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몽상가들, 고요손과 전민철

전여울

조각가와 발레리노의 만남이다.

조각의 확장성과 가변성을 탐구해온 젊은 조각가 고요손,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꼽히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솔리스트로 임명된 발레리노 전민철. 서로 다른 영역의 두 사람은 아주 우연히 만나 사뭇 흥미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는 1월 22일부터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두산아트랩 전시 2025>는 그 모험기가 펼쳐지는 장소로 변신한다. 조각과 발레를 경유하다 이윽고 ‘꿈’으로 마침표를 찍는 모험기. 두 명의 꿈꾸는 자들, 두 몽상가의 대화가 여기 있다.

고요손이 착용한 재킷과 팬츠는 마르니, 티셔츠는 꾸레쥬, 슈즈는 리매진 제품. 전민철이 착용한 화이트 셔츠와 팬츠는 구찌, 슈즈는 어니스트 W 베이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제품.

<W Korea> 조각가와 발레리노의 만남입니다. 우선 이 뜻밖의 만남이 어떻게 성사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전민철
어느 날 저에게 작가님으로부터 SNS 메시지 한 통이 왔죠(웃음).
고요손 맞아요. 사실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가 전혀 아니었어요. 대부분이 그렇듯 저도 2017년 민철이 출연한 SBS <영재발굴단> 방송을 보고 처음 알게 됐거든요.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발레리노를 꿈꾸던 어린 민철이 방송에서 말하잖아요. “아빠 눈에는 내가 (발레를 할 때) 행복한 게 안 보여?”

최근 전민철의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오래전 방송을 탄 바로 그 장면이 SNS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죠.
고요손 맞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남자 무용수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그건 다른 사람이잖아”라고 딱 잘라 대답해요. 저는 그 장면을 보고 바로 함께 전시를 꾸려보자는 연락을 넣었어요. 사실 예체능을 꿈꾸는 웬만한 친구들은 어릴 때 비슷한 말을 들으며 자라잖아요. 네가 무슨 김연아냐, 같은 비아냥요. 그런데 민철이 뱉은 ‘그건 다른 사람이다’에는 자신은 온전히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는 듯했어요. 저로서는 저렇게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꿈, 미래에 명확한 자기 인식이 있는 민철 군이 놀라웠고요.

발레리노에게 다른 것도 아니고 조각 전시를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전민철은 처음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전민철
다른 장르의 창작자와 협업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긴 한데, 저는 이런 기회가 왔을 때 거부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일단 긍정적으로 봐요. 오로지 저를 주제로 하는 전시라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보다 제가 평소 발레라는 장르에 갖고 있던 어떤 갈증 때문에 더욱 흥미가 가는 제안이기도 했어요. 발레는 공연이 있을 때만 펼쳐지는 일시적인 행위잖아요. 손으로, 눈으로 남는 게 없어요. 그런데 조각을 비롯한 예술 작품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완성된 모습 그대로 계속 유지되잖아요. 나의 발레가 눈과 손으로 명확히 잡히는 무언가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두 사람이 만난 결과가 오는 1월 22일부터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의 <두산아트랩 전시 2025>에서 펼쳐질 예정이죠. 해마다 개최되는 전시 시리즈 <두산아트랩>은 국내 35세 이하 작가들이 참여하는 단체전인데, 공통된 전시 주제 없이 각 작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제시하는 형태로 펼쳐져요. 한마디로 ‘자유 주제’인 셈이죠. 이 빈 도화지 같은 전시를 앞두고, 두 분은 어떤 그림을 그려갔나요?
고요손
우선 저는 예전부터 스포츠의 운동성과 조각을엮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축구장이나 하키장처럼 운동성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곳에 대단히 고상한 조각이 놓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종종 했어요. 그런데 예산적으로 난관이 큰 작업이다 보니 계획을 미뤄둘 수밖에 없었죠. 최근 제 주변의 인물을 조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스포츠 계통의 인물을 조각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때마침 <영재발굴단>을 보고 민철을 알게 됐고요. 저에게 발레는 굉장히 정적인, 정지된 운동처럼 다가왔어요.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조각과 잘 붙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처음엔 발레의 운동성, 전민철의 신체성에서 출발한 조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짰지만, 저희의 첫 만남 대화에서 이 모든 계획이 백지로 돌아가게 됐죠(웃음).

그렇다면 두 분이 첫 만남에서 나눈 대화를 묻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고요손
일단 첫 만남에서는 작업 얘기보다는 평소 민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요즘의 소원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민철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불멍 때리고 싶다”였어요. 어찌 보면 너무 하찮은 소원이잖아요. 그런데 마린스키행을 코앞에 둔 최근의 미치도록 바쁜 일정을 들으니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불멍과 같은 따뜻한 휴식의 시간을 내 작업을 통해 이 친구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신작 ‘전민철, 추운바람과 모닥불’을 위한 스케치.

방금 이야기를 구현한 작품이 신작 ‘전민철, 추운바람과 모닥불’ 시리즈일까요?
고요손
맞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불’이 굉장히 많은 의미와 표현 방식으로 펼쳐지는데요. 그중 하나는 민철의 소원을 이뤄주는 역할로서 장치해요. 전시장에는 실제 계속해서 돌아가는 모닥불 형상의 조각이 비치될 텐데, 관객이 마치 불멍을 때리듯 넋 놓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조각이에요. 이 조각을 보며 분명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더 나가서 저는 사람들에게 ‘몽상’이나 ‘상상’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 <촛불의 미학>에 이런 문장이 등장해요. “불꽃은 우리가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불꽃 앞에서 꿈을 꾸자마자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에 따르면 불은 사람들이 몽상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신성한 힘이에요. <성냥팔이 소녀>에서 초가 켜지면 환상이 시작되고, 수학여행 때 우리가 촛불 앞에서 울고 웃은 것처럼 생각보다 우리는 불과 많은 교감을 쌓고 살아왔는데 성인이 될수록 불은 뭔가를 데워 먹을 때만 떠올리는 존재가 되어버렸잖아요. 이런 시대에, 상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적어진 지금 시대에 우리가 불이란 것을 통해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이번 전시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한편 둘의 첫 만남에서 전민철이 기억하는 인상적인 대화도 있을까요?
전민철
저희 둘 사이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꿈이 확고하다.’ 첫 만남에서 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남들이 봤을 때 꿈이 크다 생각할 정도로 서로 원대하고 선명한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평소 주변 친구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도 제 기준에선 작은 꿈, 몇 년 안에 이룰 수 있을 법한 꿈 이야기만 돌아왔거든요. 작가님 같은 사람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신기했고, 그날 대화 덕에 제가 꾸는 꿈에 대한 확신도 생긴 기억이 있어요.
고요손 그렇죠. 저도 그날 대화를 나누며 제 안에서 이번 전시의 부제목을 ‘잠과 꿈’으로 정하기도 했어요. “개인의 꿈이 물방울처럼 튀어 지나가는 누군가의 팔에 한 방울 튄.” 이번에 전시를 준비하며 끄적인 메모 중 하나인데요. 이번 전시가 전민철이라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전민철이 꿨던 발레리노라는 꿈에서 모든 게 시작된 만큼 전시 중심에는 ‘꿈’이 자리해요. 아까 말한 작품 ‘전민철, 추운바람 모닥불’도 불멍을 때리며 휴식하고 싶다는 작은 꿈의 실현이라 볼 수도 있고, 더 나가서 이번에 신작 ‘당신의 잠이, 자장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조각’도 선보일 예정이거든요. 잠과 꿈을 연결시킨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할 듯해요.

사실 성인이 된 이후 누군가와 ‘꿈’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 생각하면 묘연하기만 해요. 게다가 ‘너 뭐 돼?’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유행어로 통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뭐 되기’를 바라며 원대한 꿈을 좇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이 말한 바로 그 ‘원대한 꿈’이란 무엇인지가 궁금하네요.
고요손
우선 민철이 했던 말은 ‘세계 1등’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도 미술가로서 비슷한 마음을 품어왔어요. 어린 시절부터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나름 제 재능에 대해 만족스럽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거든요. 물론 활동을 하며 가끔 고꾸라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가진 기준은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었고, 그 기준을 타협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래서 민철의 입에서 ‘세계 1등’이란 말이 나왔을 때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더라고요. 주변에선 ‘에이, 한국에서 이 정도만 하면 돼’라는 말을 더 자주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와 달리 민철이 세계 1등을 말하니까, 심지어 민철의 실력이라면 머지않아 그게 정말 실현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굉장히 통쾌하게 다가왔죠.

꿈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면, 이를테면 5년 안에 실행 가능할 법한 단기적인 꿈은 무엇이고, 먼 미래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전민철
저 같은 경우 우선 단기적인 꿈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가 되는 것?

그게 단기적인 꿈, 5년 안에 이룰 꿈이라고요?
고요손
멋지다!
전민철 음… 무용수의 인생은 짧기도 하니까요. 언제 은퇴할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궁극적 꿈은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우선은 새로운 세대에 제 이름을 알리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죽은 이후 발레 하면 전민철이란 이름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가끔 드는 생각인데, 제 성격이 발레를 하기에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저는 발레 하는 사람들에게 예민함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또한 무척 예민한데, 그게 절대 제 안까지 들어오진 않아요. 발레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친구들을 종종 봤는데, 저는 멘탈이 강한 건지, 그걸 거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민함이 결코 제 안까지는 안 들어와요. 가끔 사람들이 슬럼프나 번아웃이 온 적이 있냐 묻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끙끙대면서 앓는 게 참 싫거든요. 그냥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되려면 그런 감정은 내가 억눌러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 곧 재능처럼 보이는데요?
전민철
글쎄요. 사실 11월만 해도 주마다 공연이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마다 레퍼토리가 다 달랐어요. 이런 경우 못하겠다, 안 하겠다 하는 발레 무용수가 태반인데 저는 별로 힘들지 않았거든요. 재미있었어요. 뭐 하나라도 배우는 거니까. 이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다 용서가, 수용이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이번 전시에서는 전민철이 직접 조소한 조각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전민철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전시를 한 달여 앞둔 지금 아직 스타트도 끊지 못했지만요(웃음).
고요손 하하. 언젠가 민철에게 조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돌아온 대답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조각은 온전히, 충분히 리허설을 할 수 있다는 말, 그래서 부럽다는 말이었어요. 실제로 조각의 경우 늘 작업실에서 리허설(작업)이 끝난 상태로 전시장에 결과물로서 나타나잖아요. 발레와 달리 온전하고 충분한 리허설이 가능하고, 그 결과물은 거의 영구 보존이 가능해요. 그래서 더욱이 이번 전시에서 민철에게 직접 조각을 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온전히 리허설을 해보고, 온전히 끝내버리는 무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죠.

전민철의 조각은 어떻게 다를까요?
고요손
민철의 말 중에 좋았던 게 또 하나 있어요. 자신은 내면적으로 연약한 모습이 있는데 무대에서는 강인해져야 할 때가 있다고. 저는 그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민철에게 굉장히 가벼운 재료를 쥐여줄 예정이에요. 그걸 가지고 민철이 조각을 만들면 저는 알루미늄 주물을 떠서 아주 단단하고 절대 부러지지 않는 얇지만 강한 조각으로 완성시킬 계획이죠. 그러니까 조각엔 이런 의미가 담긴 셈이죠. ‘너는 그냥 연약한 거로 끝내, 온전히 강하게 만드는 건 내가 해줄게.’ 사실 우리 모두에게 연약한 모습이 있잖아요. 하지만 사회적으론 그 연약함이 때로 치부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연약한 게 가장 예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가 막을 올릴 즈음이면 전민철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단원으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겠죠. 그 시간들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요?
전민철
최근 열흘간 발레단이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면서 단원들과 클래스를 함께 듣는 시간을가졌어요. 영상으로만 봤던 무용수들을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속으로 ‘스타다!’라며 흥분한 매일이었어요.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봤을 땐 하루라도빨리 이 발레단에서 뛰고 싶은 마음뿐이었고요. 그런데 꿈의 발레단이란 생각은 이제 보내고, 내가 가야 될 발레단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또 ‘내 춤을 잃지 말자’란 생각도 해요. 러시아 관객의 눈높이에 나의 실력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좇다 보면 나의 춤이 바뀔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그렇게 되는 건 원치 않아요.

발레를 하며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전민철
발레는 다른 무용 장르에 비해 지켜야 할 게 많아요. 어찌 보면 갇힌 듯한 느낌의 춤인데, 무대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 때면 굉장히 이상한 감정이 들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내 몸이 연습한 대로 출력되고 있는 순간이 있어요. 철저한 훈련 끝에 춤의 퀄리티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춤이 춰지는 순간요. 그럴 때면 저는 오로지 ‘표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춤출 수 있게 돼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즐기면서, 개방감을 느끼면서 춤을 추는 상황이 벌어져요. 그때 오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있어요.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이 춤이 더 좋아지고, 계속해서 느끼고 싶은 감정인 것 같아요.

한편 고요손에게 이번 전시는 지난 예술적 여정과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고요손
지난 4~5년간 조각의 확장성, 조각의 가변성에 대해 탐구해왔어요. 이 주제를 집요하게 탐구한 이유는 제 타고난 성격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어려서부터 왜 사람들이 정한 정답에 맞춰 수행하듯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거든요. 조각 역시 아주 견고한 오브제로서 존재하잖아요. 저라면 이걸 좀 해체시켜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지된 조각에 움직임을 가해서 ‘조각활용극’ 시리즈를 펼쳤고, 조각을 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만들어 관객이 이를 부수고 맛보게 했죠. 이런 실험들로 제 안에 있던 어떤 답답함은 해소되었는데, 그 이후 관객들에게 또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했을 때 스스로 좀 더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관객과의 교감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고, 관객에게 ‘곁’을 내줄 수 있는 조각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죠.

그런 고민으로 최근 김세중미술관에서 개인전 <곁>을 펼친 거죠?
고요손
맞아요. 조각에 ‘곁’이 있다면, 어깨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이를 내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올린 전시였어요. 그래서 전시에선 제 주변의 보통의 인물을 조각화한 작품을 소개했어요. 그러면서 제 조각에 미술의 영역, 조각의 영역을 다루지 않는 인물이 침투하게 됐는데, 저는 그로써 생각지 못한 장면이 만들어지고 그를 통해 조각의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물을 조각화하거나 인물이 제 조각에 침투하게 하는 작업을 당분간 이어갈 것 같아요. 이번에 민철과 함께하는 전시도 그 중 하나가 되겠고요.

이번 전시는 ‘꿈’을 말합니다. 내가 꿈꾸고 추구하는 발레, 조각은 어떤 모습일까요?
전민철
프레스로 눌러서 완전한 진공 상태가 된 것 같은 춤. 아주아주 섬세해서 동작 하나하나 흩날리는 법 없이 나의 최선과 정성이 쏟아 있는 춤이요.
고요손 어깨를 내어주는 조각, 그래서 따뜻함을 전하는 조각이요.

포토그래퍼
하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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