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의 아메리칸 드림

김민지

아메리칸 드림, 아메리칸 클래식 등 미국 문화와 패션을 대표하는 이름 ‘랄프 로렌(Ralph Lauren)’.

그가 창조한 유의미하고 낙관적인 세계를 탐색한 다큐멘터리 <베리 랄프(Very Ralph)>의 스크리닝 이벤트와 갈라 디너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베리 랄프> 스크리닝 이벤트가 진행된 중국 상하이 콘서트 홀.
스크리닝 이벤트 후 ‘매우 랄프 로렌’다운 밤을 보낸 갈라 디너 장소.

랄프 로렌(Ralph Lauren)’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당연하게 연상되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기마 하키 로고, 성조기 모티프, 아이비리그풍 재킷과 셔츠,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 테니스 스웨터와 스포티한 윈드브레이커, 색색의 폴로셔츠 등으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뿐 아니라 아이코닉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모습까지, 랄프 로렌이라는 이름 아래 정연하게 정렬된다. 12월 4일 중국 상하이 콘서트홀에서 첫 프리미어를 개최하며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베리 랄프(Very Ralph)>는 매우 랄프 로렌스러운, 또 랄프 로렌다운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감독 수잔 라시(Susan Lacy)가 연출하고 제작한 이 영화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미국 스타일을 정의해온 아이코닉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삶, 커리어, 그리고 업적을 촘촘하고 담담하게 담아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인사 이동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도 하는 패션계에서 오랜 시간 고유함을 유지하고 확장해가는 하우스 디렉터의 존재는 얼마나 귀한가. “만약 누군가 ‘랄프 로렌스럽다’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리 랄프>는 1992년 랄프 로렌에게 CFDA 평생 공로상을 건네는 오드리 헵번의 축사로 시작한다.

이름 자체가 대명사가 된 아이코닉한 인물, 랄프 로렌.

1939년 브롱크스의 유대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랄프 로렌은 1968년 5만 달러를 대출받아 폴로를 시작했다. 코티상 다섯 개 부문을 석권한 최초의 디자이너이자 전 세계에 266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 기업의 수장, 미국 패션의 아이콘. 사람들은 그를 가장 미국적인 디자이너라고 평한다. 미국의 합리주의, 개척 시대의 웨스턴 스타일, 할리우드 문화, 스포츠 같은 다양한 요소를 융합해 미국의 문화와 양식을 패션으로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는 기성세대부터 상류층, 그리고 트렌드에 민감한 10대까지. 나이와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는 옷을 만들었다. 사업을 확장해가던 랄프 로렌의 관심은 옷에 국한되지 않았다. 통합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시키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세련되고 우아한 삶의 방식을 디자인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남성복과 여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향수, 시계, 홈 퍼니싱, 심지어 레스토랑과 바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셔츠를 입고 폴로 향수를 뿌리며, 랄프 로렌의 이불 속에서 잠을 잤다. 완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아 이를 홈 퍼니싱 분야까지 확장시킨 최초의 디자이너가 탄생한 것. 그뿐이 아니다. 최초로 런웨이와 광고에서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캐스팅했고, 몰입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매장 환경으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선사했다. 다큐멘터리는 이런 선구적 정신을 바탕으로 랄프 로렌이 어떻게 미국적 상징성을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화시켰는지 생동감 있게 담았다. 그의 가족과 오랜 동료, 그리고 안나 윈투어, 칼 라거펠트, 안드레 리언 탤리, 힐러리 클린턴, 나오미 캠벨, 캘빈 클라인, 제시카 차스테인 등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독창적인 세계를 소개하고, 거장은 유쾌하고 친근한 언어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디자인 철학,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도전과 성공 등을 들려준다.

랄프 로렌 앰배서더 정수정(크리스탈)은 랄프 로렌 컬렉션 2024 폴 딜리버리의 켄트 재킷, 타베타 임벨리시 톱, 아크릴 팬츠에 RL 888 미니 크로스보디 체인 백을 착용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연출했다.
벨벳 슈트와 체크 넥타이로 근사한 룩을 완성한 배우 하정우가 <베리 랄프>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

스크리닝 이벤트가 끝난 후 시작된 갈라 디너에서는 정수정(크리스탈), 하정우를 비롯해 리빙빙, 덩차오, 진백림 등 많은 중화권 셀러브리티가 참석해 ‘베리 랄프’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클래식한 체크 테이블보, 랄프 로렌 식기, 은은하게 퍼지는 폴로 향수의 향기, 그리고 랄프 로렌을 입은 사람들의 ‘랄프스러운’ 애티튜드까지. 수십 년간 공들여 구축한 랄프 로렌이라는 거대한 왕국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옷을 입는 사람들의 변화를 디자인한다는 그의 말이 진실되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제가 하는 일은 삶 그 자체를 조형하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주변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 입는 것부터 생활 방식,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죠.” 랄프 로렌이 지난 시간 동안 보여준 건 단순히 옷이 아니라 스타일에 대한 철학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동방명주의 야경과 어우러진 랄프 로렌 드론 쇼.
<베리 랄프> 영화를 상영한 상하이 콘서트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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