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MIU 2025 SS 컬렉션
파리 중심부에 있는 팔레 디에나(Palais d’Iena) 미술관에서 열린 미우 미우 25 SS 컬렉션은 독특한 설치 예술이 눈길을 끌었다. 폴란드 작가 고쉬카 마추카(Goshka Macuga)가 만든 가상의 신문 ‘트루스리스 타임스(The Truthless Times)’가 인쇄되어 컨베이어 벨트에서 착착 이동하는 설치 작품이 설치됐고,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으로는 인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이른바 ‘진실 없는 신문’을 찍어내는 영상이 상영됐다. 트루스리스 타임스는 객석에도 놓여 있었다. 신문에 있는 QR코드를 인쇄하면 더글러스 쿠플랜드(Douglas Coupland)와 슈몬 바샤(Shumon Basar)가 디지털 시대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2021년 소설 <The Extreme Self : Age of You>의 몇몇 문장이 떴다. 테마는 ‘설탕처럼 보이는 소금(Salt Looks Like Sugar)’. 미우 미우 25 SS 컬렉션은 ‘진실, 잘못된 정보, 조작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세상을 얘기한 프라다 25 SS 컬렉션과 맥락을 같이 했다.
컬렉션은 단편영화 상영으로 시작했다. 인쇄 공장에서 잠복 연구원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라는 두 캐릭터가 등장해 잘못된 정보와 조작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야기였다. 이후 공장 소음 같은 테크노적 음악이 흘러나오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오프닝을 열었다. 심플한 화이트 코튼 드레스는 어린 시절의 절대적인 진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미우 미우는 프랑스 아동복 브랜드 쁘띠 바또(Petit Bateau)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통적인 아동복을 무대 위에 올렸다. 이후 면 소재 드레스는 변형됐고, 이 밖에도 스웨터와 셔츠, 겉옷과 속옷, 빈티지 슬립 드레스와 스포티한 비키니, 유아적인 블루머와 셔츠, 웨스턴 벨트와 웨이트리스 드레스 등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섞이고 뒤틀리며 스타일링됐다. 긴박하게 서둘러 옷을 입은 것처럼 무질서한 스타일링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20년대 스타일의 플래퍼 드레스는 스포츠 브라가 노출되게 스타일링했고, 트렌치코트는 거꾸로 뒤집어 입었으며, 순수한 화이트 코튼 드레스와 스커트에는 뜬금없이 화려한 아르 데코 스팽글을 장식했다. 슈렁큰 트랙 재킷, 스웨이드 모터사이클 재킷, 듀얼 컬러 윈드브레이커, 대담한 컷아웃 수영복, 니트 레그 워머 등 요소요소에 믹스 매치된 스포티한 아이템들이 매력적이었다. 70년대 스타일의 기하학적 프린트, 겹쳐서 입은 폴로셔츠, 단추가 달린 플라워 프린트 스커트, 에나멜 소재의 트렌치코트 등 미우미우의 아카이브를 재현한 아이템도 시선을 끌었다. 브라운 스웨이드 이스트웨스트 백을 비롯해 카멜 컬러의 가죽 숄더백, 컬러풀한 스포츠 샌들 등 올 시즌에도 유행할 만한 액세서리도 많았다.
미우 미우 런웨이에서 매 시즌마다 뉴페이스 모델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24년 SS 컬렉션에는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 트로이 시반(Troye Sivan), 케일리 스패니(Cailee Spaeny)가, 24년 FW 컬렉션에는 에델 케인(Ethel Cain),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Kristin Scott Thomas)가 모델로서 런웨이에 섰다. 이번 25년 SS 시즌,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오프닝을 연 것은 니콜 키드먼과 키스 어번의 딸인 선데이 로즈 키드만-어반(Sunday Rose Kidman-Urban)이었다. 이외에도 배우 아리나 그린블랫(Ariana Greenblatt), 틱톡 스타 나라 스미스(Nara Smith), 배우 키에넌 시프카(Kiernan Shipka), 그룹 (여자)아이들 민니 등 젠지 세대의 스타가 모델로 등장했고, 이들은 힐러리 스웽크(Hilary Swank), 알렉사 청(Alexa Chung),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한 윌리엄 데포(Willem Dafoe)까지 등 포스 넘치는 기존 세대의 모델과 신구의 조화를 이뤘다.
미우 미우는 올해 아트 바젤 파리의 퍼블릭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서 특별 프로젝트 ‘Tales & Tellers’를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컬렉션을 연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고쉬카 마추카 작가와 함께 하기 때문에 미우 미우 25 SS 컬렉션은 아트 바젤 파리의 예고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13년 동안 여성 예술가, 영화인들과 함께 문화적 대화를 나눠온 미우 미우의 지난 여정을 총망라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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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Miu M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