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로 향해 가는 길
드디어 로제의 정규 앨범 <Rosie>가 발매되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적인 뮤지션 브루노 마스와 어깨를 당당하게 겨누고 그와 협업한 곡 APT.로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어 케이팝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죠. 선공개곡 ‘APT.’와 ‘number one girl’를 포함한 총12곡이 수록된 <Rosie>를 듣고 있자면 팝의 여제 테일러 스위프트가 떠오릅니다. 두 사람을 따르는 두터운 팬층은 물론, 개인적 이야기를 토대로 뻗어 나가는 서사적 음악 스타일이 똑 닮아있거든요. 차세대 팝 아이콘으로 멀리 뻗어나갈 로제. 그녀가 진심을 담아 프로듀싱한 <Rosie>에 담긴 진심이 무엇일지 살펴봅니다.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빅뱅 대성의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 출연한 로제. 앨범 발매를 며칠 앞둔 타이밍이라서였는지 홀가분한 표정입니다. 한국인의 술자리 대표 메뉴인 삼겹살과 소맥을 앞둔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16살 때부터 오직 음악 하나만 보고, 혈혈단신 한국으로 날아와, 코비드 기간에는 ‘팬들이 블랙핑크를 잊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 포진을 앓았다고 하죠. 그만큼 그녀에게 블랙핑크와 블링크, 그리고 음악은 각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 로제는 이번 앨범을 위해 장장 1년을 매달렸습니다. 자신의 취미가 일이라고 털어놓을 만큼 지독한 ‘워커 홀릭’인데요. 그러던 와중 뇌가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최근엔 의도적으로 스위치를 꺼둔 채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요. “저를 책임질 수 있는 건 저밖에 없고, 잘 못 가다가 해야 할 일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는대답에서 어린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해 많은 일을 경험한 그녀의 성숙함을 상기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로제, 여러 명의 로제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그룹 샷 등 앨범 커버의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로제의 것이었답니다. 앨범은 모두 로제의 일부이고, 앨범을 완성하기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이 필요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toxic till the end’는 영화를 방불케 하는 뮤직비디오의 빼어난 영상미와 모델 겸 배우인 에단 모크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죠. 자식 같은 기분이 드는 앨범이라 마음에 드는 가사를 딱 하나 고르기는 어렵지만, 로제는 ‘toxic till the end’의 브릿지 가사인 “네가 한 많은 일들을 용서할 수 있어. 내 티파니 반지를 돌려주지 않은 것도. 근데 한 가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사랑. 넌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망쳤거든.(I can’t forgive you for a lot of things/ For not giving me back my Tiffany rings / I’ll never forgive you for one thing my dear / You wasted my prettiest years)”이 특히 재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하네요. 모든 곡이 전적으로 로제의 경험에 기반해 쓰인 만큼 과연 로제의 20대를 뒤흔든 ‘내 사랑’은 누구일지 궁금하군요.
한편, 최근 로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중 실제로 자신이 겪은 안티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내비쳤습니다. 이내 감정을 빠르게 정리하며 자신이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일이 별로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죠. 이 같은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number one girl’을 써서인지 특히나 이 곡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있었던 이유 같군요.
그간 블랙핑크 활동으로 접한 로제는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면, <Rosie>를 통해 세상 밖에 꺼내 보인 모습은 한결 가벼워 보입니다. 평범한 20대처럼 사랑도 하고, 상처도 겪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죠.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외려 진짜 자신을 찾는 듯한, 편안해진 얼굴입니다.
- 사진
- 인스타그램 @roses_are_ros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