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파티’ 달로 향하는 여정

전여울

창백한 푸른 점, 달은 인류에게 언제나 영감의 대상이었다.

한 해 중 가장 크고 밝게 떠오른 달을 볼 수 있는 가을, 아트 위크와 함께 서울이 가장 떠들썩한 도시로 변모하는 9월, 홍콩의 K11 아트 파운데이션이 주최하고 <더블유>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하는 제2회 ‘문 파티(The Moon Party)’가 열렸다.

청 란의 디지털 미디어 작품 ‘Self-Miracle’(2024)이 파티장을 밝혔다.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 제2회 ‘문 파티’의 뜨거운 현장.

예부터 인류는 자전하고 공전하면서 월상(月相)이 변화하는 달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매혹되었다. 우리가 쉽사리 가 닿을 수 없는 달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상을 동원해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쓰곤 했는데, 특히나 예술가에게 미지의 영토인 달은 오랜 영감이자 탐구 대상이었다. 일 년 중 가장 밝고 둥근 달이 떠오르는 가을의 9월, 홍콩의 K11 아트 파운데이션은 지난해 처음으로 달에서 받은 영감을 주제로 한 ‘문 파티(The Moon Party)’를 서울에서 진행했다. K11 아트 파운데이션은 홍콩 굴지의 부동산 기업인 뉴월드 디벨롭먼트의 CEO인 에이드리언 청이 2010년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꿈꾸며 설립한 예술 재단으로, 이들은 전 세계 아트 피플이 서울로 모여드는 작년 9월 초 예술과 음악, 패션, 미식이 결합한 총체적 이벤트 제1회 문 파티의 닻을 올렸다. 한편 첫 회 문 파티의 테마는 무척이나 단도직입적이었다. 그 이름에 맞게 서울 하늘에 떠오른 둥근 달 아래서 달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첫 회 파티의 큰 줄기였다. 추상화가 허 명욱의 보름달 그림,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 그라피티 아티스트 더즈니의 달토끼를 형상화한 콜라주 등 국내외 예술가 9인의 작품이 파티장을 밝혔고,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파티에 모인 이들을 천체의 신비 그 너머로 데려갔다. 그리고 올해 9월 다시 한번 서울은 재빠르게 전 세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도시로 변신했다. 프리즈 서울의 세 번째 에디션의 막이 오르려던 참인 지난 9월 3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선 첫 회보다 훨씬 더 촘촘한 밀도로 기획된 제2회 문 파티가 그 시작을 알렸다.

포토월에 선 <더블유> 이혜주 편집장과 K11 에이드리안 청 CEO.

올해 문 파티의 출발점은 역시나 달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달에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적 발견에 파인더를 맞춘다. 는 올해 문 파티의 가장 핵심적 프로그램으로, 달에 존재하는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물을 우리가 근미래에 마주할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며 기획된 생성 예술 전시회다. 수학적 자율 시스템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예술을 일컫는 생성 예술은 해가 거듭될수록 거리가 좁혀지는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장르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 끊임없이 저 먼 달로 향하는 과학자의 모습은 어쩐지 전통적 예술 장르에서 탈피해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생성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묘하게 포개진다. 이번 전시를 수놓은 이들은 생성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외 아티스트 3팀이다. 2021년 NFT 컬렉션 ‘인컴플릿 컨트롤’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은 미국 출신의 생성 예술 작가 타일러 홉스(Tyler Hobbs)부터 중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청 란(Cheng Ran)과 크립토 아트 플랫폼 ‘BCA 테크놀로지 아트’의 창립자 보한 선(Bohan Sun), 한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A’strict)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를 기반으로 완성된 작품 ‘Self-Miracle’(2024).
<더블유> 카메라에 인사를 건네는 K11의 에이드리안 청.

9월 3일, 아트 위크가 최고조에 달할 때 올해의 문 파티도 문을 열었다. 문 파티가 개최된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은 경매 및 전시장 성격의 건물로, 문 파티가 이뤄진 지하 4층~5층의 천고는 무려 7m에 달한다. 1995년 런던에서 시작한 회원제 소셜 클럽 ‘소호 하우스’가 큐레이팅한 디제잉 세션의 음악이 높다란 파티장에 가득 울려 퍼진 가운데, 테킬라 브랜드 돈훌리오 등을 소유한 글로벌 주류 기업 ‘디아지오’의 바텐딩 서비스와 서울 퇴계로에 자리한 멕시코 퀴진 레스토랑 ‘라까예’의 군침 도는 타코는 파티에 흥을 더했다. 한편 이번 파티를 찾은 수많은 방문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단연 남다른 스케일로 전시장을 수놓은 의 전시작들이었다. 파티장 초입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한
것은 청 란과 보한 선이 합작한 디지털 미디어 작품 ‘Self-Miracle’ (2024). 이는 2015년 청 란이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 초연한 9시간 분량의 영화 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청란은 알고리즘과 생성적 코딩 기술을 활용해 원작 영화의 시간적 요소를 해체하고 영화 속 이미지들을 가장 단순한 형태, 패턴, 색상으로 환원시켜 신작을 완성했다. 그리고 보한 선은 이를 다시 NFT 발행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이렇게 탄생한 ‘Self-Miracle’(2024)의 NFT 작품은 파티가 열린 9월 3일부터 사흘간 특별 가격으로 판매됐다. NFT 예술에 눈 밝은 이라면 열광할 만한 작가인 타일러 홉스의 작품도 전시장을 밝혔는데, 그를 대표하는 작업이자 2021년 총 999점 구성으로 발표한 NFT 컬렉션 ‘피덴자(Fidenza)’의 일부도 만날 수 있었다. 나아가 분홍색 모래가 마치 폭포처럼 무한히 쏟아지는 풍경을 형상화한 에이스트릭트의 작품 ‘Waterfall – Sands’(2020~2021)는 단연 올해 파티장의 포토 스폿으로 꼽혔다. 최신 디지털 기술로 실현된 이 모든 작품들의 캔버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은 LG OLED의 패널. LG OLED는 이번 파티에 공식 디지털 스크린 파트너로 함께하며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분홍색 모래가 폭포처럼 무한히 쏟아지는 풍경을 형상화한 에이스트릭트의 작품 ‘Waterfall – Sands’(2020~2021).
멕시코 퀴진 레스토랑 ‘라까예’의 군침 도는 타코.

한편 올해의 문 파티에선 이번 서울에서 첫 스타트를 끊어 추후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될 ‘K11 살롱’이 그 베일을 벗어 더욱 특별하기도 했다. K11 살롱은 전 세계 미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초대해 펼치는 글로벌 토크 시리즈로, 그 첫 회는 문 파티가 열린 직후인 9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개최됐다. LA카운티미술관의 관장 마이클 고반, 글로벌 아트 매거진 <아트리뷰>의 편집장 마크 래폴트,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 에이스트릭트 등이 이름을 올린 첫 토크 프로그램은 올해 문 파티의 주제인 예술과 기술의 만남에 맞춰 디지털 아트의 미래를 논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특히나 많은 관중을 불러모은 토크는 마이클 고반과 올해 파리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올린 중국의 유망한 미디어 아티스트 루 양(Lu Yang)과의 대담으로, 어쩌면 이들의 대화는 올해 문 파티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인 ‘예술과 기술은 어떻게 근사한 만남을 이루는가’와 정확히 공명했다. 총 1시간가량의 토크가 종료된 후에도 루 양과 오랜 대화를 이어간 마이클 고반은 <더블유>에 이런 말을 전하기도 했다. “루 양은 게임 엔진을 매개로 다양한 세계를 창조하고 자신을 아바타로 제작해 철학적 아이디어가 담긴 디지털 세상을 유영하죠. 실재와 허상, 그리고 가상과 현실은 무엇이며 세상 속에서 이들의 경계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어 굉장히 뜻깊었습니다.”

프라그먼트 디자인의 수장 후지와라 히로시.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 파티장.
배우 주원도 파티장을 빛냈다.
파티장에서 배우 박기웅의 모멘트.
멋진 아웃핏으로 등장한 모델 아이린과 엘리스.
프라이빗 회원제 클럽 ‘다이드’의 류초록 총괄 디렉터, 김동훈 회장.
효민이 지난해에 이어 문 파티를 찾았다.
스포티한 룩으로 파티를 빛낸 이유비.

LED 스크린 너머로 끝없이 재생되는 디지털 미디어 작품들이 파티의 조명이 되며, 그 아래 모인 사람들은 달이 휘영청 뜨는 시간이 되도록 문 파티를 즐겼다. 프리즈 위크 기간 숱한 이벤트가 쏟아졌지만 그중에서도 문 파티는 조금 더 우리를 미래로 이끈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예술은 우리가 발 디딘 현실에서 몇 센티미터 벗어나는 일, 그리고 지구에서 멀고도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을 테마로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성사시킨 이번 파티는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우리 세상 너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줬을 거다. 아트 도시로 변모한 서울로 모여든 전 세계 아트 피플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셀러브리티 주원, 박기웅, 효민, 이유비, 이태성, 사이먼 후지와라 등이 함께한 이 하루는 이번으로 끝이 아닐 테다. 창백한 푸른 점, 달을 향한 인류의 여정에 마침표가 없었던 만큼 예술이 계속되고 기술이 이에 함께하는 한 문 파티는 계속될 예정이다.

근사한 패션으로 등장한 레이첼 리.
SEL 인테리어 디자인의 이승은 대표.
라까예의 타코가 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근사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
글로벌 주류 기업 ‘디아지오’의 바텐딩 서비스.
타일러 홉스의 NFT 컬렉션 ‘피덴자(Fidenza)’의 일부도 만날 수 있었다.
크립토 아트 플랫폼 ‘BCA 테크놀로지 아트’의 창립자 보한 선.
문 파티의 공식 맨투맨을 착용한 아티스트 청 란.
흥이 넘쳤던 소호 하우스의 디제이 세션.
소호 하우스의 디제이 세션으로 더욱 분위기가 고조됐다.
러브엑스테레오의 애니가 라이브 공연을 치렀다.
VIP 룸을 장식한 <더블유> Vol.9.
포토그래퍼
이우정

SNS 공유하기