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자 밥 먹기)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한 시장조사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점심시간에 ‘혼밥’하는 직장인 비율이 20년 31.8%에서 23년 42.6%로 상승했습니다. 젊은 세대 일수록 혼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2030 직장인의 절반 가량은 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 대신 혼밥을 선택했죠. 이런 결과는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행동을 존중하고, 또 보장받고 싶어하는 요즘 세대의 심리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혼밥이 우리의 시간적 자유를 보장해도, 건강은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살이 찌는 이유가 혼밥에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5세 미만의 성인 1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두 끼 이상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1.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사 증후군이란 복부 비만,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고혈당 수치 등을 포함하는데요. 이는 우리 몸의 체중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흥미로운건, 여성의 경우 위험도가 1.5배 높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루 두 끼를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지인과 식사하는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하루 세 끼 모두를 혼자 먹는 경우 고혈압 발생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BMI(체질량 지수) 수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저녁 식사를 혼자 하는 사람은, 그룹으로 식사하는 사람보다 BMI가 0.39가량 높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170cm 정도의 키를 기준으로 하면, 혼밥족의 체중이 1.2kg 정도 많이 나가는 셈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비교군의 체중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사실도 주목해 볼만 합니다.
전문가들은 앞선 결과의 원인으로 몇 가지 요소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혼밥의 영양적 불균형입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경우 라면, 샌드위치, 김밥 등 간단한 식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대사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죠. 또한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보다 밥을 먹는 속도가 빠르고, 과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꼬집습니다. 만약 스트레스나 우울감에 많이 노출된 날이라면, 간식이나 고열량 음식을 찾는 경우가 잦은 것도 문제죠. 혼자 있을 땐 고열량 음식을 더 쉽게 선택하고, 섭취하기 때문에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당신을 외롭게 할지도
속상한 사실은, 혼밥 횟수가 많을수록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혼밥와 우울증의 유병률을 함께 조사했는데요. 본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하루 중 혼밥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고 더 많이 응답했습니다. 이는 홀로 밥을 해결하는 일이, 단순히 먹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 혼자 식사하는 성인은 동반인이 있는 식사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1.5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죠.
식사 유형이 노화 속도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과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그룹의 노쇠 발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실험군에 비해 61% 높게 나타났습니다. 노쇠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로는 영양 결핍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에서 오는 우울감 등이 언급됩니다. 식사는 단순히 에너지를 얻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세상과 연결되어있다는 소속감을 주는 행동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죠. 혼자 먹는 습관이 장기화되면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회가 줄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혼자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회적으로 소통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기회가 함께 줄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사회적 단절감 혹은 고립감이 굳어지면서 자존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혼밥으로 느끼는 자유와 편안함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혼자 식사할 때 심리적 안정감과, 스스로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고양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식습관, 생활 방식을 스스로 잘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식사를 혼자 하던, 지인과 함께하던, 중요한 것은 건강한 자의식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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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Splas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