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아르마니의 전성기, 25 FW 엠포리오 아르마니 남성복 컬렉션

명수진

EMPORIO ARMANI 2025 FW 컬렉션

90년대에 아르마니를 능가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었던가? Y2K 스타일에 심취한 젠지 세대들이 이베이에서 아르마니를 다시 찾고 있다. 특히 90년대 여피 스타일이 ‘추구미’인 이들이 더욱 그렇다. 아르마니의 르네상스가 다시 재현된 것일까?

2025 FW 시즌,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키워드는 ‘유혹(Seductive)’이다. 90세의 거장 디자이너는 유혹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쇼 노트를 통해 ‘유혹한다는 것을 타인을 사로잡는 미묘한 예술이다. 매끈하고 여유롭고 고급스럽고, 때때로 약간은 건방진 것이 유혹의 공식이다’라며, 총 111벌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시작은 EA7 컬렉션이 열었다. 듣기만 해도 서늘한 회오리바람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고산 등반 장비를 단단히 착용한 모델들이 등장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대담한 컬러 블록이었다. 모스 그린 컬러를 필두로 바이올렛, 핑크, 브라운 등이 아르마니 고유의 얼스 톤으로 정제되고 대담하게 믹스됐다. 테크니컬 파카와 아노락, 패딩 팬츠, 머리부터 귀까지 감싸는 바라클라바, 코까지 가려주는 고글, 두툼하고 넉넉한 패딩 머플러, 대용량 백팩, 산악 부츠, 장갑, 로프, 스키폴 등 고산 등반을 위한 장비가 함께 스타일링 됐다. 등반을 통해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모험했던 유러피언의 멋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14번째 룩부터는 드레시한 스타일이 등장했다. 컬러, 소재, 패턴은 아르마니의 특유의 취향과 이탈리아 브랜드의 소재에 대한 자부심과 노하우를 자신감 있게 드러냈다. 번뜩이는 광택의 벨벳 소재로 슈트와 팬츠를 선보였고, 이 밖에도 애니멀 프린트, 모피와 레더로 만든 재킷, 블루종, 코트 등의 아이템이 대담한 분위기를 더했다. 카키, 브라운, 그레이, 레드, 머스터드 컬러는 한눈에도 유려함이 돋보이는 소재와 함께 만듦새가 훌륭한 옷의 전형을 드러냈다. 한편, 아르마니 디자이너 특유의 이국 취향은 아르마니를 차별화하는 포인트였다. 차이나 칼라, 하렘팬츠, 기모노를 연상케하는 프린트 등 오리엔탈 요소가 흥미로움을 더했고 특히, 컬렉션 후반에 등장한 프린트는 자개 가구를 연상시켰다. 컬렉션은 다시 불어오는 회오리바람 소리와 함께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를 헤치고 걸어 나오는 남녀 커플로 마무리됐다. 이후 디자이너 아르마니가 아주 잠깐 등장해 피날레 인사를 건네고 홀연히 사라졌다. 여전한 현역으로 절정의 기량을 놓치지 않는,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이너가 전한 메시지는 유혹적이었다.

영상
Courtesy of Empor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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