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음주량 논란 종결합니다
술에 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양이 아무리 적어도 무조건 좋지 않다, 하루 한 잔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좋다” 등 말하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양하죠. 술의 유해 정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술이 미세먼지, 담배와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T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 쉽게 지나치지 못할 사실이 하나 더 있었으니, 술과 노화에 엮인 긴밀한 상관관계입니다.
하루 맥주 한 캔도 무시할 수 없어
정신의학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일본 고베대 의학부 연구진의 실험이 소개됐습니다. 24명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23명의 비교 실험인데요. 예상되다시피, 알코올 의존이 있는 피실험자들이 노화 과정이 가속화됨이 발견됐습니다. 간 질환, 신장 기능 장애, 심혈관 문제와 같은 대표적인 노화 현상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난 것이죠. 고무적인 것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 프로그램이 가속화된 노화 시계를 늦추는 데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과 미국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50세를 기준으로 매일 맥주를 한 캔씩만 마셔도 1.7년, 2캔 이상 마신 경우 4.4년 노화가 가속화됐거든요. 노화는 단순히 신체적 운동 기능 뿐만 아니라 뇌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술 1유닛, 약 14g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50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가 약 6개월 노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유닛(28g)을 섭취하면 2년 반, 4유닛을 섭취하면 10년 이상의 노화가 촉진되었다고 하니, 경각심을 일으키는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알코올이 몸을 소독해주는 거 아니었어?
음주가 노화를 가속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성 하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건강한 세포가 손상되거든요. DNA나 단백질, 세포막 등 주요 생체 분자를 손상시키는 ‘산화 스트레스’ 현상도 문제입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와 함께 노화를 가속하는 원인이죠. 알코올이 유발하는 만성 염증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염증은 심혈관질환, 당뇨, 치매와 같은 노화 관련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또한 알코올이 DNA를 손상시키면서 ‘텔로미어’라고 알려진 염색체 끝부분을 짧아지게 만드는데요. 텔로미어는 세포 노화와 관련이 깊은 요소로, 짧아질수록 세포의 재생 능력이 저하되어 우리 몸이 나이 드는 속도를 가속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간 기능을 손상시키고, 뇌 기능을 저하하고, 호르몬 균형을 교란하는 등 모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많습니다.
인간의 삶의 여정에서, 알코올이 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 시기가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바로 ‘40대 중반’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발표한 노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40대 중반, 60대 초에 급격한 노화를 겪습니다. 그중에서 40대 중반에 노화를 일으키는 대사 관련 분자는 알코올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죠. 40대 중반은 알코올 외에도 카페인, 지방질 대사와 관련해 우리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우리의 생활 방식을 점검해 봐야겠습니다.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것이 정론
물론 지난 일부 연구에서 적정량의 술을 마시는 것이 심혈관 건강이나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한 연구는 대부분 ‘관찰 연구’기 때문에 허점이 존재합니다.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처럼 통제된 환경을 만들기 어려운 만큼, 그 외의 변수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기존 연구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은 대체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꾸준한 운동, 균형잡힌 식단처럼요. 이런 요인이 술의 부정적인 효과를 희석하고 마치 좋은 결과를 만든것 마냥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결론에 점점 더 힘을 싣고 있습니다. 소량의 음주도 장기적으로는 심장병, 암, 뇌졸중, 간 질환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다수 존재하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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