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바꾼 세상
언제부터였을까요.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영상이 1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가 된 지가. 짧지만 강렬한 영상, 이른바 ‘숏폼’이 등장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크게 변했습니다. 달라진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더 중요하게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니까요.
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다
여러분은 숏폼에서 어떤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시나요? 우리 삶과 밀접한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주류로 자리 잡은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매끄러운 피부, 완벽한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단을 증명하는 듯한 흐트러짐 없는 몸매는 많은 이들의 팬심을 불러일으키죠.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에 빈번히 노출되는 것은, 단순한 선망적인 의식 외에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에서 앞선 우려를 뒷받침할 연구 결과를 전했습니다. 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 연구진이 18~28세 여성 27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요. 본 실험에 참여한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겐 체중감량을 위해 식이 요법을 하거나, 끼니를 굶고,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담긴 콘텐츠를 보게 했고, 나머지는 요리나 자연, 코미디를 주제로 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전자의 그룹에서 이상적인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몸매가 더 날씬하고 말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혹은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난 것이죠. 놀라운 것은, 전자의 그룹이 콘텐츠를 소비한 시간이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러한 신체 이미지 왜곡이 섭식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앞선 연구에서 하루에 2시간 이상 숏폼 콘텐츠를 본 그룹에선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죠.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 이용과 섭식 장애에의 관계를 증명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이용 강도와 섭식장애 간에 정적 상관관계가 발견된 것인데요. 이는 청소년, 그중에서도 여성에 해당할 경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숏폼을 재미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숏폼의 유해성은 다양한 측면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긴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하는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하나의 예죠. 이는 실제 학업이나 업무에서의 집중력 감소로 이어지는 등 실질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또한, 숏폼의 즉각적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평범한 일상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즐거움이 감소하고, 온라인 상에서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갈증감이 심해지는 것이죠.
감정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극이 없는 현실에서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고,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인데요.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공감 능력 및 의사소통이 악화되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법
앞서 언급한 모든 우려에 동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숏폼을 멀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습관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죠. 콘텐츠를 건강하게 소비하기 위한 첫 번째는, 목적을 가지는 것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떼우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무작위로 소비하지 않고, 지금 당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하루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디지털 디톡스 앱’을 활용해, 콘텐츠 소비 시간을 컨트롤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조금 더 원칙적으로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숏폼 채널을 소비하고, 그 외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 대신 책 읽기, 운동, 명상과 같은 활동으로 시간을 대체해 보세요.
혹시 숏폼을 소비하고 나서 감정적으로 공허하고, 불안함이 밀려오는 등 기분이 저하된다면 적극적으로 시청 시간을 줄이고, 다른 활동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친구와의 만남, 가족과의 대화, 동호회 활동 등 사람과의 상호작용 빈도를 높이는 것은 숏폼의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지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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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Splas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