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과 직관에 따르다, 25 FW 프라다 남성복 컬렉션

명수진

PRADA 2025 FW 컬렉션

디자인 철학부터 컬렉션 구성까지 빈틈없이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빚어내던 프라다가 근래 좀 달라졌다? 듀오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지난 시즌부터 의도적인 불완전함을 추구하고 있다. 완벽함이란 딥러닝을 통해 AI가 인간보다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불완전한 모습이 인간적이라는 것! 뛰어난 디자인 듀오는 미리 계획하여 완전함을 추구하는 대신 인간적 즉흥성과 본능, 직관에 따르며 이번 컬렉션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2025 FW 시즌 프라다 남성복 컬렉션의 주제는 ‘끝없는 본능(Unbroken Instincts)’이다.

밀란 남성 패션위크의 일요일 아침. 프라다 컬렉션이 열리는 폰다치오네 프라다 데포시토(Fondazione Prada depósito) 공간은 공사장처럼 비계를 설치하여 다층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초대장으로 보냈던 금속 파이프 조각은 비계의 일부였던 것이다. 게스트가 앉을 의자는 콘크리트 벤치로 준비해 거친 브루탈리즘(brutalism)을 완성하는 한편 바닥에는 호주의 캐서린 마틴(Catherine Martin)이 디자인한 푸른색의 우아한 아르누보 패턴 카펫을 깔아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조명 역시 화이트와 레드 컬러를 번갈아가며 사용함으로써 영화처럼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공간 연출만으로도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조에 대한 탐구’를 정확히 구현한 것인데, 이는 1999년에 시작해 26년간 이어진 건축가 램 쿨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와 프라다의 특별한 협업 관계를 새삼 상기시켰다.

오프닝은 연 것은 평범한 브라운 니트 풀오버였다. 미니어처 앵커 메탈 장식이 가슴 위쪽에서 달랑거리며 시선을 끌었고, 70년대 어느 가정의 식탁보를 연상케 하는 꽃무늬가 프린트된, 앞코가 하늘을 향해 들린 웨스턴 부츠도 독특함을 더했다. 페이크 퍼 소재는 햄 라인을 처리하지 않고 야생적 느낌을 간직한 채로 베스트나 칼라 등의 아이템으로 다양하게 변주됐다. 스웨터 곳곳에는 미니어처 앵커뿐 아니라 농구공, 야구공 펜던트가 무작위로 장식됐고, 난데없이 파자마 웨어가 등장해 클래식한 재킷이나 코트와 믹스 매치 된 점도 흥미로웠다. 2000년대 프라다의 메가 히트 아이템이었던 볼링 백은 빈티지한 느낌을 그대로 살린 채 런웨이로 등장했다. 듀오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쉽사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이 뒤섞였는데, 이처럼 정석에서 벗어난 스타일링은 확실히 해방감을 줬다. 쇼가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주고 억압에 저항하는 형태로서 인간성을 표현하고 했다’며 ‘우리는 본능, 인간성, 열정, 로맨스로 저항해야 한다’고 철학을 밝혔다.

한편, 사운드트랙으로는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멘티(Angelo Badalamenti)의 ‘핑크룸(The Pink Room)’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감독의 1995년 작품 ‘트윈픽스(Twin Peaks : Fire Walk With Me)’의 수록곡이었다. 프라다는 이를 통해 컬렉션이 열리기 한 주 전에 작고한 위대한 예술가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모했다.

영상
Courtesy of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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