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음식에 후추를 뿌려야 하는 놀라운 이유

최수

후추가 기가 막혀

고대 로마 시대의 미식가인 아피키우스는 거의 모든 요리에 후추를 뿌려 먹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남긴 요리책 속 486개의 메뉴는 75%가량이 후추 레시피로 이뤄져 있을 정도죠. 후추의 자극적인 향기와 알싸한 매운맛은 지금까지도 동서양을 막론하는 지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런 매력적인 후추가 다이어터에게도 이로운 식자재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입맛은 돋우고, 소화와 지방 연소를 도와

후추의 강렬한 향은 육류와 생선의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주 먹다 보니 비릿하게 느껴지는 닭가슴살에 후추를 뿌리면, 잡내는 없어지고 한결 맛있는 식단을 즐길 수 있죠. 다이어트를 위해 염분을 줄여야 한다면 소금 대신 후추를 이용해 맛을 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 나트륨을 제한하는 식단을 유지해야 하는 이들에게 사용되는 방법인데요. 후추가 음식에 향과 매운맛을 더하면서 소금의 부재를 상쇄시켜 줍니다.

후추의 맛과 향은 후추 열매의 껍질에 함유된 ‘피페린’ 성분에서 기인합니다. 이는 후추뿐 아니라 고추, 마늘과 같은 여러 향신료에 들어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의 일종이죠. 피페린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장 속 가스를 줄이는 등 원활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피페린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해서 지방을 태우는 작용과 함께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팜이지에선, 매일 음식에 소량씩 후추를 섭취하면 소화와 변비,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마시는 차에 한 꼬집 정도의 양을 넣어 마시거나, 심한 감기에는 강황과 섞어 우유에 마시는 것도 함께 추천했죠. 실제 후추와 강황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데요, 피페린이 커큐민의 흡수율을 최대 2,000%까지 향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황을 활용한 요리를 할 때, 후추를 잘 활용해 보는 것도 건강한 식단을 완성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후추

후추의 종류는 흑후추, 백후추, 적후추, 녹후추로 나뉩니다. 아직 익지 않은 녹색 후추 열매를 껍질째 햇빛에 말린 것이 흑후추, 붉게 익은 후추를 물에 담가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이 백후추입니다. 적후추와 녹후추는 열매가 익었는지 덜 익었는지 여부로 구분되죠. 후추의 종류는 취향에 따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요리 궁합에 따라 선택해 보세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흑후추는 매운맛과 향이 가장 강한데요. 때문에 스테이크와 같은 기름진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비교적 맛이 부드럽고 색이 튀지 않는 백후추는 생선 요리에 자주 애용되죠. 녹후추는 향이 신선하고 씹는 맛이 돋보이는 특징이 있으며, 개성을 살려 그대로 먹거나 연어 샐러드를 먹을 때 함께 제공되곤 합니다. 적후추는 과일소스나 샐러드 드레싱 등에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 후추를 메인 요리와 함께 사용하지만, 종류를 잘 선택하면 치즈, 구운 야채 등과 곁들였을 때 훌륭한 향미를 더해줍니다. 단, 후추는 요리 마무리 단계에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갈려진 후춧가루의 경우 오래 보관하면 향미가 약해지므로 밀폐 용기에 넣어두는 것도 잊지마세요. 맛과 향이 떨어지는 것이 싫다면, 통후추를 사서 요리할 때마다 갈아서 뿌려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섭취 시 주의할 점은

후추의 적절한 사용은 유용하지만 드물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량 섭취 시 속 쓰림과 배탈, 피부 자극 등이 발생할 수도 있죠. 미국 의료 미디어 메디신넷에 따르면 후추는 항히스타민제나 간 대사를 촉진하는 약물과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 내벽이 손상되거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또한 다량 섭취 시 유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후추의 피페린이 정자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남성의 불임 문제와 엮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후추의 공식적인 권장 섭취량은 없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피페린 1g을 기준점으로 제시하거든요. 후추로 따지면 6티스푼에 해당하는 양이죠. 하루 삼시세끼에 후추를 충분히 곁들여도 쉽게 넘을 수 없는 양인만큼, 안심하고 후추 요리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Gettyimages, Splas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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