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랜선’ 탐방기

김나래

역대급 참여율, 영화인들로 활기를 띈 부산국제영화제

매해 가을이면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어김없이 ‘시네마천국’으로 변모합니다. 올해도 ‘영화제의 메카’인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 안재홍의 사회로 화려한 막이 올랐는데요.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하이라이트를 골라 소개합니다.

베일을 벗은 개막작 <전, 란>

영화제 주요 부문에 OTT 개봉작을 초청하지 않는 보수적인 성향의 칸 영화제와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OTT 작품을 소개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왔는데요. 올해는 OTT와의 불가피한 ‘공생’을 선언이라도 하듯이 넷플릭스 개봉작인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 각본에 참여하고,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데요. 배우 강동원과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등의 호화 배역진이 출연하는 대작입니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인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요. 장르 영화에 뛰어난 연출 감각을 선보여온 김상만 감독과 디테일의 강자인 박찬욱 감독이 만나 환상의 시너지를 발산할 것이라 예고된 바 있습니다. 기자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브라보’였다고 하네요. 영화 <전, 란>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날인 10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넥스트 온 스크린

10월 2일부터 열흘간 63개국, 224편의 영화가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총 278편의 작품이 공개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지아장커 등 아시아 거장들의 신작과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와 같은 주요 영화제의 굵직한 수상작들이 내실 있게 라인업을 채운 가운데, 넷플릭스의 남다른 존재감이 특히 돋보였는데요.

넷플릭스는 ‘넥스트 온 넥플릭스: 2025 한국 영화’란 타이틀로 2025년 신작 영화 라인업을 공개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해 해당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들을 한자리에 초대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 남궁선 감독의 <고백의 역사>,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를 포함한 총 7편의 작품이 2025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데요. 신작들이 모두 장르와 감독 이름 세에 치우지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와 포맷에 집중한 모양새라 벌써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부산을 찾은 ‘고독한’ 식객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을 추모하는 스페셜 토크로 시작된 영화제 초반은 진중한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양조위, 주윤발을 잇는 해외 톱스타들의 떠들썩한 방문은 없었습니다. 단, 전 세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주인공이자, 한일 양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부산에 떴는데요. 레드카펫 사상 최초로 ‘먹방’ 연기를 시연하면서 등장한 그는 인기 드라마의 영화화를 위해 직접 연출과 각본까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버전의 <고독한 미식가>에서는 한국의 경남, 거제도 등에 ‘고로’씨가 방문해 ‘혼밥’하는 장면이 등장한다고 하니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분명 “배가 고파질 것”이 분명합니다.

반가운 얼굴

첫 주연작인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배우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한 트와이스의 다현도 개막식 레드 카펫을 후끈 달군 주인공입니다. 동명의 인기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에서 다현은 아이돌 출신의 선배 배우인 진영과 열여덟 청춘남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연기합니다.

한동안 일본 활동에 전념해 온 배우 심은경도 영화 <더 킬러스>로 모처럼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영화 <더 킬러스(The Killers)>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과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에 영감을 얻어 김종관, 노덕, 장항준, 그리고 이명세 감독 등이 참여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 만든 앤솔로지 형태의 작품입니다.

화제의 선택

BTS의 RM이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RM: Right People, Wrong Place)>는 K팝 다큐멘터리가 영화제 사상 최초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RM의 솔로 2집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Right Place, Wrong Person)을 제작하는 8개월간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아티스트이자 인간 RM의 솔직한 속내를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ekshim_, @busanfilmfest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