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하는 ‘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정말 괜찮을까?

최수

주사 한 번으로 살이 빠지는 시대

비만약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며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위고비가 체중 감량 및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받은 건 작년 4월이지만, 물량 확보 등의 이유로 약 1년 만에 출시되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무려 14kg을 감량한 다이어트의 비결, 킴 카다시안이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약,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위고비의 진짜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1. 위고비의 검증된 효과는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로, GLP-1의 유사체입니다. 본래 GLP-1은 위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데요. 위고비가 GLP-1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해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 원리입니다. 공식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68주간 주사를 맞았을 때 15%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죠. 노보노디스크에서 위고비보다 먼저 개발했던 ‘삭센다’가 56주 투여 후 7.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을 비교해 보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비만 뿐 아니라 암, 알츠하이머, 심장질환,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심장학회 저널(JACC)에 따르면 위고비 성분인 세미글리타이드 2.4mg을 복용한 사람은 코로나에 걸렸을 때 사망 확률이 33% 낮아졌다고 합니다.

2. 가격과 투약 방법은

위고비는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출하 가격은 4주분에 37만 2025원이지만, 기존 비만 치료제처럼 취급하는 병의원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질 예정입니다. 국내 공급 물량이 부족해 실제 판매 가격이 더욱 높아질 거란 우려도 많죠. 일 1회 투약하는 다른 비만 치료제와 달리 주 1회 투여 방식이기 때문에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적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는데요. 펜처럼 생긴 주사제 투약 방식으로, 0.25mg, 0.5mg, 1.0mg, 1.7mg, 2.4mg의 5가지 용량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적은 양에서 투약해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처방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3. 위고비 처방 대상은

최근 식약처는 보도 자료를 통해 위고비가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에 사용되는 의약품임을 강조했습니다. 초기 체질량 지수가 30kg/m2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것이죠.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 치료 목적 없이 비만 치료 목적으로만 처방된다면, 민간 보험사의 실손 보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유통비용과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의 실제 부담 비용은 4주의 100만 원 선으로 예상되는데요. 공급가가 아닌 시판가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지점입니다.

4. 무시하지 못할 부작용

극복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위고비 투여 시,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 손실이 동반될 수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감량 후 투여를 중단하면 몸무게가 다시 돌아오는 요요현상도 중요한 허점으로 꼽힙니다. 위고비의 시판가가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약물을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더라도 설사나 변비,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담석증, 급성 췌장염 같은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의 비만약은 췌장염, 장폐색, 위 무력증 등 위장질환의 위험 역시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5. 넥스트 위고비는 무엇

또 다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한국릴리의 ‘마운자로’도 지난 7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 공급 시기를 조율중입니다. 마운자로는 GIP, GLP-1 이중 효능제로, 임상시험에서 최대 22.5% 체중을 줄였다고 하죠. 국내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점쳐지는 중입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처럼 ‘GLP-1 유사체’ 개량 위주로 진행됐던 개발 추세가, 향후에는 에너지 소비가 큰 근육량을 높이거나 에너지 수요를 높이는 수순을 밟을 거란 전망입니다. 향후 비만치료제의 계보를 이을 주요 유형으로는 아밀린 유사체, 미토콘드리아 분리 대사 제어 가속체, 근 손실 치료제 등이 꼽힙니다.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가속화될까요? 그 첫 단추가 될 위고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약물이 오남용되는 사례 없이 한국에 무사 안착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Gettyimages, Splas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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