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당신이 공감할 이야기

장진영

아무래도 러닝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에디터는 작년에 처음으로 10km 마라톤 훈련을 겪으며 러닝의 세계를 접했습니다. 대회를 마치고 도파민에 젖어 혼자서도 열심히 달리겠노라 다짐했건만, 푹신한 소파와 바쁘다는 핑계는 어쩜 그리도 달콤하던지요.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나이키의 2024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야 올해의 첫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4개월 간 매주 화요일마다 비를 맞고, 푹푹 찌는 여름 더위를 견디고, 가을 하늘의 노을을 보며, 한강 다리를, 러닝 트랙을 그리고 광화문 돌담길을 달렸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한 국내 3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춘천 레이스까지.

작년의 마라톤 완주가 새로운 경험이었다면, 올해는 러닝 그 자체에 진심이 생겨 의미가 남다릅니다. 달리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를 알았달까요. 이 글은 러닝이 선사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온

러닝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한 달 전 즈음, 큰 사건 하나를 겪었는데요. 반려 고양이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은 일입니다. 함께할 날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내 고양이는 준비할 시간을 고작 일주일만 주고는 영영 떠나버렸죠. 사랑하는 존재를 잃으면 집채 만한 고통이 와락 휘몰아칠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일상 속에 잔잔하게 흐르는 슬픔이었습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먹구름이 낀 마냥 마음이 축축한 날이면 나가서 달리곤 했어요. 눈물로 얼룩진 습한 마음은 신체와 반비례해서, 온 몸이 땀으로 뒤덮일 때 되려 뽀송해졌죠. 평온해지는 게 러닝의 순수한 힘인지, 러닝을 위해 듣는 빠른 음악의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달리기는 우울한 감정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모른 척 내팽개친 삶의 조각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더군요.

올해의 러닝 여정을 함께해준 나이키 페가수스 41.

자유

하루는 인터벌 훈련을 했습니다. 이름도 살벌한 인터벌. 그 날은 두렵다는 말을 몇 번이나 쏟아냈는지 몰라요. 아주 빠르게 달리다 멈추고, 천천히 뛰다가 다시 아주 빠르게 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나 빠르게? 싶을 정도로 이끄는 코치의 속도에 당황했어요.

“못할 거라는 생각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보세요.”

오래 달리기 특성상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핑계로 천천히만 뛰어왔는데요. 해보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빠르게 달리니 웬걸! 엄청나게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치가 조언을 더합니다. 숨 쉬기를 제한하려 하지 말고, 발걸음에 맞춰 빠르게 그리고 내뱉어지는대로 내뱉으라고요. ‘흐억’ 같은 충동적인 소리도 내면서 말이죠! 의식을 내려놓고 동물적인 본능으로 숨을 쉬며 달리니 그토록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을 빠르게 쉬면 심박수가 올라 힘들어질 줄 알았는데, 그래서 자꾸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려 한 건데… 틀 안에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개운함은 덤! 이 날의 러닝은 너무나 즐거워 일기까지 썼답니다. ‘코치님이 옆에서 빠르게 달릴 때 호흡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이런 전문가들한테 코칭 받는 게 새삼 복받았다고 느꼈다.’ (샤라웃 투 이장섭 코치님 그리고 박경호 페이서님! 고맙습니다!)

더욱 신기한 건 그 후였습니다. 늘 6분 대 초반을 유지하던 페이스가 단숨에 5분 대로 들어선 것! 이것이 인터벌 훈련의 위엄이던가요. 잠재력을 믿고 돌파하라는 코치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러닝 프로그램의 마지막 여정인 춘천 러닝 대회에서 10km 코스를 한 시간 이내로 들어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희열

지난 9월에 있었던 제주도에서의 레이스 경험도 올해의 모험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꼴찌로 뛰면서 뙤약볕과 강풍을 이 악물고 버텨보니 복병같이 나타난 춘천에서의 오르막길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거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은 오만상을 쓰고 달렸습니다.) 그렇게 춘천 레이스를 한 시간 이내로 마친다는 목표를 이루고 새로운 페이스 기록까지 보았을 때의 희열이란! 혹자는 병아리의 날갯짓에 불과하다 하겠지만, 병아리에겐 이 조차도 큰 도약이었답니다.

이제는 일상에서도 타성에 젖어 사는 안전 지대를 벗어나 한계에 부딪혀 보리라 다짐합니다. Winning isn’t comfortable!(승리는 쉽게 오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선 ‘악으로 깡으로’의 정신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올해의 러닝이 가르쳐준 교훈입니다.

작년 10km 레이스를 마치고 기진맥진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진 걸 보니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음을 실감합니다. 달라지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러닝이 재밌어졌고요. 목표를 달성하니 또 다른 지향점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페이스를 더 빠르게 해볼까? 하프 마라톤에 도전해봐? 그러다 이내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습니다. 분수 넘치게 탐내다가 좌절과 포기에 이를까봐 두렵거든요. 아래는 이번 대회를 치르고 돌아와서 끄적인 짧은 소감.

‘고통을 버티다 목표한 지점을 넘어서는 마지막 순간의 카타르시스인지, 달리면서 느끼는 자유인지, 마음이 편평하게 다져지는 차분함인지… 이유는 몰라도 러닝이 재밌고 이제는 기록 욕심도 생긴다. 욕심 나면 재미 없어지는데 걱정이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작은 관심을 보였다가 큰 흥미를 느끼고, 욕심을 내 보았다가 좌절 당하고, 미워하다가도 받아들이며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것. 이 모든 과정을 말하는 한 단어가 바로 ’사랑‘ 아니겠나요. 아무래도 러닝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이상 언제까지고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만은 없겠죠. 그 마음 모두 받아들여 오늘도 일단 집 밖을 나서고 NRC 앱을 켭니다.

“3, 2, 1.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 기사는 나이키의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Courtesy of Nik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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