모노 형태로 재해석한 재킷이나 만개한 벚꽃을 연상케 하는 블러썸 다모플라주 슈트도 눈길을 끌었고, 심지어 2004년 루이 비통을 위한 퍼렐 윌리엄스와 니고의 첫 번째 협업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밀리어네어 1.0 선글라스에도 벚꽃 장식을 얹었다. 오리가미(origami, 일본 전통 종이접기) 기법으로 만든 스피디 P9 백과 킨츠기(kintsugi, 깨진 도자기를 송진이나 금을 이용해 보수하는 기법)를 활용한 스피디 백도 매력적이었다. 신선한 꽃을 가득 채운 핑크빛 투명 아크릴 트렁크 쿠리에 로진 110(Courrier Lozine 110)은 일본 일본 화훼 예술가인 아주마 마코토(Azuma Makoto)와 협업한 설치 작품이었다.

퍼렐 윌리암스는 자신과 니고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만들어 넥타이, 재킷, 가방 등에 새겨 넣었고, 특히 동일 시리즈 가방은 ‘다미에 프렌드쉽(Damier Phriendship)’이라고 명명했다. 가방에 장식된 랍스터 모티프는 퍼렐과 니고가 함께 일본에서 낚시할 때 잡은 랍스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만큼 피날레 역시 볼거리가 풍성했다. 퍼렐과 니고의 피날레 동선을 따라 수장고 박스 안 조명이 차례차례 밝혀졌고 내용물이 공개됐다. 안에는 퍼렐과 니고의 개인 수집품 – 스니커즈, 트럼프, CD, 테이프, 작업복, 트렁크 등 – 이 들어 있었다. 이는 무려 1만 개가 넘는 방대한 아카이브로 추후 주피터를 통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렇게 개인 소장품을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서브컬처를 하이패션의 영역까지 끌어올린 역사적 여정을 기념했다. 또한 미국의 래퍼 돈 톨리버(Don Toliver)와 협업한 제이홉의 신곡 ‘LV 백(LV Bag)’과 세븐틴의 ‘뱃 인플루언스(Bad Influence)’를 BGM으로 사용했는데 두 곡 모두 퍼렐 윌리엄스가 직접 프로듀싱했다.

영상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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